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8): 레저회사에서 컨설팅 하기

맥킨지에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one-on-one session을 통한 피드백을 주는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하자면 1:1로 만나서

상대방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컨설팅 회사도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현재 잘하고 있는 부분들, 더 좋은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그 사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입사 초 교육 때 맥킨지 팀장들이 해준 이야기에서도 특히 신입사원으로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정기적으로 팀장에게 시간을 청해서 피드백을 받도록 하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팀장의 경우, 프로젝트 때문에 바빠서

신입 컨설턴트에게 따로 시간을 내서 피드백을 줘야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꼭, 본인이 나서서 요청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저의 첫번째 one-on-one session은 프로젝트의 파트너와 였습니다.

고객사 사무실에 일하러 온 파트너가 어느날 저에게 one-on-one session을 하자고 하여서

둘이서 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기존의 제 병원 경험으로 보아서 이렇게 끌려 들어오면

대개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선 파트너가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이 느낀 것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신입으로서 비교적 잘 적응하고 팀원들이나 클라이언트와도 잘 지낸다는 장점을 우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맥킨지에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파트너를 포함해서 팀원들이 모이는 회의 시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해서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맥킨지식 표현으로는 value-add를 해야한다는) 했습니다.

아직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팀에 기여하지 않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원래 성격도 그렇거니와, 의과대학과 병원 생활을 거치면서 누군가 나를 지적해서 질문하지 않는 이상

가만히 있는게 중간은 간다는 걸 배운터라, 팀 회의 시간에 제 목소리를 내는 건 영 어색했습니다.

컨설팅 회사의 팀 회의는 나름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자기 의견을 이야기 하는게 당연한 자리라

그렇게 가만히 있어도 특별히 저를 신경쓰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이야기 안하고 가만히 있었다는 기억은 남기 마련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프로젝트 팀에는 외국인 BA가 두명이 있었고 외국인 부파트너도 한명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의는 영어로 해야했습니다.

한글로 목소리를 높여 제 의견을 내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은 처지에

그걸 영어로 한다는 것은 고역이었습니다.

화제 전환은 또 얼마나 빠른지, 한참 남들이 영어로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머리속으로 영어로 할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 화제가 바뀌어

그때까지 제가 준비한게 허사가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른 팀원들이 말하는 걸 보면 적당히 이야기 하는 요령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맥킨지를 나올때까지 회의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One-on-one session에 대해서 부연하면 한국적인 문화에서 어색할 수 밖에 없는데

나름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맥킨지 전, 후에 제가 있었던 조직 문화를 생각해보면

사고를 쳐서 혼나기 전에는 내가 이 조직이 요구하는 대로 잘 하고 있는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 한국의 다른 기업이나 조직 문화도 비슷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사람 이런 점만 고치면 더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있을텐데’하는 부분이 있어도

본인은 그런 얘기를 들을 기회도,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노력할 기회도 없기 마련입니다.

또, feedback session이 조직 전체의 문화로 자리잡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feedback을 주면 우선 저의가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되기도 하고,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많은데

회사 전체적으로 그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줄 수가 있습니다.

또, 맥킨지에서는 반드시 하급자에게도 상급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의무화(?)하교 있어서

상급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이때쯤 시장 조사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 특성 등 많은 변수에 따른 결과를 봐야하기 때문에

조사업체를 통해서 무수히 많은 엑셀표를 요청하고 받는 과정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사업체와 기본적인 분석에 대해서만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제공받을 수 있는 자료에는 제한이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제가 노가다로 때워야 했습니다.

무수한 시간을 엑셀에 매달려서 비슷비슷한 표를 수없이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시장 조사 결과는 예상한 것과 비슷하게 나왔고

저를 비롯한 여러 컨설턴트들이 일하는 기본 자료로 쓰일 수 있었습니다.

 

6주차 사장 보고를 했는데 분위기가 매우 안좋았습니다.

지난번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와는 너무나 달랐고,

팀장의 발표 내내 사장님과 임원들은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큰일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보고가 끝나고 임원들은 한결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고

사장님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고가 끝나고 갑자기 고객사 팀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고객사 임원 이하 팀원들의 긴급 회의가 소집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보통 이런 규모의 보고가 끝나면 컨설팅 팀원들은 회식을 하거나 일찍 집에 가는 분위기인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고객사 회의는 상당 시간이 지난 후에 끝났고

그들과 논의하러간 팀장과 파트너는 매우 나쁜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요약하면, 고객사 사장님과 담당 임원은 맥킨지에게 수익성 높일 방법 찾아오라고 했는데

시키지도 않은 새로운 비지니스모델을 짜온 것에 황당해했다는 것입니다.

즉, 컨설팅 팀은 전략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했는데

고객사는 운용방안(operation)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고객사 사람들은 맥킨지가 알아서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 맥킨지가 해주기를 원하는 일들의 리스트를 정리해서 넘길테니

그 일들을 해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듣고 일단 그날은 퇴근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고객사로 출근해보니 고객사 직원들과의 미팅이 잡혀 있었습니다.

미팅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우리를 짜증나게했던 과장이 주도했습니다.

결론은, 고객사 측에서 약 100개의 세부 업무 리스트를 마련했고 남은 기간동안

이를 마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confidentiality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게 많지만 그 리스트에 있던 일 중에는

‘유가 변동이 고객사 시설 입장객 수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예상할 수 없었던 일부터

고객사 시설 개선을 위한 방안들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유가 변동이 미치는 영향의 경우, 당시(2008년 4월) 유가가 높았는데

시설 입장객이 감소한 이유를 맥킨지의 손을 빌려서 그룹 상층부에 나름 어필해 보려고 한 것 같습니다.

