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10): 두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두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파트너들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하나의 맥킨지 팀이 두개의 client 회사에 대해서 neutral third party가 되는 문제였습니다.

이런 팀을 Clean team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최악의 경우, 법적인 문제까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시작 전에 맥킨지 내부 자료를 검색하여 Clean team의 역할과, 주의해야할 것들을

확인하였습니다.

 

파트너들은 자신이 주로 담당하는 client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파트너들도 글로벌 중공업 회사인 D사와 국내 중공업사인 E사 담당으로

나누어져있었습니다.

D사는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크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파트너들은 주로 E사에 기우는 입장이었습니다.

파트너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담당하는 client의 이해관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프로젝트에서 Clean team에 해당하는 것은 팀장(EM)이하 팀원들 뿐이었습니다.

 

팀원은 저까지 총 네명이었고 저를 포함해서 Associate 3명과 BA 1명이었습니다.

즉 맥킨지식 표현으로는 EM + 4인 팀구조인 셈입니다.

BA는 저보다 맥킨지 근무연수가 길었고 이 프로젝트에서 1단계에 이어 2단계로 계속 이어서 근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Associate 한명은 저보다 일년인가 일년 반 이상 먼저 입사한 분이었고

또다른 Associate은 이번에 MBA를 졸업하고 입사한 분으로

그 전 해에 Summer intern으로 일했기 때문에 완전한 신입사원은 아니었습니다.

근무연수가 긴 Associate는 조만간 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시점에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부팀장 역할을 맡아 주로 Summer intern으로 일한 분의 일을 봐주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맥킨지에서는 팀장으로 승진하기 이전에 부팀장의 역할을 맡아 팀장으로서의 자질을 증명하기를 요구합니다.

이런 부팀장을 JEM(Junior EM)으로 부르며 공식 직급은 아직 associate인 상태에서

팀장처럼 작은 팀을 이끄는 경험을 쌓고 동시에 그 능력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대개 위에는 EM이 있는 상태에서 경력이 짧은 BA혹은 Associate 한두명과 붙어서 일하면서 그들을 도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팀의 공식적인 팀장은 아니었지만 1단계 프로젝트에서 팀장을 맡았던 유럽쪽에 소속된 EM 한명이

이 프로젝트의 컨텐츠에 대한 전문가로 도움을 주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고객사의 산업이 중공업 중에서 특수한 분야라 이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이 사람은 글로벌 D사와 일한 경험이 많아 D사 쪽 입장에 기우는 입장이기도 했습니다.

 

고객사의 산업은 큰 범위에서 4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해외 고객사는 4개 영역 전체에 걸쳐서 글로벌 Top 회사였고

국내 고객사는 그중 한 영역 중에서도 일부 부분에만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고객사는 주로 국내 회사들만이 참여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서

그 기회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국내 고객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회사의 기술을 전수받아

가능하다면 다른 영역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상태였습니다.

 

이 네개 영역을 팀원들이 각자 하나씩 맡기로 했습니다.

1st phase에도 참여했던 BA 친구는 1단계에서 주로 보았던 영역이 있어서 그쪽을 맡기로 햇고

나머지 세가지 영역을 associate 세명이 나누기로 했습니다.

제가 빨리 손을 들어서 국내 고객사가 참여하고 있는 영역을 맡기로 했는데

남은 영역 중에 IT와 밀접한 영역은 도저히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다른 영역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MBA를 마치고 입사한분이 IT분야를 맡게되었는데

프로젝트 기간 중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아 미안하기도 하고

(그분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맡았으면 큰 일 날뻔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네명 모두 주로 한 일은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1. 국내 시장에서 잠재적인 사업 규모 추정

2. 해당 영역에서 D사와 E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 추정

이었습니다.

매번 새로운 산업에 접하는 경우가 많은 컨설팅 회사에서도

드물게 접하는 산업이었기 때문에

우선 해당 산업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1st Phase 프로젝트를 했던  BA가 그 분야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맥킨지에서 대학 졸업 후 입사한 BA와 MBA/PhD/MD를 마치고 입사한 Associate는

기본적으로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게다가 프로젝트 경험이 쌓임에 따라서  배움의 속도가 빠른 컨설팅 회사에서는

입사 1년만 지나도 상당한 컨설팅 수행 능력이 쌓입니다.

따라서, 입사 1년이 지난 BA와

갓 입사한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팅 경험이 없는) Associate를 비교하면

1년차 BA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더 우수합니다.

웬만한 대기업에 들어가면 보통 입사 후 1~2년 혹은 그 이상

허드렛일을 하면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기간 없이 입사 직후부터 한명의 컨설턴트로서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전에는 최고경영자의 레벨에서 생각하고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프로젝트 기간 중 한두번 정도 CEO 보고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임원 밑에 소속된 팀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서 일했기 때문에

팀원들은 편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사로 나갈 때와는 다르게 정장 입지 않고 비지니스 캐쥬얼을 입고

일할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프로젝트에서처럼 말도 않되는 방해를 하는 고객사 직원도 없어

마음도 편했습니다.

