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zbuhel Grand Hotel
Kitzbuhel Grand Hotel

나의 맥킨지 이야기 (6): 미니MBA에 가다

맥킨지 입사한 이야기만 쓰고 나면 금방 프로젝트 이야기로 갈줄 알았는데

그 전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제 동기들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배치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그중 두명이 수일 내로 브라질에 있는 팀에 합류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막연한 ‘세계를 누비는 맥킨지 컨설턴트’의 모습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막상 들어보니, 브라질 현지 치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이동할 때마다 경호 차량이 따라온다고 해서

그리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구나고 생각했습니다.

 

대개의 신입사원들이 그렇듯이 맥킨지 신입사원들도 외국에서 프로젝트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태워주는 비지니스 클래스를 타고 외국에 나가서

영어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동기들 중에 맥킨지를 다니는 중에 외국 프로젝트를 해보지 못한 것은 저 혼자였는데

회사에서는 저같은 사람들을 로컬턴트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막상 외국에 나가게되면 불편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고

또, 저처럼 애가 있는 사람은 그런 불편한 점이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입사하자마자 외국으로 프로젝트 나간 경우 중에 가장 독특했던 사람은

저보다 6개월 앞서 입사한 batch에서 입사하자마자 유럽으로 (끌려)가서 제가 입사할 때가 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온 BA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피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동기들은 프로젝트 팀으로,

저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동기들이 프로젝트팀 사람들과 환영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모습을 보고

저만 뒤쳐지는 것 같기도 해서 좀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세상에 나온 지 얼마안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남은 시간에는 영어학원을 계속 다니면서 미니MBA(MMBA) 숙제를 했습니다.

신입인지라 숙제 제대로 안해가면 큰일 날 것 같아서 나름 열심히 했는데

막상 교육받으러 가보니 제대로 안해온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숙제는 Finance의 기본적인 부분을 엑셀로 실습하는 내용과

읽기 과제들이었습니다.

또한 중간 중간에 참여자들 전원이 참여하는 call이 잡혀 있어서 한시간짜리 국제전화를 걸어야 했습니다.

저는 3월 30일~4월 18일에 걸쳐서 MMBA를 받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2008년 3월 28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MMBA를 시작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교육을 위해서 외국에 갈 때는 비지니스클래스가 아닌 이코노미클래스를 타야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뮌헨으로 국내선 비행기로 이동하였고 뮌헨공항에 밤에 도착하니

택시 기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보내준 택시이니 별 문제야 없겠지만 밤에 산길을 한시간 정도 달리니

중간중간 무서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교육 장소인 Kitzbuhel에 무사히 도착하였고 개인 방을 배정받았습니다.

숙소 겸 교육 장소로 쓰인 곳은 Grand Hotel Kitzbuhel라는 곳입니다.

맥킨지가 이 곳을 통으로 임대해서 교육 장소로 쓰고 있으며 McKinsey Alpine University라고 부릅니다.

호텔 관계자들 이야기로는 Kitzbuhel이라는 곳 자체가

남부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유명한 고급 리조트 타운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묶었던 호텔은 그렇게 고급스럽지는 않고 그냥 깔끔한 시설이었습니다.

 

그 당시 교육받았던 자료들을 이년정도 전까지 그대로 보관하다가

중요해 보이는 것 위주로 스캔하고 전부 버렸는데 스캔한 파일을 찾지 못해서

당시 커리큘럼 같은 것을 정확히 소개하기는 힘듦니다.

대략 기억나는 것은 처음에 Microeconomics(미시경제)로 시작해서

Finance, Strategy, Marketing, Operations하는 식으로

경제, 경영의 기본이 되는 영역들을 다루었습니다.

 

교육기간이 총 19일이었는데 주말이 두번 끼어있었고 첫번째 주말은 이틀을 모두 쉬고

두번째 주말은 일요일만 쉬었으니 실제 교육받은  날 수는 16일이 됩니다.

16일간 위의 영역들을 자세히 다룬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MMBA 과정도 그럴 의도는 없습니다.

과목당 3~5일 정도씩 배우며 주로 오전에는 강의를 받고,

오후에는 강의에 바탕을 둔 Case study를

조원들끼리 수행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강사들은 북미 혹은 유럽 MBA의 현직 교수들이었습니다.

