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 시험 (5): 데이터 분석과 그 후

앞선 글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시험 (1): 환자 모집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 시험 (2): 임상 시험 준비 및 시행 Part 1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 시험 (3): 임상 시험 진행 Part 2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 시험 (4): 임상 시험 진행 Part 3

 

임상 시험에 대한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임상 시험 진행 순서 상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소개를 하고

데이터 분석 및 디지털 헬스케어가 임상 시험에 적용되면서

임상시험이 어떻게 바뀔 지에 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그런데 넘어가기 전에 앞서 다루었던

임상시험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해본 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경험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과 조철현 교수님께서 좋은 말씀을 주셨습니다.

(주셨던 대답지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임상 시험에서의 웨어러블 활용에 대한 인터뷰 

 

 

1. 현재 실시 중인 임상 시험의 내용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희 연구팀은 수면 장애 및 기분 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핏비트 및 스마트폰의 센서를 이용하여 환자의 일상생활, 특히 활동량, 수면, 일조량 등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이를 통해 환자이 임상 양상 및 임상 양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매우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 및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임상 시험에 웨어러블을 사용해야겟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수면장애와 기분장애는 환자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는 지에 따라서 치료 결과나 예후가 크게 바뀝니다.

하지만, 외래에서 간헐적으로 환자를 평가하거나 보호자로부터 추가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는

환자의 일상 생활에 대해서 제한적인 파악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웨어러블을 사용하는 것은 이렇게 부족한 정보를 획기적으로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웨어러블 사용이 적어도 수면장애나 기분장애 환자에서 피험자의 임상 시험 또는

치료 순응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웨어러블 사용이 환자로 하여금 단순한 약물 투약 등의 방법이 아닌

자기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이해를 바꾸고

수동적인 환자 역할을 벗어나서 증상 조절을 위한 능동적인 주인골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3. 임상시험에 사용할 웨어러블을 선정하기 위해서 여러 회사 제품을 비교하셨을 것 같은데

검토하신 장비들은 무엇이고 이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또한 최종적으로 핏비트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대표적인 웨어러블 브랜드인 미스핏 샤인, 조본 그리고 핏비트를 검토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사용자 편의성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배터리와 방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이 기준에서 우선 고려한 제품은 미스핏 샤인입니다.

그래서 미스핏 본사에 연락을 했는데 연구를 위한 데이터 접근에 대해서

상당히 방어적이고 폐쇄적이었습니다.

또한, 이 제품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음으로 핏비트는 데이터 접근이나 이용이 미스핏에 비해 상당히 유리했습니다.

핏비트는 API를 공개하였고 100% raw data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끔 해주었습니다.

특히, 현재는 개발자 계정을 얻게되면 쉽게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방성이 핏브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다만, 핏비트는 임상 시험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슈는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이슈입니다.

특히, 수면 등에 대한 데이터는 미국에서 환자의 중요한 개인 정보로 취급받습니다.

또한, 핏비트는 의료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의료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 정확성 등이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핏비트에서 아쉬운 점은 저희 연구진은 Actiwatch를 어느 정도 대체하기를 원하는데

핏비트에는 조도 센서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서는 핏비트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고 사용하고 있으며

조도에 대한 부분은 스마트폰의 센서를 사용하여 해결하고 있습니다.

 

연구 시작한 다음에 국내 웨어러블 회사인 직토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제품을 보았는데

제품의 디자인과 퀄리티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기대가 됩니다.

임상 시험을 하는 입장에서 지속적이고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웨어러블 제작이나 측정 알고리즘 등과 관련해서 다양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임상 시험에 좀 더 특화된 앱 개발, 더 나아가서 웨어러블 개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저희 연구에서 심박 데이터도 중요한데

직토에는 심박 센서가 없다는 점입니다.

 

4. 핏비트를 사용한 임상 시험을 사용하시면서 추후 어떤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을 지 

제안 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 우선 어느 정도 충분한 의학적인 근거와 배경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핏비트는 의료기기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를 사용해서 임상 시험을 비롯해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한다면

의학적인 insight를 가지고서 기기로 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재구성하고,

적절하게 가중치를 주어서 의학적인 용도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생각해야할 부분은 센서를 통해서 얻는 1차적 정보에만 매달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걸음걸이, 칼로리 소모량, 잠자는 시간 등의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까 하는 고민은

누구나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이러한 정보들을 어떻게 재조합하고, 가공하며

다른 그 무엇과 연결시켜 2차적 정보를 만들고 이를 어떻게 사용할까하고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의학적 이론과 임상 경험이 있는 의료인들이 제시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또한, 환자가 웨어러블에 대해 필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좋은 것은 확실한 의학적 효용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핏비트와 같은 웨어러블은 주로 life style modification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임상 시험에서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인내와 확신을 가지고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중한 경험을 공유해 주신 조철현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

임상시험 프로세스로 보았을 때

다음으로 다룰 것은 데이터 분석입니다.

iClinical 프로세스

iClinical 프로세스

앞선 글에서 쓴 것 처럼 Mendor라는 스마트 혈당 측정계에 대한 원격 임상 시험의 경우

eClinicalHealth 회사의 Clinpal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임상 시험 과정을 도와주는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많이 있습니다.

