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가격 책정과 가격 할인 (2): 경쟁, 지불 의향 기반 가격 책정

2. 경쟁 기반 가격 책정

경쟁 기반 가격 책정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주위 경쟁자들의 제품 가격을 수집하여 거기에 바탕을 두고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대개 인근 지역의 가격 수준을 보고 유사한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동네 의원에서 백신이나 영양제를 도입해서 가격을 정할 때 보통 영업사원에게 근처 지역의

시가를 알아보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어떤 원장님들은 경쟁자와 우리 병원간의 차이를 감안하여

다른 가격을 책정하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병원의 임대료와 같은 내부적인 사정을 반영해서는 안되며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가치가 어떤 차이가 있는 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우리 병원이 좋은 건물에 위치해서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올려서는 안됩니다.

좋은 건물에 위치해서 좋은 전망을 보면서 영양제를 맞을 수 있다면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가격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가격 책정 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항상 유념해야합니다.

경쟁 기반 가격 책정을 이야기 하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는데

이를 감안한 가격 책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지불 의향 기반 가격 책정입니다.

 

3. 지불 의향 기반 가격 책정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별화는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1인실을 사용하고자 하는 의향이 높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한 이전 포스팅 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똑같은 제품이라 해도 소비자의 성향 혹은 소비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은 다릅니다.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는 젊은 여성이라면 성형수술에 기꺼이 큰 돈을 쓰려고 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주부라면 성형수술에 큰 돈을 쓰지는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때 성형수술의 가격을 높게 정하면 수술 건당 매출은 높겠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수술을 받게되어

전체 수익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주부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면 연예인 지망생도 싼 가격에 수술을 받게되어

적어도 그 연예인 지망생에 대해서는 손해를 보게되는 셈입니다.

가격을 높이는 것과 낮추는 것 모두 수익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는 셈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별입니다.

똑같은 상품을 더 많은 돈을 낼 생각이 있는 사람, 즉 지불 의향이 높은 사람에게는 비싸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싸게 파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1. 똑같은 상품을 다른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소비자가 불만을 갖지 않게 하고

2.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추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제가 컨설팅 회사 입사 시험을 볼 때 두번째 인터뷰 시험에서 풀어야했던 문제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보일러가 나왔는데 이 보일러의 가격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보일러 가격을 기본으로 해서 거기에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소비자가 얻는

가치를 더한 것을 기준으로 새 보일러의 가격을 정해야한다는 것이

정답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힘든 경우가 많고 특히 의료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전신 성형수술을 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을 때

인생이 바뀐 것의 가치는 얼마로 잡아야할까요?

또 그 가치는 수억원에 달할 수도 있을테데 현실적으로 그 가격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입니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옛날 전자 제품 사려면 용산 전자상가를 찾아가던 시절

가게 앞에 서있는 호객꾼이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고 물었던 것도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가서 의사를 만나기 전에 만나는 경우가 많은

상담실장의 역할도 비슷합니다.

상담실장의 역할은 다양한 치료법을 미리 안내하는 것도 있겠지만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게 가격을 조절하거나

원하는 가격대에 맞는 제품을  권유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밀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성형카페에 가서 검색만 해봐도 어느 성형외과에서 어떤 수술을 얼마주고 했는 지를

훤하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들이 낸 가격을 알게되었을 때 굳이 원래 지불하고자 했던 더 높은 가격을 내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요?

경영학이 찾아낸 방법은 소비자를 일정한 기준 혹은 명분에 따라서 차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불 의향을 짐작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서 소비자를 나누고  그 지불의향에 맞는

금액을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쉽게 판별이 가능한 나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수능 시험만 끝나면 앞다투어 실시하는 수험생 할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는 성인이 되는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의미도 있지만

스스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 비해서 낮은 지불 의향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성형수술이나 피부 미용 시술 받는 것을 남사스럽게 생각하던 시절에는

나이에 따른 할인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미용 수술 받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어진 지금은 그런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그 분들의 지불 의향에 따라서 가격을 조절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불 의향에 따라 소비자를 구분하기 위해 시간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생일 할인이 바로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비급여 진료과에서 생일이 있는 달에 수술이나 시술을 받으면 할인을 해주는 것이 생일 할인입니다.