교수들 소속 학교 중 제가 알만한 학교는 INSEAD 밖에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학교 소속은 아니었지만 맥킨지와 오랫동안 일한 분들인 만큼

짧은 시간에 맥킨지 컨설턴트가 알아야할 만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특히, 웬지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과목인 Finance의 교수님이 유머도 넘치시고

쉽게 잘 가르쳐 주셔서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총 40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고 그 중 한국 사람은 저 혼자였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중에 의사가 저까지 7명이라는 사실입니다.

맥킨지 컨설턴트 전체의 약 1% 정도가 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많은 의사가 한꺼번에 모인 셈입니다.

국적도 다양해서 미국 의사가 4명 (내과 2, 외과1), 독일 의사 1명 (성형외과), 영국 의사 1명 (GP: 일반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받는 교육이다 보니 전체 참가자 가운데 서양인(?)이 다수였고

동양계는 중국인 3명, 중국계 미국인 1명, 한국인 저로 몇명되지 않았습니다.

 

또, 특이했던 것은 한국에서는 Business background가 없는

신규 Associate만이 MMBA에 참여한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DTA는(Direct to Associate: 예전에 설명드린 것처럼 맥킨지는 대졸 사원인 BA가 일정 기간 근무 후

맥킨지를 ‘졸업’해서 MBA를 마치고 다시 복귀해서 Associate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근무 성적이 좋은 일부의 BA는 MBA없이도 바로 Associate로 승진하게 해줍니다.

이들을 DTA라고 합니다.) 서울에서는 MMBA 참가 대상이 아닌 반면

미국에서는 참여 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온 친구도 맥킨지에 5년 이상 근무했는데 MMBA 대상이 되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맥킨지를 ‘one firm’이라고 하면서 전세계에서 같은 rule이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뭔가 서울사무소에 대해서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이미 맥킨지에서 상당히 근무한 친구들은 교육 중에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특히 Case study를 하는 오후 시간은 맥킨지 프로젝트와 유사한 과제를 받았기 때문에

저같은 생짜 신입들은 얼떨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맥킨지 근무 경력이 있는 친구들은 뭐라고 해야하나 말년 병장 같은 분위기로

느긋하게 지켜보다가 한두마디 툭툭 던지면서 도와주곤 했습니다.

 

교육 과정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고 호텔에서 나오는 음식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밥 자체는 그럭저럭 이었는데 디저트가 잘 나와서 3kg 정도 살이 쪘습니다.

전세계에서 온 40명이 함께 지내면서

과거 뉴질랜드 교환학생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문화적인 차이를 느꼈습니다.

서양계 친구들은 교육이 끝난 저녁 시간에 부지런히 뭉쳐서 클럽에 다니고 놀러다닌 반면

저를 비롯한 동양계 친구들-게다가 동양계는 모두 남자였습니다.-은

애초에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또, 어디를 가나 인기 없는 동양계 남자답게(?) 우리들끼리 놀거나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쉬었습니다.

그리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그 작은 동네에도 중국 식당이 하나 있어서

중국인, 중국계 친구들과 가끔 외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육을 시작하고 첫번째 주말은 이틀을 오롯이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Kitzbuhel 자체가 유명한 스키리조트이고 제가 교육받았을 때가

스키장 영업 종료 직전이었기 때문에

스키를 잘 타는 친구들은 스키를 타러갔고

일부는 야간 기차를 타고 5~6시간 정도 걸리는 비엔나로 여행을 가기도 했으며

저를 비롯한 몇몇은 숙소에서 쉬면서 당일치기로 짤즈부르크를 다녀왔습니다.

스키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슬로프 경사가 워낙 무시무시해서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Kitzbuhel이 ‘Pearl of the Alps’라고 불린다면서

세계 10대 스키 리조트에 올려놓은 사이트도 있네요.

스키를 타러간 동료들 중 한명은 다리를 다쳐서 cast를 하고 와서 계속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스키를 타다가 다친 지라 산에서 내려와야 하는 등 이송비가 만만치 않게 발생했을 것입니다.

교육 기간도 맥킨지 재직 기간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맥킨지에서 제공하는 Cigna 보험을 이용할 수 있어

다행히 그 친구(미국인 외과의사)는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키 실력이 안되는 저로서는 하루는 근처 하이킹을 하고나서

차를 렌트한 친구와 함께 뮌헨을 다녀왔고

다음 날은 짤즈부르크를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이렇게 교육 기간 중

주말에 개인적으로 놀러나갈 때 먹는 식대까지 전부 회사에서 지원해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그런 제도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perks가 전혀 없다시피한 병원에서 생활한 저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교육기간이 거의 3주에 이르는 지라 중간을 넘어갈 때쯤에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뒤로 갈수록 operation 등 재미없는 과목을 배웠기 때문에 더 지겹게 느낀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맥킨지의 교육, 연수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다루었지만

맥킨지에 입사한 모든 직원(컨설턴트, 비컨설턴트 포함)은

컨설팅에 대한 입문 교육인 BCR(Basic Consulting Readiness)과

사무소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합니다.

