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주요 이슈들(5): 규제에 대한 고찰 – FDA 및 우리나라 규제 현황

다섯번째 이슈로 규제기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 앞선 포스팅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주요 이슈들(5): 어떤 규제가 있는가? – FDA) 에서

전부 다루려고 했으나 FDA 규제 변화 역사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양이 많아서

본격적인 내용을 다루지 못했습니다.

나름 머리를 싸매고 정리한 내용이었지만 단 한개의 ‘좋아요’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디지털 헬스케어에 깊이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면

무미건조한 내용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포스팅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규제와 관련된 내용과 그 방향, 의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미국 FDA

FDA 규제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그림 한장으로 요약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상황만 알고 싶은 분들은 이 그림만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FDA regulation framework

FDA regulation framework

간단히 설명하자면 FDA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하여 규제하는 분야는

대략 위의 6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과 Software module은 아직 규제 지침 초안 혹은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2014년 4월 헬스케어 IT에 대한 규제와 관련된 입장을 정리하여 미국 의회에 제출한

헬스 IT 보고서(FDASIA Health IT Report)에서 향후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는 분야로

명시되었기 때문에 머지 않아 이에 대한 규제 지침 초안이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FDA의 규제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기존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에게 미칠 위험에 바탕을 두고 규제를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으며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데이터 시스템(Medical Device Data System: MDDS)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한 것이나

악세사리 기기를 메인 의료기기와 별도로 규제하기로 정하는 등,

환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적다고 밝혀진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규제 지침을 내놓을 때 지침에서 다루는 대상을 정의하고

지침이 다루지 않는 내용을 분명히 함으로써 혼동의 여지를 줄이고 있습니다.

또한 규제 조항에 그치지 않고 해당 사례를 자세히 다룸으로써

업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FDA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규제 지침을 내놓을 때마다 기존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에게 미칠 위험에 바탕을 두고 규제를 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앞선 지침 혹은 보고서에서 향후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는 분야를 명시하면

곧 이어 그에 대한 지침이 나오고 있습니다.

 

(2) 한국 식약처

FDA가 2013년 9월 25일 규제 지침을 발표한 후

2013년 12월 식약처는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FDA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지침은

FDA 지침과 유사하게 모바일 플랫폼, 모바일 앱 및 모바일 의료용 앱에 대한 정의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FDA 지침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FDA는 2011년 이후 나오고 있는 모든 규제 지침 및 초안에서

환자에 미치는 위험에 바탕을 둔 규제를 하겠으며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천명하고 있는 반면

식약처 지침에서는 이런 언급은 없습니다.

오히려 서문에서 ‘의료목적에 사용되는 앱의 경우, 일반적인 모바일 앱과 달리

제품의 미세한 오류 등에 따른 진단 및 측정값의 변화로

불특정 다수의 모바일 앱 사용자에게 의학적 오류 등 잠재적 위해요소가 내재되어 있으므로

위해요소 사전 예방 차원의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라고 하여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울러, FDA와는 달리 모바일 의료용 앱을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과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는 모바일 앱’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FDA지침에서 재량에 따른 규제 대상(enforcement discretion)을 별도로 설정하여

의료기기이기는 하지만 환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규제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를 두었는데

식약처 지침에서는 이 것이 빠져있어서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모든 앱은 규제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입니다.

 

이후 식약처는 지금까지 규제 지침을 내놓지는 않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이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2014년 3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5에 심박 센서를 탑재했을 때 벌어졌습니다.

식약처는 이전까지 심박수를 표시하는 제품은 용도에 상관없이 의료기기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갤럭시S5 출시에 맞추어 운동 및 레저용 심(맥)박수계를 의료기기와 구분해 관리하는 내용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고시 개정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과 운동·레저용 제품으로 구분해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고시를 개정하게 됐다”고 하였지만

2013년 12월 발표한 지침에서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가 삼성전자의 제품 출시에 맞추어

갑작스럽게 규정을 바꾸려고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2014년 9월 갤럭시 노트4에 탑재된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국내에서 의료기기로 간주되어 이를 비활성화하고 출시한 이후 (미국에서는 레저용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의료기기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활성화하고 출시되었습니다) 발생했습니다.

