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11): 다시 beach로 돌아오다.

맥킨지에서 일하는 것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세가지만 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엘리베이터 스피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고객이 바빠서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정도의 시간을 허락받았을 때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핵심적인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고객사 최고 경영진이 바쁘기 때문에

프로젝트 내용을 전달할 기회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때에 고객사 사장이 ‘ 나 바쁜데 핵심만 빨리 이야기해 봐’라고 했을 때에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진행 사항을 항상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핵심만 간추려서 짧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맥킨지에서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컨설턴트들에게 연습시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구글 같은 곳에서 엘리베이터 스피치라고 검색해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엘리베이터 스피치에 대해서만 별도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나중에 쓰겠지만 맥킨지에 근무한 지 일년 정도 지난  associate들이 받는 교육인

ILW (Initial Leadership Workshop) 때 유사한 상황 연습을 해 본 것이 전부입니다.

또, BA나 Associate 같은 일반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갑자기 고위 임원을 만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설명할 일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맥킨지 내부의 파트너와의 사이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맥킨지 파트너들도 매우 바쁘기 때문에

같은 팀에 소속된 경우라도 파트너에게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의 핵심을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피드백을 받을 시간이 별로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엘리베이터 스피치와 유사한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정도의 짧은 시간일 수도 있고,

맥킨지에서 고객사까지 같이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정도의 좀 더 긴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설사 긴 시간이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갑작스럽게 생기기 때문에

평소에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의 핵심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하고, 상급자의 결정 혹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어색한 웃음만 지으면서 시간을 보내게될 수도 있습니다.

‘같이 택시 타고 오면서 그런 것 하나 결정을 못받아 오면 어떻게 하냐’는

팀장의 타박은 덤으로 얻게 되겠지요

 

딱히 엘리베이터 스피치는 아닌데 맥킨지 내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주어들은 것이라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맥킨지가 모 대기업의 회사 인수 건에 대해서 컨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났고 회장님에게 최종 설명을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실력은 좋지만 말이 느리기로 유명한 외국 파트너가 Video Conference를 통해 회장님에게 설명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다른 일정이 많으신 지 Video Conference가 있는 방에 들어오자 마자

설명은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So, what is your answer’라고 물었습니다.

그 파트너는 ‘YYYYYeeeesssssssss’라고 천천히 답을 하였고

그 말을 들은 회장님은 그래, 좋아하고는 바로 회의장을 나가버리셨다고 합니다.

Video Conference이기 때문에 시간 차가 있어서 이를 아직 보지 못한 외국인 파트너는

‘but, price matters’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즉 맥킨지의 결론은 사는 건 좋은데 가격을 잘 생각해서 사야한다는 것이었는데

회장님은 사라는 이야기만 듣고 가버렸고, 그리고 회사 인수에 사인하셨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그 회사를 비싸게 사서 한동안 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설마 사실일까 싶은 이야기 입니다.

 

두번째로, 맥킨지 컨설턴트는 항상 So what을 생각해야한다고 합니다.

즉, 엄청난 데이터를 돌려서 멋있는 PT 자료를 만드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다 거기에서 나오는 finding 하나하나에 묻히다 보면

하나하나로 보았을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어떤 시사점을 가지고, 더 나아가 전체 프로젝트 결과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팀 내에서 토론할 때 비슷한 일이 생기는데

어떤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하는데  결론혹은 시사점을 내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으면

그래서 so what이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받습니다.

‘So what?’이라고 대놓고 물으면 너무 공격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하는 지

이렇게 좀 누그러뜨려서 표현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so what을 강조하는 것은 이전에 맥킨지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했던

가설 기반의 프로젝트 진행, 즉 Top down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 지를 검증하는 것이며

이와 무관한 일은 최대한 줄여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컨설턴트들이 일을 할 때에는 현재 하는 일이 갖는 의미 (So what?)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So what?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프로젝트의 큰 그림에서 벗어나면

뭔가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로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턴트들은 3이라는 숫자를 참 좋아합니다.

어떤 것을 설명할 때에는 버릇처럼

‘거기에는 세가지 요인이 있는데…’ 하는 식으로 설명이 들어갑니다.

이야기 할 때, ‘세가지’로 시작하면 맥킨지 출신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맥킨지 출신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컨설팅 회사 출신들이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3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요인을 두개만 대면 너무 빈약해 보이고, 네개 이상이면 너무 많아서

듣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즉, 4개 이상의 요인이 있다고 해도 (특히, 서류로 작성하는 것이 아닌 구두로 이야기할 때는)

3개 정도만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세가지가 있는데’하고 시작을 해놓고

막상 이야기 할 때는 두가지만 대고 넘어가거나, 네가지 이상 늘어놓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세가지 이야기 하는 것에 워낙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몇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할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 할 때도

습관처럼 일단 세가지라고 이야기 해놓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이 글의 맨 윗부분으로 돌아가서 제가 쓴 표현을 다시 한번 보고

다음으로 넘어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보면 이렇게 맥킨지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어서

한번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빈에서 휴가를 보내고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프로젝트가 갑자기 종료된 상태였고 그때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에

또 다시 beach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주로 했던 일은 맥킨지 내에서 병원 관련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이었습니다.