두 교육 각각  한 주씩 받게 됩니다.

 

그리고 컨설턴트는 입사 후 일년 정도 후에 (정확히는 9개월~18개월 정도?)

BA는 1주일짜리 BA training(BAT)를 받고

Associate는 2주일짜리 Initial Leadership Workshop(ILW)를 받습니다.

이 두 교육은 기간이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들어보니까 전체적인 교육 내용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보통 맥킨지에서는 근무 기간이 6~9개월이 지나면

너도 이제 Senior BA 혹은 Senior Asso니까 잘 해야한다는 말을 못이 박히게 듣는데

그렇게 맥킨지 고참 처럼 일하는 자세를 가르켜주는 그런 종류의 교육입니다.

맥킨지의 다른 교육과 비슷하게 주로 role playing을 통해서 배웁니다.

저는 2009년 1월에 싱가포르로 ILW를 다녀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리고 Associate은 2년 정도 되었을 때

1주일 짜리 EM training(EMT)를 통해 EM(팀장)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후는 제가 안되어 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각 단계마다 일정한 근무 연수가 지나면 다음 단계로 승진하기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을 받습니다.

그리고 맥킨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면

전세계의 신임 파트너 전원이 부부동반으로 연수(?) 혹은 휴양(?)을 가는데

매우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한다고 맥킨지 전 파트너였던 오마에 겐이치가 쓴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라는 책에 나와 있습니다.

 

또한 EM(팀장)정도 되면 Strategy, Marketing, Operations 등

6개의 function 중에 한가지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이때 외국에서 연수를 받기도 하고, 온라인 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온라인 교육이 개설되어 있는데

엑셀 잘 쓰는 법이나 모델링 하는 법 같은 것들부터

훨씬 복잡한 주제들까지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습니다.

다만, 평소에는 프로젝트가 바빠서 못하는 경우가 많고

프로젝트 사이 사이에 프로젝트에 배정되지 않는 때(이를 on the beach라고 합니다.)에

간혹 듣기도 했습니다.

 

미니 MBA 일정은 별다른 일 없이 잘 끝났습니다.

교육이 끝나갈 때쯤 짐을 챙기는데 교육 기간 중에 받은 자료가 워낙 많아서

어떻게 짊어지고 한국으로 올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때, 교육 담당자가 교육 파일을 모두 담아올 수 있는 가방을 나누어주었고

이와 함께 나눠준 주의 사항에는

만약 귀국 시 교육 자료를 항공 수화물로 부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면

전부 교육 비용으로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비슷한 교육을 매년 수차례 반복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짐들을 어떻게 끌고 한국으로 가야하나 하고 걱정하고 있는 신입에게는 고마운 배려였습니다.

 

귀국해서 월요일부터 사무실로 출근했고 이미 4월이었기 때문에

3월에 대한 time sheet를 작성했습니다.

아마 다른 컨설팅 회사나 로펌에서도 비슷한 서류를 작성할 것 같은데

한달 동안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의 시간을 사용했는 지를 기록하고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의 회사 경비를 썼는 지를 기록합니다.

 

즉, 맥킨지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액수로 프로젝트를 따 왔을 때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데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된 인건비와 기타 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것입니다.

맥킨지 내부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된 컨설턴트의 직급에 따라서 시간당 인건비가 책정되어 있고

컨설턴트들이 해당 프로젝트에서 얼마의 시간을 썼다고 기록하면 이를 통해 인건비를 계산하게 됩니다.

로펌의 경우 이렇게 ‘일한 시간 x 변호사의 시간 당 인건비’로 계산해서 고객에게 청구한다고 들었지만

컨설팅 회사는 고객에게 청구하는 금액은 프로젝트 시작 전에 이미 결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수익 계산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직급별 시간당 인건비가 얼마인지 알려져 있지는 않은데

파트너의 경우 (당연하지만)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기타 비용에는 밤 8시 이후까지 일하면 나오는 저녁 밥값이나

저녁 9시 이후까지 일하면 나오는 귀가 시 택시비,

각종 외부 보고서 사용에 따른 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모든 프로젝터 및 맥킨지 내부 활동에는 charge code가 부여되어

이를 time sheet에 작성하여 어떤 활동을 위해 얼마의 시간과 돈을 썼는 지를 기록합니다.