프로테우스의 스마트알약과 공동으로 임상 시험 플랫폼을 만든 오라클은

프로테우스의 협력 이전부터 임상 시험 플랫폼을 운영해 왔으며

메디데이터 회사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원격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임상 시험과 관련된 프로세스 전반을 지원하기도 하고

이 가운데 일부에 대한 서비스만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iClinical이라는 회사 의경우 

임상 시험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지원합니다.

iClinical

iClinical.io

 

임상 시험 과정에서 매우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임상 시험에서는 이 과정을 수작업 혹은 반자동으로 실시하여

사람의 손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임상 시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들어 Phase 1 임상 시험의 경우, 연구자가 정확한 시간에 채혈을 해야하는데

수작업으로 라벨 붙이고 채혈하고 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시간 이후에 채혈을 하게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라벨을 바꾸어 붙이는 등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 시험 과정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런 오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의 경우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중요합니다.

일부 대규모 임상 시험의 경우, 아직 목표로 했던 기간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 분석 (interim analysis) 결과, 치료법의 효용성 혹은 무용성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서

중도에 임상 시험을 중단하고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는데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이  진화하게 되면서

과거에 임상 시험 중간에 한번쯤 분석해보았던 정도를 넘어서서

임상 시험 중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임상 시험을 더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Disclaimer: 제가 임상 시험을 다루는 임상 약리를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수료하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아래에서 다루는 내용은 잘 알지 못합니다.

여러 Article을 보면서 정리한 내용이니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이 점을 감안하고 읽어 주십시오)

 

Adaptive trial 및 Platform trial과 같은 개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얼마 전 JAMA (Jounr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학술지에 실린

 ‘Fusing Randomized Trials with Big data’라는 제목의 아티클에서

이 내용을 개괄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이들 개념은 원래 있던 것이며 이 아티클은 개괄적인 수준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Adaptive trial은 굳이 번역하자면 ‘반응형 임상 시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FDA guidance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전 계획을 통해서 임상 시험 피험자로부터 수집되는 정보에 바탕을 두고

임상 시험 설계 혹은 가설을 변경할 수 있는 임상 시험을 의미한다.

(a study that includes a prospectively planned opportunity for modification

of one or more specified aspects of the study design and hypotheses

based on analysis of data (usually interim data) from subjects in the study.)

 

 

예를들어, 임상 시험을 진행하면서 중간분석한 결과

특정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 치료법에 더 적합하다고 ‘학습’하게 되면,

이를 반영하여 환자 모집 기준을 변경하게 됩니다.

 

임상 시험 진행 도중 어느 한쪽이 효과가 있을 확률이 좀 더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험자 모집 기준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료법 A와 B를 비교하는 임상 시험에서 A가 효과가 있을 확률이 70%라고

짐작되는 경우 치료법 A로 배정되는 비율을 70%로 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response-adaptive randomization이라고 합니다.

 

이때 연구를 변경할 수 있는 기준은 연구자가 연구 도중에 임의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자의 어떤 의도가 반영될 가능성 때문입니다.

adatpve trial의 정의에서 나온 것처럼

이런 기준은 ‘사전에 계획’ 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사전에 계획하는 경우 예상하지 못한 데이터는 반영할 방법이 없어서

Adaptive trial의 의미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연구자의 편견 (bias)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IBM 왓슨과 같은 인공 지능을 여기에 도입한다면

사람의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Plaform trial은 얼마 전 또다른 JAMA 아티클에서 별도로 다루었습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질환에 대해서 동시에 다양한 치료법을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최선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로

피험자를 배정하고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통계 툴을 사용한다

(Aplatform trial is defined by the broad goal of finding the

best treatmentforadiseasebysimultaneously investigating

multiple treatments, using specialized statistical tools

for allocating patients and analyzing results.)

