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15)

ILW 트레이닝을 받은 다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맥킨지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 몇가지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The Firm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벌써 20년이 넘은 1993년에 나왔으며, 톰크루즈가 주연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야먕의 함정이라는 제목으로 들어왔습니다.

내용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톰크루즈가 로펌 변호사로 일했는데

그 로펌에 여러가지 음모가 있었고 톰크루즈는 위험에 빠졌으나 이를 잘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제목인 The Firm이 바로 그 로펌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맥킨지 내부에서 맥킨지를 지칭할 때 the Firm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컨설턴트들끼리 일상적으로 이야기할 때 그렇게 부르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회사 내 교육이나 공식 문건에서 맥킨지를 지칭할 때 항상 the Firm이라고 부릅니다.

맥킨지에 입사하기로 하고 입사 전 온라인 교육을 받을 때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뭔가 있어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Firm이라는 단어의 뜻에 회사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회사’라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F를 대문자로 쓰기 때문에 그 보다는 한단계 더 나간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맥킨지가 야망의 함정에 나온 로펌같이 사악한 음모 조직은 아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the Firm이라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뭔가 맥킨지는 스스로를 일반 회사로 넘어선 존재로 생각한다는 뜻인가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맥킨지에서 사용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몇가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맥킨지도 입사하면 개인 노트북을 지급합니다.

늘 고객사로 나가서 일해야하는 특성 상 데스크탑은 필요가 없기에 노트북으로만 지급합니다.

맥킨지가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것은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한 파워포인트와 IBM에서 나온 Notes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맥킨지 이외의 곳에서 Notes를 써본 적은 없는데

IBM 홈페이지에 따르면 IBM Notes는  소셜 비즈니스에 사용할 수 있는 데스크탑 클라이언트로 (이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비지니스 애플리케이션, 소셜 네트워크, 이메일, 달력, 피드, 위젯, 인스턴트 메시징 등에 대한 단일 액세스 지점으로 컴퓨터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게 해줍니다.

(이것도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습니다.)

실질적으로는 Notes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메일/일정관리를 하고 자료 조사 의뢰 (R&I request)를 하는 것이 주된 용도입니다.

맥킨지 내부 메일은 모두 회사가 지급한 블랙베리 혹은 Notes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켜자마자 하는 일은 Notes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어습니다.

 

또, 컨설팅 일을 하면 모든 결과물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제작하고 보고하기 때문에

파워포인트를 능숙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슬라이드로 구성된 결과물은 컨설팅 회사 작업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컨설턴트 개개인의 취향에 좌우되지 않고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입사할 때 부터 슬라이드 작성에 관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맥킨지 컨설턴트가 반드시 지켜야하는 몇가지 원칙을 보면

1. one slide, one message: 슬라이드 한장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담겨야 함

 

2. 슬라이드의 제목은 슬라이드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요약하거나 implication을 담아야 함

즉, ‘매출 분석’과 같은 식의 제목은 사용할 수 없으면 ‘xx회사의 매출 구성을 분석해보면 xxx와 같은 특징이 있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요새는 국내 대기업들도 이런 식으로 슬라이드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아직도 의료계에서 만든 슬라이드에는 간단한 표제식 제목이 많습니다.

 

3. 위에서 예로 들었지만, 한글 슬라이드 제목은 ‘~음, ~함’하는 식으로 명사형으로 끝나야 합니다.

영어는 일반적인 문장으로 종결되어도 됩니다.

 

4. 슬라이드 제목은 폰트는 한글은 윤고득 150으로 하고 영어는 Arial,  크기는 19이며 Bold 처리해야 합니다.

제목에 쓸 말이 많아도 크기를 19에서 조절해서는 안되며 제목은 보통 두줄을 넘어가지 않게 합니다.

 

5. 슬라이느 내용 폰트는 한글은 윤고딕 130으로 하고 영어는 Arial, 크기 제한은 없습니다.

 

6. 위에서 이야기한 윤고딕 150과 130은 일반적인 프로그램에 깔려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맥킨지 컨설턴트는 발표 시에 가급적 회사 노트북을 이용하며

이게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발표 컴퓨터에 이 폰트들을 설치해서 발표합니다.