그런데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굳이 할인을 받기 위해서 몇달씩 기다리지 않고

제 값을 내고 수술을 받을 것입니다.

반면,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몇달 기다려서라도 수술비를 아끼려고 할 것입니다.

5월달에 ‘효도 성형’ 할인을 실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버이날에 다른 선물에 지출할 돈을 성형수술 쪽으로 유도하여 매출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당장 수술을 받지 않고 5월달까지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성형수술에 대한 지불 의향이 낮은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간을 이용한 지불 의향 구분은 제품에 따라서 다른 시간 간격을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예를들어 안면윤곽 수술 처럼 비싼 수술이라면 지불 의향에 따라서

오래 기다리기도 하고 굳이 기다리지 않고 빨리 받고싶어 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에

위에서 살펴본 생일 할인이나 효도 성형 할인이 유효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싼 보톡스 시술은 어떨까요?

보톡스 할인을 받기 위해서 몇달 씩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피부과에서 매주 특정 요일을 ‘보톡스 데이’라고 정해서 할인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만, 매주 할인을 하는 것으로 소비자를 구분할 수 있을 지는 좀 의구심이 듭니다.

매달 31일에 아이스크림 사이즈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스킨라빈스처럼

매달 하루나 이틀 정도에 대해서만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지불 의향을 더 잘 구분할 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거꾸로 올해가 양의 해이기 때문에 양띠인 사람들에게 성형수술을 할인해 준다면 어떨가요?

이 할인을 받기 위해서 1년 이상을 기다릴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지불 의향에 따라서 구분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기념해서 명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한달 동안 라식 수술을 할인해 준다면 어떨까요?

그런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지불 의향에 대해서 전혀 이야기 해주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기분 좋게 할인을 받겠지만

안과 입장에서는 지불 의향과 무관하게 할인을 해주었기 때문에 얻는 것이 없습니다.

 

가격 차별을 적절하게 시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크게 네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소비자가 크게 불만을 느끼지 않을 만한 기준을 통해서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격 차별은 잘못 시행하는 경우 소비자가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별다른 조사 없이 성형외과를 방문하여 상담실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쌍꺼풀 수술이 100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결제를 하고 왔는데

나중에 미용 성형 카페에 들어가 보니 그곳에서 50만원에 수술받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배신감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 성형외과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다룬 사례들 처럼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고 소비자가 크게 불만을 갖지 않을만한

기준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서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번째는 지불 의향이 낮은 고객에게 적절한 장애물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지불 의향이 높은 사람은 굳이 넘어서지 않고 지불 의향이 낮은 사람은

넘어서려고 노력할만한 귀찮음을 설정해서 양자를 분리해야 합니다.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서 생일까지 기다리거나

보톡스 데이인 수요일까지 기다리도록 해야하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이용하는 곳은 없지만 커피숍이나 중국집에서

열번 주문하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것도 지불 의향이 낮은 사람이

쿠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열번 도장을 찍을 때까지 기다리도록하는

장애물을 설정하는 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앱에

쿠폰 도장을 찍도록 해서 소비자를 편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한 곳이 있는데

생각보다 가맹점 확보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앱에 도장을 찍으면 소비자는 편리해 지지만

할인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지불 의향을 구분해낼 수 있는 장애물이 사라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가격 차별을 하기 위한 또다른 전제 조건은

소비자가 이를 이용해서 차익 거래를 하지 못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차익 거래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보톡스를 의료기관에서 맞지 않고 구매해서 다른 곳에 가서 맞는 것이 가능하다면

수험생 할인 가격에 보톡스를 사서 보톡스를 맞고 싶어하는 직장인에게 판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의료의 경우, 서비스 혹은 경험의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런 차익 거래가 불가능해서 해당되지 않습니다.

 

지금 가격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면

단순히 박리 다매를 위한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지

아니면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이용해서 병원과 소비자 모두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Comments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