 

기존의 임상 시험은 특정 상태에 이른 특정 질환에 대해서

치료법 2~3가지를 비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Platform trial은 특정 질환의 다양한 상태에 대해서 다양한 치료법을 동시에 연구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중환자실에 심한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다양한 항생제 조합, 환자의 면역 조절 (immunomodulation) 및

인공호흡기 사용 방법들을 동시에 시험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환자에서 (예: 쇼크 동반 여부 등) 다양한 치료법의

효용을 산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의 임상 시험이라면 쇼크를 동반한 세균성 폐렴 환자에서

A항생제 조합과 B 항생제 조합을 비교하는 식으로 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Platform trial은 훨씬 더 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일종의 연구 ‘플랫폼’임을 알 수 있습니다.

 

Adapative trial과 Platform trial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이들과 관련해서 핵심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가능한 최대한 빠르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간단히 소개한 iClinical과 같이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의

역량이 발전하게 되면 이런 식의 연구들도 더욱 많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임상 시험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Disclaimer: 이 소제목은 낚시성입니다.)

 

이번 글까지 다섯번에 거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임상 시험에

활용되는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가 적용되면서 앞으로 임상 시험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감히 제가 답할 수 있는 종류의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단서가 될만한 내용 한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 연설에서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시작한다고 선언했습니다.

NEJM의 관련 글에 실린 오바마 대통령의 이야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저는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암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을 완치하는데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데 필요한 개인별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의 편견으로는 Precision Medicine 이야기가 나오면

아 또 유전자 분석 (혹은 이와 유사한 단백질 등등 분석)하겠다는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개개인의 특성을 읽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유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휴먼게놈프로젝트가 끝나면서

이제 인체와 질병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이에 기반해서 표적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법이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개인에 맞는 최적의 약을 쓰는 등의 개인별 치료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입니다.

 

Precision Medicine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1인 임상 시험 (one-person trial) 혹은 N of  1 trial이라는 개념입니다.

최근 Nature의 comment에서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 comment에서 다룬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개념은 현재의 치료법, 특히 약물이 이를 복용하는 환자의 일부에게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Humira와 같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의 경우 복용하는 환자 네명 중 한명만이,

Nexium과 같은 위궤양약은 복용하는 환자 25명 중 한명만이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참고: Nature의 comment를 보면 정신과 약 Abilify가 미국내 매출 1위 처방 의약품 인것으로 나옵니다.

지난 글에서 프로테우스가 만든 스마트알약 헬리우스가 결합된 최초의 약물이

Abilify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결국 워낙 매출이 높던 약의 특허가 만료되니까 그 시장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페이스북에 올린 제 글의 댓글에서

제약회사 사노피에서 근무하시는 송윤정 선배님이 지적하신 적이 있습니다.)

 

즉 매우 많은 환자가 효과가  없는 약을 먹고 있으며

대다수의 약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약의 효과를 입증하는 기존의 임상 시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통적인 임상 시험은 보통 수백~수천명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의 ‘평균적인’ 결과에 대해서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서 그 효과를 평가하게 됩니다.

 

A라는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 중에 효과가 뛰어난 사람부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있을 수 있지만 개개인에서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sub group analysis을 통해서 약물에 효과가 있는 몇몇 특징 (연령대, 성별, 특정 유전자 타입)을

찾아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서

개인별 맞춤 치료라고 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기존 의학에서는 고혈압으로 새롭게 진단된 환자가 있으면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약물 중에 한가지를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항암제 등 일부 특수한 경우에는 환자의 나이나 성별 혹은 암 조직에 대한 유전가 검사 결과를 보고

그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약물을 처방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앞서 언급한 1인 임상 시험과

다수의 1인 임상 시험들을 묶어서 결론을 도출하는 N of 1 trial입니다.

1인 임상 시험은 개개인별로 임상 시험을 해서 그 반응을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기존에 의사들이 진료했던 방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약을 줘보고 잘 안들으면 다른 약으로 바꾸면서

환자에게 잘 듣는 약을 찾아나갔던 그 방식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의사가 환자의 반응을 봐가면서 치료 방법을 다루는 것만으로는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가 힘든데

엄밀한 설계와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서

이를 임상 시험으로 발전시킨 것이 1인 임상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인 임상 시험은 과거부터 있던 개념입니다.