사무소 내부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일하다가 중간중간 Canteen에 있는 음료수나 주전부리를 가져다 먹어도 되고

혼자서 집중해서 일하고 싶을 때는 자신의 방에 가서 일해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나 저녁 식사 시간도 유연하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맥킨지 서울 사무소가 있었던 서울 파이낸스 센터 인근의

식당을 가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식사 때마다 주위 식당을 순회할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환경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밀도가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담당하기로 한 영역의 일반적인 내용들에 대한 학습이 끝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영역에서 국내에 있는 사업 기회를 조사하고

이를 금전 가치로 계산해서 향후 매출로 추정하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크게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맡은 영역이 국내 E사가 사업을 하는 영역을

포함하였기 때문에 E사 직원분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검색 및 다른 방법으로 구하기 힘든 자료를 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의 맥킨지 공식 입사일이 2008년 3월 중순이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는 와중에

입사 후 6개월이 지나갔습니다.

맥킨지에서는 회사 입사 후 경과한 기간을 Tenure라고 부릅니다.

입수 후 경과 연수 + 경과 개월 수로 표시하는데

예를들어 당시의 저는 입사 후 6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저의 tenure는 0+6 (Zero plus Six)였습니다.

제가 퇴사한 2009년 12월에는 1+10 이었습니다.

 

Tenure가 0+6가 지나면서 한명의 컨설턴트로서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왜 이정도 밖에 못하냐는  ‘쪼이는’ 압박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웬지 맥킨지하면 입사하는 첫날부터 펄펄날지 못하면 무시당하고 혼날 것 같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회사 내 적(?)들이 등에 칼을 꽂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팀장을 잘 만나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저와  입사 동기들을 보면 적어도 입사 초기에 컨설팅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혼나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6개월을 넘어가기 시작하니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장 크게 혼나고 이런 것은 없었지만

팀장은 물론 파트너들도

김치원 박사 이제 Tenure가 0+6면 Senior Associate 인데 더 잘 해야지

하는 말을 수시로 하곤 했습니다.

6개월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5주는 교육을 받았고

(컨설팅 기본 교육 1주 + 오피스 오리엔테이션 1주 + Mini MBA 3주)

프로젝트 하나 수행하고 이런저런 제안서 쓴 정도의 경험밖에 없는데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질을 계속 받는 셈이었습니다.

다행히, 저의 두번째 프로젝트에서는 한번 일하는 틀을 잡으면 그 위에

계속 쌓아가면 되는 것이라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었습니다.

 

2nd phase 프로젝트는 원래 6주 계획이었습니다.

4주차 정도(?)에 양쪽 회사 임원들에게 중간 보고를 하고

6주가 끝나가는 시점에 2nd phase 최종 보고를 해서

두 회사의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기 위한

3rd phase 프로젝트를 계속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래 스케줄이었습니다.

 

4주차 중간 보고는 잘 넘어 갔습니다.

D사로 부터는 E사가 알고 싶어하는 E사 사업 영역 이외의 영역에 대한 정보를 받고

거꾸로 E사로부터는 D사가 알고 싶어하는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를 받아서

이를 정리했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행은 수월했습니다.

물론, 맥킨지가 단순히 정리만 한 것은 아니며 향후 시장 성장 예측 모델을 만들고

유럽의 팀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value-add하였습니다.

 

길지 않은 프로젝트 기간 중에 팀장과 유럽의 팀장 전문가를 비롯한 맥킨지 컨설턴트 몇명과

E사의 한국인 직원 몇명은 미국에 있는 D사의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실무 팀에서 팀원은 놔두고 팀장 혼자 자리를 비우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팀장 입장에서는 (아마도) 밑에 일 시킬 사람 하나 데려가지 못하는 것이 못마땅했겠지만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3rd phase 프로젝트가 진행될 지 여부는 2nd phase 마지막 날인 금요일까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그때 제 처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하는 학회에 참석하였는데

금요일 아침에 출국이었습니다.

혹시 2nd phase로 종료되면 함께 가고 싶었지만 금요일 오후는 되어야

그 여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예약도 하지 못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담당 파트너와 프로젝트 팀장이 양쪽 고객사 임원들과 회의를 했고

결론은 더 이상 합작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소로 돌아온 팀장으로 부터 그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검색을 해서

다음날 빈으로 가는 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예약 사이트는 대부분 72시간 이상 시간이 남은 항공권만 팔았는데

찾다보니 다음날 아침에 출국하는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좀 비싸고, 북경 경유이긴 했지만 구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두번째 프로젝트는 끝났고 저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고 빈으로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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