 

charge code는 알파벳 3자리 + 숫자 세자리로 표시되는데

예를 들어 제가 미니 MBA를 위해 가는 도중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식사한 비용은 ZZW878이라는 코드가

미니 MBA 도중 휴일에 뮌헨에 가서 식사한 비용은 ZXQ091이라는 코드가 부여되었습니다.

그렇게 청구하면 ZZW878은 맥킨지 내 미니 MBA를 개최한 쪽에서

ZXQ091은 서울사무소에서 부담하는 식으로

비용이 나누어 집니다.

(이것은 예를 든 것이고 실제 비용 부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charge code는 보통 해당 회사가 속한 그룹사에 공통된 알파벳 코드를 부여하고

이후 프로젝트(정확하게는 프로젝트 제안서를 쓴) 순서에 따라 숫자가 부여됩니다.

예를들어 XXX007이라는 코드가 부여되었다면 XXX그룹의 회사에 대해서 7번째로 제안서를 쓴 프로젝트라는 뜻이됩니다.

 

비용청구가 끝나자 마자 처음 배치될 프로젝트에 대해서 소개받았습니다.

그때까지 시작될 지 확정되니 않은 프로젝트였는데 레저산업을 하는 C사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client confidentiality 때문에 회사 이름 혹은 업종을 공개하지 못합니다.

제 글을 계속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전에 A사, B사라고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C사라고 이니셜을 달았을 뿐입니다. 이는 회사 이름과 무관합니다.)

의료와는 전혀 상관 없는 업종이였고

그야말로 한명의 제너럴리스트인 컨설턴트로서 배치를 받는 셈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주 뒤에 프로젝트 시작이 최종 결정되어

제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프로젝트의 실제 시작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게 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경우 C사 프로젝트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모 제약회사 프로젝트가 조만간 뜰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어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제약회사 프로젝트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C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당시 컨설턴트 숫자가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C사 프로젝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갈 예정으로 묶여 있어서

갑자기 시작된 다른 의료 관련 프로젝트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예정된 프로젝트가 취소되어서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on the beach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On the beach란 컨설팅 프로젝트에 배치되지 않고/못하고 있는 상태를 부르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해변에 있다’는 의미인데 컨설팅 회사가 그렇게 호락호락 쉬게 내버려 두지는 않습니다.

On the beach라도 휴가를 내지 않으면 당연히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며

보통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제안서(Letter of Proposal: LOP) 작업을 하거나

기타 회사 내 지식 축적을 위한 작업 등을 했습니다.

그래도 ‘on the beach’라고 불릴 정도면 여유가 있지 않겠나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LOP는 대개 파트너 혹은 AP들이 현재 돌아가고 있는 프로젝트에 시간을 쓰고 남는 시간을 쪼개서 봐주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니, 밤 11시 쯤에야 미팅을 하고 그때 지적받은 사항을 다음날 아침까지 작업해야 하는 일이 자주 생겼습니다.

즉, 낮에는 탱자탱자 일하다가 새벽에 달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인들과 작업을 해야할 때는 외국 시간에 맞추어서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새벽까지 conference call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들어가기로 한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해당 업종을 다룬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 컨설턴트들이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파리 사무소에서 1명, 홍콩사무소에서 1명이 오게 되어 있었고 한국에서는 저와 입사 2년이 지난 BA 한명, 그리고 한국인 팀장이

참여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홍콩과 파리에서 온 친구들은 모두 BA였는데 홍콩에서온 BA는 홍콩 현지의 유사 업종 프로젝트를 한

경험이 있었고 파리에서 온 친구는 직접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외에 서울사무소 소속의 외국인 부파트너가 참여하게 되어  영어로 프로젝트를 하게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C사가 속한 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프로젝트를 하여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그룹 수뇌부의 인정을 받아

따낸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사무소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그룹사의 여러 계열사를 long term client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보다 더 많은 외국인 컨설턴트들을 참여시킨 것 같습니다..

 

팀장과 한국인 BA는 이미 프로젝트의 제안서 단계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배경 및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저도 catch up하기 위해서 그동안 맥킨지 내부에서 정리된 자료들을 읽는 것으로 프로젝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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