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22): 여섯번째 프로젝트에서 나와서 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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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회로 맥킨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글을 마무리짓게될 것 같습니다.

맥킨지에 대해서 궁금한 내용들에 대해서 메일로 (doc4doc2011@gmail.com)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세분이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다음편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 및 아직까지 다루지 못한 잡다한 이야기들로

채우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첫 보고는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어떤 제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상황에 대한 분석과 비판 위주였고

제안서 쓸 때부터 준비했던 자료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손쉬운 보고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쉬웠다고는 해도 첫 보고가 잘 끝났기 때문에 팀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컨설팅을 시작하고 약 6주 가량 후에 있을 PR (Progress Review)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선배 Associate와 BA 모두 각자 맡은 분야를 깊게 들여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전부터 진행해오던 그룹 주요 임원들에 대한 인터뷰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보통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면 데이터로는 알기 힘든 회사 내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임원들에 대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장기 전략 수립에 더해서 회사 조직 내부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룹 내 주요 임원들은 거의 다 인터뷰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아무리 컨설턴트들이 보안을 약속한다고 해도

믿기 힘들어서 의례적인 이야기만 할 것 같은데

의외로 회사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컨설팅 자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기 위해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들려주는 경우도 있고

본인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보면 상당히 현실에 가까운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번 고객사가 보수적이고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강해서 그런지

임원분들도 좋은 분들이 많았고 그분들이 들려준 이야기들도 나중에 정리하였을 때

크게 사실에 어긋나거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한 말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객사의 그런 문화가 성과 달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해고를 하지 않는 문화인데 일반 직원은 물론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임원들도 해고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사업 성과가 좋지 않아도 계속 임원으로 일을 하는 분이 생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우수한 성과를 거둔 분이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조직 내 인력 정체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인터뷰 했던 분 중에

한 사업부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서 사업부장으로 승진한 분이 있었는데

직급은 임원이 아닌 부장이었습니다.

누가봐도 임원이 되어야 하는 그런 분이 승진을 못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고객사가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알게된 고객사의 또다른 문제는

CEO가 하나하나 모든 것을 다 챙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열사 사장이 전결로 결정할 수 있는 사업 규모가 턱없이 작아서

CEO가 작은 투자까지 모두 결정하는 구조였습니다.

회사 내에 자율성이 자리잡기 힘든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결국 CEO가 모든 것을 결정했기 때문에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았을 때 담당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 팀장을 비롯한 맥킨지 파트너들은 고객사 CEO와 정기적인 미팅을 가졌는데

첫보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CEO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맥킨지 파트너들은 이 미팅에서 CEO에게 고객사 조직 문화의 문제에 대해서 공유하고

CEO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CEO에게 직접 이렇게 보고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고객사 CEO가 이를 기분좋게 받아들일 리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음번 CEO 미팅에서 파트너들은 미리 결정한 데로 보고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보고를 받은 CEO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보고가 끝나고 나서 맥킨지의 보고 내용이 고객사에 빠르게 퍼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프로젝트 팀의 고객사 직원들로 부터 전해들은 바로는

한 임원이

맥킨지는 CEO에게 그렇게 보고해준 것만으로 밥값을 다했다

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맥킨지가 고객의 가치 창출을 위해서 일한다고 해도

이렇게 CEO에게 대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마 그 전까지의 CEO 미팅을 통해서 CEO가 그런 보고를 들어도

기분나쁘지 않게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이 보고 건을 보면서

맥킨지가 단순히 갑인 고객사가 시키는 일을 맡아서 하는 회사만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객사 근처에 외식할만한 식당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는 꼬박꼬박 밖에 나가서 사먹고 주위를 한바퀴 산책하고

다시 프로젝트팀 사무실로 돌아와 일하는 생활이 반복되었습니다.

고객사 팀원분들은 당연히(!)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퇴근하였기 때문에

저녁 식사 후에는 맥킨지 팀이 사무실을 독차지하고 일했습니다.

 

프로젝트 팀은 계속해서 PR(Progress Review)에 매진했습니다.

고객사 현황을 보는 것을 넘어서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팀의 다른 Associate와 BA가 맡은 산업은

증권회사 Analyst 보고서 등 산업 전반에 대한 분석 자료가 많았고

고객사 계열사가 해당 산업의 전형적인 기업이었기 때문에

분석이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즉,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그대로 고객사 계열사에 적용해서

Top-down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제가 맡은 헬스케어 부분은

산업 전반에 대한 보고서도 많지 않았고

기업별로 주력 분야가 달라서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적용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고객사 헬스케어 분야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다른 기업 분석 내용을 적용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또, 제가 의사이기는 해도 해당 헬스케어 분야 자체의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분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택한 방법은 고객사 헬스케어 분야의 개별 제품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Bottom-up 방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고객사 주력제품이 국내 경쟁사들의 기존 제품들과

성격이 달랐기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어찌어찌해서 분석 내용을 만들고 장표(powerpoint slide를 이렇게 부릅니다.)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업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이 없었기 때문에

머리속이 명쾌하게 정리되지는 않았고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팀장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진도를 나가고 있었습니다.