모델을 만들어 보니 유가와 입장객 수와는 뚜렷한 관계가 없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가가 높을 때 오히려 입장객 수가 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컨설턴트 한명 당 15~20개 정도의 일이 주어졌습니다.

이렇게 일을 나누어 받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고객사에서 누군가가 해야하는데 제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던 일들을

뭉뚱그려서 저희에게 던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100가지 일에 대한 리스트가 우리에게 전달될 때쯤 팀원 개편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BA 두명은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귀국하기로 했고

MBA 1년을 마치고 써머인턴으로 온 Summer Associate 1명과,

뉴욕 사무소 소속인 한국인 Associate 1명이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고객사 팀에서도 인력이 보강되어 기존의 기획부서 인력 외에도

현업부서 인력들이 몇분 추가로 참여했습니다.

고객사는 시설 개설 당시에 인력을 많이 뽑았고

그 분들 다수가 회사에 남아 있어서 중견 간부급 인력이 많은 인력 구조였는데,

저와 함께 일하게 된 분도 그렇게 입사해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었습니다.

보통 컨설팅 팀에 참여할만한 스마트한 분은 아니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가 깊고 회사 내 네트워킹이 좋아서

이후 업무 진행에 크게 도움이 되어습니다.

 

제가 주로 맡았던 일 중에 하나는 고객사 시설 이용과 관련한

대기 시간 경험을 개선하는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했던 일은 대기 시간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issue tree를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추상적인 큰 일을 구체적이고 다루기 쉬운 세부적인 일들로 쪼개는 것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입니다.

즉, 상위의 것을 여러개의 하위의 것들로 쪼갰을 때

하위의 것들끼리 서로 겹치는 것이 없어야 하고(Mutually Exclusive)

하위의 것들을 모두 더하면

상위의 것을 빈틈없이 메울 수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Collectively Exhaustive)

 

제가 맡았던 대기 시간 경험 개선에 적용시켜 보면

우선 대기 시간을 줄이면서 경험을 개선하는 것과,

대기 시간은 그대로 두면서 경험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쪼개는 것은 confidentiality 때문에 말씀드리지 못하는데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이슈들이 나와서 흥미로웠습니다.

issue tree가 완성되었을 때는 나름 자랑스러워서 팀 회의 때 파트너와 팀장에게 보여주고 뿌듯해했습니다.

근데, issue tree에서 나온 세부적인 이슈들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짜야 했는데

그 뿌듯함에 취해서 손놓고 있다가 바로 다음번 회의 때 지난 회의 이후로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책을 받았습니다.

 

맥킨지에서는 개개인이 initiative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하기를 요구합니다.

즉, 팀장이나 다른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해야하는 일이 있으면 그냥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 혼자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 모두가 그 개인의 책임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이 아닌 팀장에 발표 자료에 넣을 만한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꼭 혼자서 그 일을 붙잡고 있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회사 내외에서 이용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결과물을 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팀장이나 다른 팀원, 혹은 야간에 슬라이드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인

night crew, 각종 리서치 인력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남들에게 적절하게 일을 시키지 못하면 혼자서 다 엎어쓸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사람에게 적당한 일을

잘 나누어주고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일하는 것은 할만 했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영 익숙해 지지가 않았습니다.

 

대기 시간과 관련하여, 많은 논의 끝에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는) 혁신적인 안이 나왔는데

지난번에 나온 혁신적인 안이 겪은 일을 잘 알고 있다보니 쉽게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고객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혁신 안이 적어도 이론적으로 대기 시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어떤 분석을 해서 이런 증거를 만들 수 있을 지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팀 저녁 식사를 하다가 팀장과 이에 대해서 상의를 했고,

팀장은 뭐 그런 정도의 일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느냐고

내일 저녁에 도와줄테니 같이 해보자는 답을 주었습니다.

 

다음 날 저녁에 팀장과 같이 맥킨지 사무소로 가서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엑셀을 이용해서 혁신 안을 시행했을 때 대기 시간이 어떻게 변할 지를 보여주는 작업이었는데

우선 화이트보드에 전체적인 분석을 어떻게 할지를 함께 정리를 하고

다음에 엑셀에 함수를 하나하나 입력하면서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혼자서 할 때는 막연하고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감도 안잡히던 일이

팀장의 손을 거치니 순식간에 해결되는 것을 보니, 와 역시 맥킨지 팀장은 대단한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엑셀 모델의 결과물은 저의 혁신 안을 강력하게 지지해주었습니다.

남은 것은 이 결과를 잘 정리해서 고객사 사람들에게 설득력있는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슬라이드를 만드는게 익숙하지 않은 터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럴싸한 슬라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또다시  뿌듯하게 만든 결과물을 고객사 사람들과 공유했을 때의 반응은

이론적으로는 그럴싸한데, 실제 적용했을 때 작은 문제만 생겨도 전체 시설 운영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설득하였지만

고객사 직원이 그 ‘작은 문제’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통계를 보여주니

저도 더 이상 반박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문제는 팀장은 수긍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팀장은 고객사 직원들의 지적을 변화에 저항하는 몸부림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고

해당 업무 담당자인 제가 능력껏 고객사 직원들을 설득해서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도

진행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수긍이 안되는 안을 가지고 고객사 직원을 설득할 자신은 없었고

어떻게든 팀장을 포기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식사할 때 등, 시간이 날 때마다 팀장에게 왜 혁신 안이 위험할 수 있는 지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없었는지, 너마저 왜그러느냐는 반응만 받았습니다.

결국 대기 시간 경험 개선이 전체 일 중에서 중요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팀장이 신경을 안쓰게 되었고

이후에 적당히 묻혀버려서, 저도 더 이상 다루지 않고 다른 일들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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