헬스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주축이 되어 기존의 일반적인 컨설팅과는

다른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의사 출신 부파트너가 진행해왔고, 저는 실무적인 부분을 돕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생각하게된 계기는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처음부터 들어가서 하는 정식 프로젝트는 보통 3개월에 15억원 정도씩 하기 때문에

너무 비싸 병원들이 부담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는 드물게 몇몇 병원 컨설팅을 하긴 했지만

보통은, 병원 프로젝트를 했다는 credential을 쌓기 위해서 투자의 개념으로 매우 싼 가격에 하거나

병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제 3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였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헬스케어쪽 일을 하려는 컨설턴트들 입장에서는 뭔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도저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모델이 일정 액수의 회비를 받는 회원제 모델로

각 병원의 데이터를 받아서 맥킨지 자체 툴로 분석하고

또한  다른 회원 병원들과 비교하여 이를 통해 도출한 시사점을 정기적으로 각 병원에 보내주며

일정한 시기마다 (예를 들어 분기마다) 맥킨지 컨설턴트가 해당 병원 임원들과 따로 시간을 잡아

그들의 경영상의 이슈를 듣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맥킨지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여 병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이런 과정에서 큰 이슈가 발견되면 정식 프로젝트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것입니다.

병원들 입장에서는 내부 진단을 하려고 할 때 제일 알고 싶은 것이

다른 병원의 데이터인데 실제로 구하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이니

맥킨지가 일종의 중립적인 3rd party로 개입해서 데이터를 받아 가공해서

특정 병원의 데이터라는 것은 숨기고

유사한 규모 병원들의 평균 데이터 같은 식으로 해당 병원과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다른 플랫폼이 그런 것처럼 비슷한 규모의 병원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인도와 한국에서 pilot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외국 팀에서 정리된 내용을 국내 사정에 맞게 재정리하고

국내 병원 경영자들에게 제시할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계획으로는 2008년 연말까지 관심을 보이는 병원 1~2곳을 섭외하고

2009년 상반기에 무료로 pilot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고객에게는 무료이지만, 결국 맥킨지 서울사무소 인력을 써야하는 만큼

인건비를 비롯한 투자는 필요하였기 때문에 서울 사무소의 파트너들을 설득하여

pilot 프로그램을 위한 예산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자료 정리는 별로 어렵지 않았고 완성된 자료를 가지고

pilot 프로젝트를 시행할 병원을 섭외하는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1차 대상은  Big 5병원들이었습니다.

담당 부파트너에게 이야기 하여 가능하면 해당 병원장들을 만날 때 동행하는 것을 허락받았는데

여의치 않은 경우들이 생겨 그 중 한곳에 갈 때만 동행했습니다.

 

제가 만난 병원장님은 설명은 열심히 들어주었으나

전반적으로 좀 시큰퉁한 느낌이었습니다.

이후에 부파트너가 Big 5 병원 중 두세곳 정도를방문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관심을 보이는 병원이 있기는 했지만

맥킨지 내부 예산 확보에 실패하여 결국 진행하지는 못했습니다.

나중에 맥킨지를 떠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면서 알게된 것은

맥킨지 입장에서 매우 저렴한 회비를 받는다고 해도

국내에서 병원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의 프로젝트 비용에 맞먹는 액수라

국내 병원들이 쉽게 가입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Big 4 (필요한 경우 Big 5) 병원들끼리 실무진 선에서 주요 지표들은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 3자를 통한 데이터 공유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병원 서비스 모델 관련된 일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중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헬스케어가 아닌) 분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전에 두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팀장이 담당이라 꼭 참여하고 싶었지만

제안서를 쓴 컨설턴트 위주로 참여하게 되면서 저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전의 중공업 프로젝트를 하는 중에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였고 이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고 있었습니다.

그 전부터 시행하던 프로젝트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연말이 되면서 신규 프로젝트가 별로 없었습니다.

다행히 기존 컨설턴트를 해고하려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1년 6개월에 한번씩 각 사무소 전직원이 가족을 동반하고 해외 휴양지를 다녀오는 Retreat은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상반기 입사자를 위한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는데

신규 채용도 줄일 것으로 보였습니다. 2009년 3월에 입사한 BA가 단 한명이었으니 상황을 알만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소위 스펙 좋은 잘 나가는 지원자들은 컨설팅 보다는

보수가 훨씬 높은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를 선호했습니다.

(정확히는 월급이 높은 것이 아니고 Deal이 성사될 때 나오는 보너스를 매우 많이 받습니다.)

맥킨지에서도 BA를 마치고 MBA를 다녀온 사람들이 맥킨지의 associate으로 복귀하기 보다는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투자은행이나 유명 사모펀드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8년 9월까지 2~3년간 맥킨지 서울사무소 BA를 마치고 MBA를 간 사람 중에

맥킨지로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투자은행들은  채용을 동결한 것은 물론, 기존 인력도 대량 해고를 했는데

특히, 기존 인력 보다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신규 채용자 위주로 해고를 했습니다.

또한,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과도한 보너스 지급에 대한 규제가 생기는 등

금전적인 보상이 적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2008년 하반기에는 어렵게 투자은행에 입사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고된 사람 등

수많은 우수 인력들이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팅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2008년 상반기 혹은 그 이전에 투자은행을 가지 않았으면

컨설팅 회사에 충분히 들어올 수 있을만한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컨설팅 회사에 지원하니까, 메이저 컨설팅 회사의 문호가 극도로 좁아져서

도저히 입사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관문을 뚫고 2009년 3월에 입사하게 된 1명의 BA는 대학교를 갓졸업하는 친구였으며

투자은행 등 다른 곳에 다니다고 해고당해서 온 사람들은 전부 탈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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