맥킨지 입사 1년 6개월이 넘은 Associate 정도되면 (즉, Senior Associate가 되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하면서도 펄펄 날아야 하는게

정상인데 팀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였습니다.

 

그 와중에 PR 날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때쯤부터 프로젝트 담당 파트너들 가운데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리드하는 파트너가

본격적으로 결과물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 팀장과 팀원들이 상의하여 어떤 내용을 어떤 논리로 발표할 지에 대한

스토리라인 (story line)이 잡혀있었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팀원들은 그에 맞추어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팀장과 담당 파트너가 몇차례 커뮤니케이션 하더니

기존의 스토리라인이 완전히 뒤집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컨설팅 프로젝트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일 중 하나가 벌어진 셈입니다.

급기야 팀원들은 고객사 사무실에 있고

팀장이 맥킨지 사무실에 들어가서 담당 파트너와 함께

발표에 사용될 슬라이드 결과물을 손으로 그려오면

팀원들이 기존 분석 자료를 이에 맞추어 재정리하거나

새로 준비하여 해당 자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담당 파트너의 생각이 자주 바뀌면서

전날 그려준 슬라이드를 열심히 작업해서 만들어 보내면

다음날 다른 슬라이드를 새로 만들라는 지시가 오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팀장이 맥킨지 사무실로 가서 담당 파트너를 만나는 동안은

어떤 슬라이드를 만들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팀원들은 손을 놓고 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에 손으로 그린 슬라이드가 오면

이를 바탕으로 새벽 4~5시까지 작업해서 마무리를 짓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몸도 힘들었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PR을 위한 보고서 준비를 끝낼 수 있었고

맥킨지에서는 파트너와 팀장만 참석한 PR 보고회는 별 무리 없이 끝났습니다.

고객사에 따라서는 PR 보고 자리에 팀원들이 참석하거나

심지어 고객사 사장 앞에서 팀원들이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수적인 고객사답게 팀원들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PR 이후에는 한단계 더 깊은 분석과 본격적인 개선안 작성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PR 전에 이미 헤매기 시작한 저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보다못한 팀장이 프로젝트 소속이 아닌 맥킨지 파트너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였습니다.

다행히 그 파트너는 많은 도움을 주었고

그나마 헤매는 와중에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사실상 혼자서 좌충우돌하면서 프로젝트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좌충우돌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는 심해졌습니다.

급기야는 아침에 출근할 때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하면 몸에 후유증은 크게 남지 않고

프로젝트에서는 빠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나오기로 하고 나서 주위 동료들과 이야기 해보니

대부분 맥킨지를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한두번씩은 해본 것 같았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스트레스 많은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때 평일에는 새벽까지 일해도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주말을 집에서 보내면서도  스트레스에 가위 눌리면서

소파나 침대에서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중에 와이프로부터 들은 바로는 이때 제가 집에서 짜증을 내는

빈도도 잦았다고 합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던 와중에 또다시 몸에 무리가 왔습니다.

결국 입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몸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게되었습니다.

팀장 및 프로젝트 담당 파트너와 이 상황에 대해서 상의를 했고

결국 프로젝트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이미 프로젝트가 중반을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미안했지만

몸에 무리가 오는 상황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고맙게도 팀장 및 팀원들은 다른 말 없이 제 건강을 걱정해 주었고

이렇게 프로젝트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적은 바 있지만 맥킨지는 가족 및 건강과 관련된 이슈에는

포용력이 높은 회사입니다.

워낙 업무 강도가 높다가보니 이런저런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시시콜콜히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나쁜 자세로 앉아서 일하다 보니 허리 디스크가 생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프로젝트에서 나와서 짧게 휴가를 가졌습니다.

건강 이슈때문에 연달아서 두개의 프로젝트에서 나오게 되었고

마지막 프로젝트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과연 컨설팅을 계속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친하게 지낸 입사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프로젝트로 한참 바쁜 때라 많은 이이기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제일 신경 쓰였던 것은

힘든 것을 회피하는 식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 스스로 이런 식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에도 회피하려고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맥킨지에 들어온 것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는데

더이상 즐겁지 않다면 굳이 계속 다닐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회사에 오래 있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은 내린 상태였지만

이왕이면 맥킨지에서의 경력을 만 2년을 채우고 싶었기 때문에

휴가를 좀 쓴 다음에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가 뜨지 않으면 제안서 등 회사 내부일을 하면서 3월까지 일하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3월쯤 퇴사를 하려면 본격적으로 job search에 나서야했습니다.

