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격진료는 어디로 가는가?: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원격진료 시작

원격진료에 대한 제 생각을 뒤집는 내용들이 나와서 글을 써봅니다.

 

사실 바로 전에 다루었던 Teladoc 상장 서류 분석에서도 (링크는 여기에)

기존의 제 생각과 다른 내용이 나왔습니다.

 

향후 성장 전략을 언급하면서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 진료를 예로 든 것입니다.

과거 Teladoc을 비롯한 원격진료 회사들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은

의사와의 장기적인 관계속에서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다루지 않는다고 하던 입장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평하기는 힘들지만

WellDoc의 블루스타와 같은 질병 관리 서비스에 원격진료의 요소를 더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을 뒤집는 또다른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 유수의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위치한) 오하이오주 주민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비디오 채팅 기능을 이용해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관련 기사 링크는 여기에)

 

기사에 따르면 미국 원격진료 회사인 American Well의 도움을 받아

MyCare Online이라는 원격진료 앱을 출시했다고 합니다.

MyCare Online은 이미 2014년 8월 이전부터 앱스토어에 있었는데

기존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환자를 대상으로 해서 예약 원격진료 서비스만 제공했습니다.

예를들어 수술 후 퇴원 환자 관리 같은데 이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오하이오주 주민을 대상으로 하며

진료 예약없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가격은 진료 건당 49달러이고

대상 질환은 기존의 원격진료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피부 발진, 감기 증상, 요로 감염 등 비교적 흔한 질환/증상입니다.

 

그리고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의 데이터를 (환자의 동의를 받아서) 연동해서 진료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또다른 미국 유수의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과 대조를 보입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Better라고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가구 당 월 $49.95를 내면 메이요 클리닉의 간호사가 상담을 해주며

의사에 의한 원격 진료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클리블랜드 클리닉 기사를 보고 놀랬던 것은

저는 대형병원들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원격진료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예전 포스팅 (원격진료가 1차 의료기관을 무너뜨릴 것인가: 링크는 여에)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그 포스팅에 더해서 제 생각을 좀 더 얘기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제가 대형병원들이 원격진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원격진료를 했을 때 경제적으로 손해가 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원격진료라는 것도 결국 대면 진료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물리적으로 시간을 내어서 환자를 보아야 합니다.

즉 환자가 내 앞에 앉아 있느냐 아니면 모니터 안에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의사가 진료를 봐야 하는 것입니다.

대형병원 의사의 입장에서는 진료실의 환자 한 명을 볼 때와 원격진료로 환자 한 명을 볼 때는 똑같이 시간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원격진료의 경우,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어서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지도 모릅니다.

 

대형병원 의사가 진료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격진료 하는 시간은 대면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을 잡아먹게 되는 셈입니다.

 

대형병원은 외래 진료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직원들의 급여뿐 아니라, 병원에 설치되어 있는 CT, MRI의 비용도 지불해야 하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운영하는 비용도 지불해야 합니다.

대형병원 입장에서는 외래를 방문한 환자가 아무 검사도 하지 않고 의사 진료 후에 처방전만 받아서 가면 손해입니다.

 

원격진료 환자는 피검사를 할 수도 없고 CT나 MRI를 찍을 수도 없습니다.

예약만하고 추후에 서울까지 와서 MRI 검사를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할만한 환자들은 진작에 원격진료를 이용하지 않고 서울로 올라와서 외래 진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격진료를 하는 것으로 인한 병원의 수입은 사실상 진료비밖에 없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형 병원 입장에서는 원격진료를 할 때마다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시 클리블랜드 클리닉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진료 건당 벌게되는 49달러 가운데 일부를 American Well에 시스템 운영료로 지불하고

나머지를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Teladoc의 경우, 원격진료 때마다 받는 돈 보다는 정기구독료로 받는 수익이 훨씬 컸고

그렇게 하고도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는데

과연 순수 진료 수익만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원격진료를 통해서 유치할 수 있는 환자 풀을 넓힌다던지 하는 전략적인 목적이 있을텐데

클리블랜드 클리닉 정도 되는 전국구 (라기 보다는 세계구) 병원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원격의료 부분 메디컬 디렉터 (Medical Director for distance health)인

Peter Rasmussen 박사는 성명에서

“우리는 의사 사무실 (의원을 말함)은 문을 닫았고 병원을 가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상황에 처한적이 있다.

또, 한밤중에 아이가 목감기가 있을 때도 있다”

라고 하여 이를 Mycare Online이 이를 해결해주기 위한 것임을 시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서비스는 24시간 운영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원격진료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하는 경우

오하이오주의 1차 진료 클리닉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안그래도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은 미국의 1차 진료 시스템이 더 엉망이 되지나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혼자서 머리 굴리면서 깝치지 말자’는 것입니다.

정말 시장은 넓고 player들은 다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저보고 걸어보라고 한다면

1년 이내에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MyCare Online 서비스를 접는 쪽에 걸겠습니다.

오하이오주의 개원의들이 난리가 나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손해가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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