 

그리고 맥킨지 노트북에 있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plug-in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부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 같고 일부는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그중에 맥킨지를 떠난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Thinkcell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파워포인트와 엑셀에 plug-in으로 설치되며 차트 그리기를 도와줍니다.

think-cell

think-cell

위와 같이 파워포인트로는 그릴 수 없거나 그리기 힘든 차트를 매우 직관적으로 그리게 해줍니다.

위의 그림 이외에도 Water fall 차트와 같이 그리기 까다로운 차트를 그려줍니다.

맥킨지에서 나와서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할 때 이 프로그램이 쓰고 싶어서 알아보니 가격이 비쌌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를 판매 하지는 않고 라이센스 계약만 맺을 수 있으며

최소 5 copy 이상을 계약해야하는데 온라인으로 5 copy를 1년간 쓰는 라이센스 계약을 사는데

945유로 (120~130만원)입니다.

또한 개인에게는  판매하지 않고 반드시 회사 이메일을 통해서만 계약을 진행합니다.

병원에서 어떻게 윗분들을 설득해서 이 프로그램을 일년간 쓸 수있었는데

맥킨지에서 일하던 때처럼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맥킨지 동료들과 이야기 해보면 다들  Think cell을 쓰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고

일부 운좋은 친구들은 회사 내에서 결재를 잘 받아서 이 프로그램을 쓰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컨설턴트하면 생각나는 것이 브리프케이스와 블랙베리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었지만 제가 맥킨지를 다니던 2008~2009년에는 아직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기업용 스마트폰의 대세는 블랙베리였습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는 부파트너 이상에게만 블랙베리를 지급했는데

미국에서 온 친구들과 일해보니 미국에서는 일반 컨설턴트들에게도 블랙베리를 지급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 떠도는 이야기로는 예전에 일반 컨설턴트들까지 블랙베리를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서울 사무소 내에서 여론 조사를 했는데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회사 일에 치여서 사는데 블랙베리까지 받으면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회사 일에 메여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

컨설턴트들이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그럴싸한 이야기인데, 블랙베리를 사주기 싫은 서울사무소에서 지어낸 것인지 실제 있었던 일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맥킨지는 보안에 철저한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지급한 블랙베리를 통해서만 사내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입사하기 전에 웬지 컨설턴트하면 스마트폰을 써줘야할 것 같아서

삼성에서 나온 블랙잭이라는 제품을 사서 썼는데, 회사 메일과 연동이 되지 않아서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요새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스마트폰 들여다 보느라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든데

당시 맥킨지에서도 파트너나 부파트너와 회의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수시로 블랙베리로 이메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블랙베리는 컨설턴트와 밀접한 제품이지만 브리프케이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에 맥킨지 BA로 일했던 분이 컨설턴트 생활에 대해서 쓴 책 제목이 브리프케이스일 정도로

컨설턴트하면 명품 수트를 빼입고 브리프케이스를 들고다니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컨설턴트가 일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이 필수이고 다른 자료들을 잔뜩 들고 다녀야하는데

브리프케이스에는 이 물건들이 들어가지도 않거니와

들어간다고 해도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힘듭니다.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은 한쪽 어깨에 메는 숄더백이나 배낭을 메고 다닙니다.

또, 당시에는 지금처럼 얇은 노트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노트북과 각종 자료를 넣으면

가방이 터질 것 처럼 빵빵해졌습니다.

맥킨지의 경우,  부파트너나 파트너도 컨설팅 프로젝트 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일반 컨설턴트들처럼 큰 가방에 짐을 잔뜩 넣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 시니어 파트너인 디렉터는 우아하게 다닙니다.)

그렇게 숄더백이나 배낭을 메면 나름 차려입은 수트에 주름지고 좋은 옷 입은 테도 안나지만

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것을 신경쓸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맥킨지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들은 제가 일한 경험 속에서 쓰기가 힘들어서

이렇게 한번 써보았습니다.

 

다시 맥킨지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먼저 이미 지난 이야기이지만 세번째 프로젝트 들어가기 전 Beach에 있을 때 했던 일로 돌아고 보겠습니다.