저는 헬스케어 쪽으로 옮기기를 원했기 때문에 옵션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는 헤드헌터와 지인들을 통해서 여러 곳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제약회사 마케팅 쪽을 알아보았지만 연말이라서 자리 자체가 없기도 하고

제약 경험없는 사람을 마케팅에 쓰고 싶어하지도 않아서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예전에 만났던 삼성서울병원 병원 경영하는 의사분께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연락을 드렸고

2010년 1월부터 새로운 기획 조직을 출범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자리는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그분께서 주선해 주셔서 기획 조직의 수장을 맡을 보직 교수님과 인터뷰를 하게되었습니다.

큰 무리 없이 인터뷰를 잘 끝냈고 이어서 원장님, 행정 임원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저는 3월정도까지 맥킨지에 적을 두고 이후에 이직을 할 생각이었지만

2010년 1월에 조직이 새로 생기다 보니 병원에서는 1월부터 출근하기를 원하였습니다.

따라서 삼성병원으로 이직하려면 그때 바로 결정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헬스케어 분야로 이직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쪽을 계속 찾아보기위해서는 해를 넘겨서 몇개월까지  기다릴 것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구직활동을 해야했습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대형병원의 병원경영을 경험해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고

삼성그룹내 다른 계열사들이 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부르짓고 있던 때라

삼성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런 계열사들의 헬스케어 신사업과 관련된 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이부분은 나중에 잘못된 기대임이 밝혀집니다….)

사실 삼성병원으로 가면 좋은 이유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어차피 맥킨지를 떠나기로 한 것 시간 오래 끌지 말고 자리를 옮기자는 생각이 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삼성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삼성병원으로의 이직을 준비하면서 일반 기업과는 다른 것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제가 일반 직원이 아닌 의사로 입사하는 것이다 보니

인터뷰 등 프로세스를 관장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 하나가 끝나면 결과가 어땠는지, 그 다음 프로세스는 무엇인지 안내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번번히 처음 연락했던 의사분께 전화를 드렸고

그분이 나서서 여기저기 말씀을 넣어주셔야 진행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입사하는 날까지 연봉 등 benefit package가 포함된 입사 offer를 받지 못했습니다.

입사 조건에 대한 협상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삼성병원과의 협의를 마쳐가면서 맥킨지에 정식으로 퇴사 의사를 전했습니다.

컨설팅 회사는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파트너 혹은 윗사람을 찾아가서 사표를 낼 필요가 없고

인사 담당자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면 되었습니다.

저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의사를 밝히고 나면

불러다가 만류하거나 못나간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없고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퇴사하면 되었습니다.

당시 인사 담당자와는 개인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 이미 퇴사 의사가 있음을 알리고  퇴사 준비와 관련된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3월 정도면 퇴사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퇴사 준비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미리 의사를 밝힌 것이 회사 내에 소문이 나거나 하지는 않아서

인사 담당자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잘 알고 지냈던 파트너 한분에게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나란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은 제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

즉, 이렇게 그만두는 것은 어려움을 회피하는 것이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본인도 그렇게 힘든 적이 있었으나 참고 견디며 돌파해서 파트너까지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섭섭했는데

과연 이분은 내가 그 고민을 하지 안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부분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 사람에게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서

다시 한번 마음이 싸하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서였습니다.

그래도 이후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위 지인들에게도 12월말로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맥킨지에서는 퇴사할 때 근무 기간에 따라서 유급 휴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처럼  1년 이상 2년 미만일 때는 1개월,  2년 이상 근무한 경우는 2개월 유급휴가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 이상 근무했을 때 더 길게 유급휴가를 쓸 수 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12월 초에 퇴사 의사를 밝혔고 12월 31일로 퇴사였기 때문에 이 유급 휴가를 전부 쓰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퇴사하는 컨설턴트들이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소속이 없는 것보다는 맥킨지에 적을 두는게 좋기 때문에

유급 휴가가 끝나고 나서도 6개월인가 까지 무급휴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퇴사가 빈번한 상황에서 퇴사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맥킨지 직원에게 회사가 들어주는 의료보험인 Cigna보험은 퇴사 후 3개월까지 더 적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경우 3월말까지 Cigna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혜택이 특히 좋았는데 Cigna 보험 혜택 가운데 1년에 한번 적용되는 것들을 한번 더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액수 제한 없이 본인과 배우자가 원하는 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매년 한벌의 안경을 맞출 수 있는 것입니다.

안경도 처음에는 액수 제한이 없었는데 다들 너무 비싼 안경을 맞추어서 나중에 제한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전까지 저런 안경은 누가 맞추나 싶은 가격의 안경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외에 퇴사를 앞두고 맥킨지에서 해준 대출을 갚아야 했습니다.

비교적 좋은 조건의 대출이었는데 다른 은행들을 알아보고 대환 대출을 받아서 갚았습니다.

그리고 입사할 때 지급받았던 노트북과 회사 출입 카드키를 반납하는 것으로 퇴사 절차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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