고유목적사업준비금 문제: 대형병원들은 흑자를 보고 있는가?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굳이 글을 써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2014년 6월달에 경실련은 상급종합병원의 재무제표를 분석하였으며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액 등을 비용 처리해서 경영 이익을 축소한 총액이 7054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수가계약과 부대사업 확대 방안이 이렇게 축소된 이익에 바탕을 둔 만큼 이에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데일리메디: 병원계 불편한 진실 ‘고유목적사업금’ 공론화)

 

의료계 다른 이슈들처럼 잊어버릴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고유목적사업준비적립금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네이버 검색에 따르면

‘비영리내국법인이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하기 위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손금으로 계상한 준비금을 말한다.’

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의료법인이나 학교법인과 같은 비영리 법인이 낸 이익 중에 일부에 대해서

향후 (정확히는 5년 이내에) 법인이 설립된 목적에 맞는 일에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비용으로 처리하여) 그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병원들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라는 명목으로 이익을 적게 신고하면서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2013년 10월에 서울대병원 노조는 총파업을 벌이면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제외하는 경우 서울대병원이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데

마치 적자를 보는 것처럼 조작하고 이를 명분으로 하여 비상 경영을 선언한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시사메디인: 서울대병원 흑자를 적자로 뒤집었다…예고된 총파업)

 

과연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은 발생하는 이익을 숨기기 위해서 회계를 조작하는 악덕 집단일까요?

몇가지 기사를 참고로 하면서 짚어보겠습니다.

(의협신문: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처리는 적법한 회계, 메디컬온라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5년 내에  기관의 설립 목적한 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5년 내에 병원 건물을 짓거나 의료 장비를 구입하는 등 병원의 ‘고유목적사업’에 해당하는 곳에

지출하지 않으면 병원의 수입으로 계산되어 세금을 내는 것은 물론

5년간의 이자까지 가산해서 물어야 합니다.

짧게 병원 운영하다가 문닫고 튀는게 아니라면 굳이 이익에 대한 세금을 안내기 위해서 이렇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향후 회계 처리를 할 때 비용처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회계에 약한 분들을 위해서 부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사업을 하게되면 사업을 위한 여러가지 지출 혹은 투자를 하게됩니다.

직원에 대한 인건비, 공장 설비, 병원의 의료 장비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즉 사업을 해서 벌어온 돈에서 이런 지출과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비용 처리를 하고) 남은 돈이 이익이며

이익에 대해서 세금을 내도록 되어있습니다. 즉 비용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투자 금액이 큰 경우에는 한번에 내지 않고 몇년에 걸쳐서 비용 처리를 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병원 건물 같은 경우는 보통 20년에 걸쳐서, 의료 장비는  5년에 걸쳐서 나누어 비용처리를 합니다.

병원을 짓는데 3000억원이 들어갔다면 향후 20년에 걸쳐서 매년 15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합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어떤 해에 장비를 구입했을 때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 향후 5년간 나누어서 비용처리를 하게됩니다.

그런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적립하게 되면 올해 미리 비용 처리를 해주는 대신에

그 안에서 지출한 금액에 대해서는 별도로 비용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향후 5년간에 걸쳐서 비용 처리 할 것을

미리 비용처리를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자를 절감하는 정도의 혜택이 있다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 혹은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흑자 액수를 줄이려는 분식 회계는 아닙니다.

 

안타까운 것은 기사를 검색해보면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주요 언론은 물론

의료 관련 매체에도 크게 실리는 반면

위와 같은 내용은 의협신문 이나 일부 의료 매체 이외에는 잘 실리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위에 소개한 여러 기사에 보면 심지어 대학병원 교수님들도

병원이 실제로는 이익을 보면서 손해를 보는 것처럼 조작하여 이를 근거로 교수들에게 실적을 압박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미 철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올해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되면

또 한번 터질 것 같아서 한번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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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그렇다면 현재 여러 병원들은 적자가 나고 있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게 사실인 건가요? 이에 대해선 비정상적인 수가체계를 원인으로 봐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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