2008년 10월 말 당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고 있었고 맥킨지의 주요 고객사들도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전할 지, 어떤 나라가 위험한 지 촉각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맥킨지의 주요 고객사 한곳은 전세계적으로 비지니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고객사 담당 파트너는 그 회사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몇몇 국가의 경제 전망과 대응에 대한

보고서 작업을 준비하였고, 제가 정리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했던 일은 IMF와 같은 국제 기구나  Global Insight와 같은 민간 기구,

또 맥킨지 자체 thinktank인McKinsey  Global Institute와 같은 곳들이 내놓는 향후 전망 보고서를

요약 정리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담당 파트너와 상의하여 고객에게 제시할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맥킨지에서 고객사에 향후 경제 전망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하면

맥킨지 내부의 유명 경제학자들 인터뷰를 하는 등 굉장한 작업을 했을 것 같은데

실상은 Associate 한명이 자료 조사해서 정리하고 파트너 한명과 함께 마무리하는 셈이었습니다.

정식 프로젝트가 아니고 고객사를 위해서 일종의 서비스 개념으로 해주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컨설팅 회사 내부에서 이런 식으로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ILW 트레이닝을 다녀온 이후에 1월말부터 2월까지는 제안서(LOP) 작성 작업을 했습니다.

 

ILW를 다녀오자마자 했던 것은 국내 재벌사의 주요 계열사들을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서 작업이었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말은 저도 이때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담당 파트너가 그에 대한 책을 한권 주면서 우선 읽어보라고 하여 몇 챕터를 발췌해서 읽었고

이후 맥킨지 내부 자료를 보면서 대략의 감을 익혔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미래 전망 및 대처 기법 중에 하나인데

미래에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확실한 결과를 예상하기 보다는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상황 (=시나리오)을 주요 변수에 따라서 4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각각의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며 해당 회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놓아 향후 벌어지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련된 서적을 보면 British Petroleum (BP)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1970년대에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가 향후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였는데

그중에 석유 가격이 폭등하는 시나리오가 있었습니다.

그 시나리오를 만들 당시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받았는데

실제 1,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였고 다른 석유 회사들은 당황해서 제대로 대처를 못했지만

BP는 미리 대처 방안을 마련해둔 덕에 잘 대처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내용을 공부해보니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였고 관련된 프로젝트를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맥킨지 서울 사무소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제가 읽었던 책을 비롯해 관련된 책을 저술하거나,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일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컨설팅 회사 소속이었습니다.

물론 이럴 때 맥킨지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하기는 하지만

제안서를 만들면서 이 프로젝트를 따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고

실제 따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알고 해당 재벌의 주요 계열사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지 나름 고민해본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한 기업의 부동산 사업 관련 프로젝트 제안서 작업을 햇습니다.

해당 기업은 전국에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기술 발전에 따라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져

이미 유휴 부동산을 이용한 사업 다각화를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동산 사업은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비핵심 사업이었기 때문에

잘못하면 문어발식 확장이 되어 기업의 가치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부동산 사업을 계속 확장하는 것이 맞는지,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게 좋을 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LOP 작업은 기존의 다른 경우와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고객사가 속한 업종의 회사들 중에 부동산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내린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사례들 대부분은 부동산 관련 자산을 매각하였고

몇몇 회사만이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였습니다.

해당 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였는지를 분석하였습니다.

고객사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임대 사업만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부동산 개발업에 진출하는 경우, 한발 더 나아가 부동산을 활용한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모델들에 대해서 간단한 분석을 하고, 향후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제안서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당시에는 입사 일년이 다되어 가는 때라 제안서 작업 자체는 별로 어려울 것이 없었는데

독특한 팀장(EM)과 일하게 되어 좀 힘들었습니다.

그 팀장은 천재로 알려져 있었는데 괴짜였습니다.

사전 연락 없이 늦게 출근한다던지,  갑자기 전화 연락이 안된다던지 하는 일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저와 제안서 작업을 할 때에도 몇번 그런 일이 있어서

파트너와 팀장, 저 그리고 BA가 함께 회의를 해야하는데 팀장 없이 회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동산 사업 관련 제안서 작업을 끝으로 Beach를 떠나서 병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Comments

comments

2 comments

  1. McKinsey PST를 앞두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