2015년 1월 식약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의료용과 비의료용(레저용)으로 구분하는

‘의료기기 품목의 소분류 및 등급’ 제정 공고안을 행정예고 하였습니다.

즉, 의료기기로 규제 받지 않고 스마트폰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탑재해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 역시 앞선 조치와 마찬가지로 원칙 없이 특정 업체에 맞춰주기 식으로

규제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이런 식약처의 규제 방향은 FDA와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규제의 폭이 넓습니다.

식약처는 FDA와는 달리 모바일 의료용 앱을 규제 대상과 비규제 대상만으로 구분하고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모든 앱은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규제 내용을 보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FDA가 꾸준히 지침을 개정하면서

관련 기기들이 환자의 안전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위험이 적다면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 차례 규제 지침 발표 후 추가 발표가 없습니다.

 

세 번째 예측 가능성이 낮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가운데 아직 다루지 않은 분야가 무엇인지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식약처가 어떤 분야에 대한 지침을 내놓을 지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그에 대한 규제를 뒤늦게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런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환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기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 입장인 FDA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의료에 적용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비해서

식약처는 아직 규제에 치우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회사들이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 점점 힘들어져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3) 한국 의료법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와 관련해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원격진료 허용 문제입니다.

현행 의료법에서 원격 진료는 의료인 사이에만 허용되고 있는데

의료인과 환자간에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전자신문에 ‘정쟁에 갇힌 원격의료, 세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선점 멀어진다’는 제목하에 실린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원격진료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 등 기업과 분당서울대병원 등 병원이 앞다퉈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대부분 국내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 반면에 미국 등 원격진료를 허용한 국가에서는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심전도를 측정하고 원격으로 진단을 받는 얼라이브코 서비스는 국내에도 잘 알려져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 대형병원 한 의사는 “부정맥환자들은 부정맥 현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병원을 방문해서 심전도를 측정할 수가 없다”며

“부정맥이 발생했을 당시 바로 측정해 의사에게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의료행위는 불법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매체에서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처럼 원격 진료를 허용한 국가에서는 모바일 헬스케어가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격 진료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원격 진료가 허용된다면 모바일 장비에 저장된 정보를 바로 의사에게 전송하고 의사의 관리를 받아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겠지만

원격 진료가 허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위의 기사에서 예로 든 얼라이브코(AliveCor)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 진료를 받기가 쉽고 진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심전도를 측정한 다음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혹은 응급실을 방문해서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건강 관리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제품 혹은 서비스 역시 사용자가 평소에 건강 관련 정보를 저장한 다음

의사의 진료를 받을 때에 그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엉뚱한데 있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질병 관리 서비스가 의료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의료인은 …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질병 관리 서비스 자체가 의료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원격 진료 허용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의 BlueStar와 같은 당뇨병 관리 서비스는 국내에서 허용될 수 없습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과거 건강관리서비스법안과 건강생활서비스법안이 발의되었을 때의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2010년과 2011년에 발의된 건강관리서비스법안에서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이와 관련하여 제공되는 부가적 서비스’라고 정의하였는데

여기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한 관리가 포함됩니다.

당시 복지부는 이러한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서비스와 별개라고 주장한 반면 의사협회에서는 건강관리가 의료행위의 일부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민 단체에서 건강관리서비스가 사실상 의료민영화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관련 기사는 여기)

 

이에 복지부는 2012년 건강생활서비스법 제정을 검토하였는데

당시 제정 안에서 기존의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행위와 관련된 서비스를 포함하는 것으로,

건강생활서비스는 의료 서비스와 구분되는 생활습관의 관리 및 질병예방 차원의 서비스로 구분하였습니다.

(건강생활서비스법 제정(안)에 대한 검토: 보험연구원 CEO Report: 2012.11)

즉, 복지부가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한 관리는 의료 행위라고 해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BlueStar와 같은 당뇨병 관리 서비스는 국내에서 의료 행위로 간주되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국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규제로 중요한 것은 원격진료의 허용 여부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료 행위라고 규정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해석될 여지를 남겼으며 이로 인해 초래되는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을 둘러싸고 의사협회와 시민 단체들이 반발했던 것처럼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논쟁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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