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 시험 (2): 임상 시험 준비 및 시행 Part 1

앞선 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시험 (1): 환자 모집

 

 

이렇게 힘든 환자 모집 과정을 디지털 헬스케어의 도움을 받아서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마치고 난 다음에는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위한

과정이 이어집니다.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임상 시험에서는 피험자를 모아서

임상 시험의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 후 동의서에 사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 과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환자 모집에서부터 교육/동의서 취득, 임상 시험 실시 과정까지 도움을 주는 애플 리서치킷

Apple Healthkit process

Apple Researchkit process

애플이 내놓은 연구 플랫폼인 리서치킷은

이 과정을 디지털로 처리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리서치킷은 이 부분만 처리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애플 제품 사용자 가운데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참가자를 교육하고 동의서를 받아 주며

설문 조사를 실시하거나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

임상 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즉, 애플의 제품을 활용해서 원격 임상 시험을 실시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서치킷에 대한 아이폰 사용자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2015년 3월 리서치킷을 공개했는데

공개 24시간 만에 스탠퍼드대학교의 심장 혈관 연구에 1만 1,000명,

마운트시나이병원의 천식 연구에 2,500명,

파킨슨병 연구에 5,589명이 신청했습니다.

이 중 임상시험 참여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리서치킷 발표 직후로 인한 홍보의 영향도 있겠지만 실로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리서치킷을 처음 발표했을 때 함께 공개한 연구용 앱은 5가지 였습니다.

mPower (파킨슨병: Sage Bionetworks, University of Rochester)

Share the Journey (유방암: Dana-Farber Cancer Institute, Penn Medicine, Sage Bionetworks and UCLA’s Jonsson Comprehensive Cancer Center)

GlucoSuccess (당뇨병: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Asthma Health (천식: Mount Sinai’s Icahn School of Medicine, LifeMap Solutions)

MyHeart Counts (심혈관 질환: Stanford Medicine)

 

이렇게 모집된 참가자들은 리서치킷에 내장된 교육 및 동의서 작성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리서치킷 블로그에는 각 연구별로 동의서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Research kit consent

Research kit 동의서 내용 (출처: www.researchkit.org)

 

이렇게 동의서까지 받은 다음에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리서치킷에 열광하고 신청했던 사람들 중

실제 임상 시험에 참여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혹시 그들은 애플이 뭔가를 한다니까 그냥 흥분해서

신청했다가 막상 동의서를 작성하고 임상 시험에 참여하려니

귀찮아서 다 빠져나가지는 않았을까요?

 

리서치킷 블로그에는 마운트시나이병원의 천식 연구의 현황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운트시나이병원 연구자들은 Asthma Health라고 하는 앱을

사용해서 연구를 실시했는데

참가 신청을 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동의서를 작성하고

동의서 작성 다음날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리서치킷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상 시험 시작 이후에는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을까요?

마운트시나이병원 연구자들은 (친절하게도) 그 데이터도 공개했습니다.

Asthma Health 일간 참여자 수

Asthma Health 일간 사용 빈도

기존의 임상 시험을 하는 입장에서는 사용 빈도가 너무 빨리 줄어드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연구자들은 이 정도면 게임이나 SNS 앱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매주 월요일마자 사용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매주 월요일마다

push alarm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초기에 발표된 5가지 질환 가운데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 앱인

mPower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앱은 아래와 같은 4가지 활동(activity)과

질병에 대한 설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mPower app (출처: http://journeywithparkinsons.com)

mPower app (출처: http://journeywithparkinsons.com)

 

각 활동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mPower app (출처: www.fastcompany.com)

mPower app (출처: www.fastcompany.com)

 

미세 움직임, 걸음걸이, 목소리 등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을 평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mPower 앱에 대한 안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외에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 운동량, 식이, 수면, 약물 복용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합니다.

매일 이런 활동들을 수행하는데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연구는 무엇을 보려는 것일까요?

위의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파킨슨병의 다양성에 대해서 익히고

이런 다양성을 묘사하고 다루는 방식을 향상시키며

모바일 장비와 센서가 파킨슨병 및 그 진행 정도를 평가하여

궁극적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Our goals are to learn about the variations of PD,

to improve the way we describe and manage these variations,

and to learn whether mobile devices and sensors can help measure PD

and its progression to ultimately improve the quality of life for people with PD)

 

좋은 말이지만 연구의 내용이나 목적을 보면 파킨슨병에 대한

어떤 미지의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아이폰 및 앱을 사용해서 파킨슨병의 증상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지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앱들 역시 이정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서치킷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의료계를 열광시켰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미치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리서치킷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보다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해야할 것 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애플은2015년 4월에 리서치킷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여

IRB (Institutional Rview Board: 임상 시험 심사위원회) 리뷰를

의무화 하는 등 5개의 앱을 통해 파일럿을 진행함으로써

문제점을 찾아내서 리서치킷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서치킷 발표 당시 시작되었던 5개의 연구 외에도

리서치킷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UCSF는 성적 소수자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LGBTQ)에 대한

추적 연구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성적 소수자가 많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병원다운 연구입니다.

