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17): 즐거웠던 병원 프로젝트

병원 프로젝트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 수준이 되는 환자들이 새로운 병원을 이용하려할 것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들어 암처럼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수입이 좀 적어도

치료비가 많이 드는 치료를 받을 의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수준별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조사 규모가 너무 커져서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경제적 형편이 나쁜 사람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에 대해서

설문조사에서 답하는 것과 실제 행동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일정한 경제적 수준을 정해놓고 그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준을 어디로 놓느냐가 문제였습니다.

보통은 연수입 xx원 이상 혹은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xx원 이상 하는 식으로 정의합니다.

문제는

1.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이 치료비가 비싼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야 하고

2. 그 사람들의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 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며

3. 그들을 상당수 Recruit해서 설문조사가 가능해야 한다

는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조건이  중요한 이유를 예를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신규 병원에서 특정암으로 수술받는 사람들의 수는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의 수 (A)

x 그들 중 수술비가 비쌀 때 수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비율 (B)

x 그들 중 일년에 특정암이 발병할 확률 (C)

x 그들 중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비율 (D)

 

의 식을  이용해서 구하게 됩니다.

 

여기서 A~D의 변수를 각각 구해서 대입해야 합니다.

A는 기존 통계자료를 통해서

B는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서

C, D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 통계 혹은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서

구합니다.

 

이때 A와 B에 해당하는 집단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지 않으면

이 둘을 곱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이 집단을 정의하는 기준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엄밀하게 이 둘을 동일한 집단으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며

컨설팅 팀 입장에서는 이를 최대한 맞추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프로젝트 팀 내에서 이를 어느 정도 경제적 수준을 갖춘 사람으로 정할 것인가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팀원 간의 합의를 통해서

일정 액수 이상의 연 수입이 있거나 금융 자산이 있는 경우로 정의하였습니다.

클라이언트 보고회를 할 때, 왜 그 액수를 기준으로 정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궁색했기 때문에

이 질문이 나오지 않기를 원했고 다행히 그 근거를 묻는 질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국내와 중국에서 실시했던 고객 설문 조사와 FGI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둘다 예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내 설문 조사 결과를 제가 만든 모델에 대입해서 신규 병원의 예상 병상 수를 구했는데

과거 맥킨지의 다른 팀에서 구했던 숫자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팀과 저희 팀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병상 수를 구했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흥미로웠습ㄴ다.

 

중국인 대상 조사 결과도 재미있었습니다.

고객사 병원 담당자는 중국 내에서 좋다고 하는 병원들도 시설이 후지기 때문에

좋은 병원만 세우면 암, 심장 질환 등을 치료받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중국인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미용, 성형은 기꺼이 한국으로 가서 진료받겠지만

암 등 중증 질환을 치료받기 위해서 한국으로 가지는 않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들은 중국의 의료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였고 굳이 외국으로 가야한다면 미국이나 유럽을 가지

한국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중국의 실제 의료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인식이 자리잡은 이상 이것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지난 5년간 국내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을 보면

국내로 진료받으러 오는 중국인은 거의 모두 미용, 성형 진료를 받기 위해서 오고 있기 때문에

이 설문 조사 결과는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이런 결과 보고를 들은 고객사 병원 담당자는 탐탁치 않게 받아들였지만

큰 문제 제기없이 넘어갔습니다.

 

맥킨지 이후에 국내 대형병원에서 2년 반 정도 일하면서,

또 이런저런 기회로 다양한 병원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병원 경영진들은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병원 내부 교수 몇명이 모여서 고객 조사와 같은 기본적인 자료도 없이

고객이 이런 것을 원할 것이라는 상상의 그림을 그리면서

병원의 미래를 논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하면

그런식으로 어떻게 신사업을 하느냐는 핀찬만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찌되었건 당시의 병원 프로젝트는 큰 난관 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5월 초에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 되었고 이 병원 설립과 관련된 공공 기관에서

모든 고객사가 모인 상태에서 최종 보고를 하게되었습니다.

병원 분들이나 메이저 클라이언트는 별 이슈가 없었는데

공공기관 분들이 이런저런 challenge를 걸어왔습니다.

이 분들은 신규 병원 규모가 국내 Big4 병원 수준으로 클 것을 기대했는데

맥킨지 팀이 제시한 병원 규모가 이에 미치지 못해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더 큰 규모로 결론 내려줄 것을 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분들의 challenge는 어떤 근거 없는 막연한 내용이어서 거의 다 반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저 클라이언트가 나서서 우리는 맥킨지가 냉정한 분석을 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컨설팅 결과에 만족한다는 메시지를 주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전에 공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했을 당시

고객사 분들은 nice했고  꼬투리를 잡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최종 보고를 할 때 만났던 공공기관 분들은

좀 더 공무원에 가까우면서 억지를 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할 일이 거의 없었지만 가끔 생기는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하는

컨설턴트들이 참 힘들게 일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종 보고를 무사히 잘 끝냈고 약간의 마무리를 하고난 5월 초에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함께 일했던 팀장으로 부터 제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를 평가하는 방식은

Outstanding – Tracking plus – Tracking – Tracking minus – CTL(Counsel to leave)입니다.

그 전까지 저도 그랬고 다수의 컨설턴트들은 맥킨지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 의미인

tracking을 받습니다.