미국의 AHRQ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for Quality) 같은 곳에서는

사용자 가이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1인 임상 시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환자 한명을 대상으로 해서 두가지 치료법을 차례로 적용하는

일종의 cross-over trial을 하고 그 결과를 통계처리 한다는 정도만 알면 될 것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A, B 치료법 중에 어떤 것이 잘 듣는 지를 알고자 한다면

A를 2개월 정도 쓰고 이후에 1달 정도 아무 약도 안쓰는 휴지기를 가진 다음에

B를 2개월 정도 쓰고 이후에 A를 사용했을 때와 B를 사용했을 때를

비교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의 예와 같이 두개의 치료법만을 비교한다면 그나마 수월하지만

유사한 약물이 매우 많다면 최적의 약물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한, 여전히 상당 기간 동안 별 효과가 없는 약물을 복용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이라면 어차피 장기간 치료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려도 큰 무리가 없을 수도 없지만

전이성 암환자와 같이 기대 생존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이 약 저 약 테스트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여러개의 질병을 가진 사람은 다양한 1인 임상 시험을 반복해서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임상 시험 특히 다른 사람들이 받은 1인 임상 시험 결과로 부터

의미를 이끌어 내서 이를 다른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것이 바로 N of 1 trial입니다.

다수의 1인 임상 시험을 종합해서 의미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사람가운데 그 약에 비슷한 반응을 보일만한

특징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 특징이 의미가 있는 경우 이를 가진 다른 사람들도

그 약에 대해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특징은 일종의 예측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Precision Medicine하면 유전자를 떠올렸던 것도

유전자가 강력한 예측인자가 된다고 생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아직 유전자는 강력한 예측인자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저렴해지고 있고 백만원 유전자 분석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직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전자 보다는 환경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가 이슈라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후자가 이슈라면 유전자 분석만 가지고는 Precision Medicine을 구현하기 힘들 것입니다.

 

23 and Me와 같은 일반인 대상 유전체 분석 서비스와

각종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들이 확산되면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해서 훨씬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Precision Medicine과 관련해서 위에서 이야기한 두가지 이슈 모두가

해결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Nature Biotech의 commentary에서 다룬 digital phenotype이

(‘디지털 정보로 본 질병 특성’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구독하지 않고는 초록도 볼 수 없습니다.

mobihealthnews에서 이 commentary에 대해서 다룬 글은 보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소셜미디어, 웨어러블 및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점점 많은 건강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질병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질병의 특성 (disease phenotype)을 알아내기 위한

전통적인 접근 방법이었던 신체 검진, 검사 결과, 영상 검사 결과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데이터를 적절하게 수집하여 분석한다면

질병에 대해서 보다 통합적으로 또한 세세한 차이를 반영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질병의 발현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질병 특성 (Digital Phenotype)을 통해서 본다면

개개인의 디지털 기술과의 상호 관계가 질병의 진단, 치료에서 부터

만성 질환의 관리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사람의 질병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Through social media, forums and online communities, wearable technologies

and mobile devices, there is a growing body of health-related data

that can shape our assessment of human illness.

Such data have substantial value above and beyond the physical exam,

laboratory values and clinical imaging data—our traditional approaches

to characterizing a disease phenotype.

When gathered and analyzed appropriately,

these data have the potential to fundamentally alter our notion of

the manifestations of disease by providing a more comprehensive

and nuanced view of the experience of illness.

Through the lens of the digital phenotype, an individual’s interaction with

digital technologies affects the full spectrum of human disease from diagnosis,

to treatment, to chronic disease management.)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Ginger.io라는 회사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수집 분석하여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예를 들어 활동량, 전화나 문자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정신과 환자의 상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현재는 주로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만성 질환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지 않았던 수많은 정보가 모이고

이를 활용해서 Ginger.io와 같은 회사가

Digital Phenotype을 제시하면

유전자 분석만을 사용했을 때보다

환자별 특성을 더 깊이 알게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정보량이 많아지게 되면

사실상 모든 종류의 진료 행위와 환자가 N of 1 trial에 포함되게 되며

이를 통해 의학 지식이 실시간으로 바뀌어서

어느 순간 알람이 와서 확인해 보니 지금까지 먹던 약은 당신에게 효과가 없으니

빨리 의사를 찾아서 다른 약으로 바꾸어 처방을 받으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현재 기술의 한계는 감안해야 합니다.

현재의 기술에서는 정신과 질환이나 만성 질환, 신경계 질환에서

digital phenotype을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암과 같은 질환에서 페이스북에서 환자가 이야기한 내용이나

걸음 걸이 수 등을 분석해서 digital phenotype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이 보다 넓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 시험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학지식이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임상 시험의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기존에 알고 있는 의학 지식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애플 리서치킷 연구용 앱들 처럼

새로운 의학지식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도들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심전도, 혈압, 혈당 등의 생체 정보와

환자의 증상 관련 정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

기존에 질병과 크게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정보들까지 수집하게 해줌으로써

Digital Phenotype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게 되면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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