PRIDE (Population Research in Identity and Disparities for Equality)라고 이름 붙은

연구를 통해서 성적 소수자에서 어떤 건강 상의 이슈가 있는 지를 추적 관찰하여

찾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연구 시작 후 6~9개월 간에는 연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건강 상의 이슈가 있는 지를

크라우드 소싱하고 이후에는 토픽을 확정하여 매년 30분 정도 걸리는

설문 조사를 매년 실시하여 성적 소수자들의 건강 관련 위험 인자들을 찾아내겠다고 합니다.

 

지난 7월에는 제약회사인 GSK와 퍼듀 제약 (Purdue Pharma)가 리서치킷을 사용한

임상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으며

길리아드와 화이자는 그럴 계획이 없음을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또한, 스탠포드는 MyHeart Counts앱을 사용한 임상 시험을

홍콩과 영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예일대에서 심근병증 (Cardiomyopathy: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에 

대한 리서치킷 앱을 내놓으면서 임상 시험을 시작하였습니다.

연구 참가자들은 삶의 질 및 심장 관련 증상에 대한 자가 진단 설문을 실시하고

(환자가 원하면) 6분 걷기 테스트를 해서 체력과 심박수 변화를 체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리서치킷 발표 이후 나오는 연구앱들을 여기까지 살펴보면

초기 5개의 연구앱과 비슷해 보입니다.

Patientslikeme를 활용한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기존의 의학 지식을 뒤엎을만한 연구라기 보다는

기존의 의학 지식을 모바일로 확인하는 것에 가까운 연구들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3개의 리서치킷 앱이 동시에 소개되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지만

이들은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새로운 진단 앱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런 점에서 기존의 리서치킷 연구를 한단계 발전시키려고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듀크대학교는 Autism and beyond라고 하는 자폐증 연구 앱을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부모용의) 설문지와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증을 비롯한 소아 발달 장애를 스크리닝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진단용 앱인 것 같지만

아직 진단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연구용이라고 합니다.

 

오레곤 대학교는 Mole Mapper라고 하는 피부암 (정확히는 Melanoma) 스크리닝

앱을 내놓았습니다.

피부의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촬영하여 피부에 있는 점의 크기와 위치가

변하는 지를 추적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역시 내용만 놓고 보면 진단용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연구용으로 내놓은 것 보면 진단 보다는 정보 수집의 목적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는 EpiWatch 앱이라고 하는 간질 진단을 위한 앱을

내놓았습니다.

애플워치의 센서가 수집하는 정보를 사용해서

간질 발생 전/중/후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여

간질 발생 중 혹은 발생 전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간질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mpatica 회사가 만드는 Embrace 팔찌가 하는 것을 애플워치만으로 구현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Embrace는 피부 전기 활동 (Electrodermal Activity) 센서가 핵심이기 때문에

수집하는 정보와 알고리즘은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이들 3개의 앱은

간질을 예측하거나 간편하게 자폐증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 등

새로운 의학 지식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즉, 기존의 리서치킷 앱은 기존 의학 지식을 모바일에서 평가해 보는 수준이었다면

이들은 새로운 툴을 사용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섣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들 앱은 2세대 리서치킷 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서치킷을 활용한 연구의 경우 데이터의 정확도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Patientslikeme의 경우 환자들을 위한 소셜네트워크이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이 자신의 기록을 볼 수 있어서 의도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기록을 남길 가능성이

낮지만 리서치킷은 익명으로 연구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럴 개연성이 높습니다.

또한 Patientslikeme에서와 마찬가지로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전체 환자를 대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서치킷의 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의 한계는 상당부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리하자면 애플의 리서치킷은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하여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동의서를 받으며

임상 연구를 진행까지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수준에서 리서치킷을 통해 실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임상 시험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과 연동되는 장비가 많아져서

더욱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게되면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조건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기존의 임상시험에 비해서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임상시험 참가자 규모와 진행 속도 면에서 기존의 임상시험을 압도하기 때문에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임상 시험 준비 및 시행을 담당해 줄 수 있는 서비스와 관련해서

몇가지를 더 다루어야 하는데 리서치킷 만으로 내용이 너무 많아져서

다음번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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