병원 프로젝트에서는 나름 펄펄 날았다고 생각했고 실제 제가 기여한 바가 작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Tracking plus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팀장의 얘기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담당 파트너와 이야기했는데

의사라면 병원 컨텐츠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 정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Tracking plus를 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만약 제가 의료와 아무 관련 프로젝트 들어가서 내용이 이해가 안되어서

헤맨다고 했을 때, 너는 의사니까 좀 못하기는 했지만 봐주겠다고 할 것도 아니면서

제가 익숙한 프로젝트를 잘 해낸 것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억울했습니다.

 

이때쯤 제 입사동기들 중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동기 중 두명이 함께 같은 팀에 들어갔는데

프로젝트 진행이 원활하지가 않았습니다.

국내 주요 재벌의 회장님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발주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맥킨지쯤 되면 대기업 회장님이나 사장님 직속으로 일할 것 같지만

그런 프로젝트는 드뭅니다.

보통 상무나 전무급 임원 산하 팀과 일하며 사장님은 최종 보고 때에나

뵙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회장님이 직접 챙기는 그 프로젝트는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주제가 조직 문화에 대한 것으로 소위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업계 동향 분석이나 재무 분석 등으로 구체적인 근거가 나오지 않고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식으로 진행되기 쉬워서 컨설턴트들이

좋아하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렸습니다.

저는 동료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bias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황은 이랬습니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파트너는 명확한 방향을 잡아주지 못했고,

팀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서 프로젝트는 계속 우왕좌왕했다고 합니다.

결국은 팀 내에서 서로 비난하는 분위기로 흐르더니

담당 파트너가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은 책임을 제 동기 컨설턴트에게로

돌렸다고 합니다.

프로젝트가 잘못된 책임을 담당 파트너가 아닌 일개 컨설턴트에게로 돌렸다고 하면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일년에 두번 컨설턴트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자리인 SAR (Semi-Annual Review)에는

부파트너 이상 직급들만 참여했는데

거기서 프로젝트 담당 파트너가 작정하고 특정 컨설턴트를 비난하면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옹호해주기는 힘든 구조였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어찌어찌해서 회장님에게 최종 보고를 했는데

회장님이 대노해서 프로젝트를 엎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일부 수정해야하는 경우야 빈번하지만 지금까지한 것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다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였습니다.

그만큼 그 프로젝트 진행이 엉망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해당 프로젝트의 기존 팀원들은 대부분 팀에서 빠지고 새로운 컨설턴트들로

팀을 짜서 처음부터 다시 프로젝트를 하게되었습니다.

 

또 한 동기는 이상한 프로젝트에 걸려서 고생하였습니다.

또다른 재벌의 건설 계열사와 함께 일하였는데

맥킨지 서울 사무소가 건설회사 프로젝트 경험이 거의 없어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담당 파트너가 프로젝트를 제안 PT를 할 때

맥킨지가 경기 변동에 따른 아파트 미분양 비율을 예상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프로젝트를 따게되면 그 모델을 클라이언트에게 줄 수 있다고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맥킨지에 그런 예측 모델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동기는 프로젝트 들어가는 날 부터 그 모델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차마 파트너가 거짓말 했다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금요일마다 office Friday로 맥킨지 사무소에서 일할 때 만난 그 동기는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이렇게 쓰면 맥킨지가 유독 나쁜 회사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다른 회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맥킨지는 양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회사는 아직 MBA 학생 신분인 Summer Intern을 정식 컨설턴트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난 김에 맥킨지에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은 사기였던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제가 맥킨지를 다니고 있을 때, 다른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였고 사업을 하고 계신 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사업을 같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재미교포로 맥킨지 싱가포르 사무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뭔가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혹시 제가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오셨습니다.

맥킨지 인트라넷을 통해서 검색하면 맥킨지 현직자 뿐만 아니라 전직자 (맥킨지에서는 동문-alum -이라고 부릅니다.)

들도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명함에 있는 영문 이름과 한글 이름을 영어로 썼을 때 나올 수 있는 이름을

검색해 보았는데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맥킨지에 다니는 사람 가운데 한글이름이 아닌 영어 이름을 회사 내 공식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들 영어 이름으로 불러서 당연히 교포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동명이인이 있는 경우, 뒤에 입사한 사람이 영어 이름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이름이 드문 이름인데 공교롭게도 저보다 6개월 뒤에 저와 한글 이름이 동일한 친구가 입사했습니다.

저랑 서울대 같은 학번이라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만 있고 만난 적은 없었는데

맥킨지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제 영어이름이 이 블로그 주소와 같은 Chiweon Kim인데, 그 친구는 Chiwon Kim으로 써서

원칙 상 동명이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혼동할 것을 우려해서 그 친구가 영어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맥킨지를 나온 지 만 4년 반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 친구 전화인 줄 알고 저한테 전화하는 맥킨지 동료가 가끔 있습니다.

 

또다른 경우는, 정말 우연히 사기임을 알게되었습니다.

제가 맥킨지 나온 이후에 학교 동아리 후배가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한다고 찾아와서 식사를 했는데

맥킨지 이야기가 나오니 마침 동아리 다른 후배의 여자 친구가 얼마 전에 맥킨지에 입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맥킨지에 입사한 과정과 일하는 것에 대해서 전해 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니

도저히 현직자로 부터 나온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이야기하던 친구에게 뭐가 좀 이상하다 그런 식으로 맥킨지에 들어갈 수가 없고

일하는 이야기도 실제 상황과 너무 안맞는다 한번 확인해보라고 말해주는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맥킨지를 사칭한 경우를 접한 것은 이 두 경우인데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드물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회사의 명성에 비해서 직원 수가 작기 때문에 사칭해도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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