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4 병원들이 해야하는 일: 미션과 전략적 의사 결정

예전에 썻던 글을 다시 정리해서 쓰는 글입니다. (병원의 옳은 전략은 무엇일까?)

 

제가 근무했던 병원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데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제가 쓰는 이야기들은 그 병원에만 해당되지 않고

다른 Big4 병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병원들도 경쟁 병원을 의식하고 앞서가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Big4 병원들 사이에도 일반적인 수준의 내부 정보를 공유하고, 그 자료를 비교 분석합니다.

어떤 계기로 Big 4 병원들의 경쟁력을 비교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외래나 입원 환자 수 등 일반적인 양적 지표 이외에 질적 지표를 비교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서로 다른 병원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외부 기관의 자료들 위주로 검토하였습니다.

 

그렇게 의료 질적인 경쟁력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로 선정된 것 중에 하나가

급성심근경색증 적정성 평가 결과였습니다.

심평원에서 급성심근경색증의 치료와 관련된 지표들을 분석해서

1~5등급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당시 심평원에서 발표한 병원별 성적은 삼성서울병원만 1등급이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2등급, 그리고 아산병원은 4등급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자리에서 발언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편인데 이 때는 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급성심근경색이라는 병은 심한 통증 때문에 멀리 이동해서 검사나 치료를 받기가 힘들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치료를 잘 하는 것이 Big4병원의 경쟁력인 지 잘 모르겠다,

다른 병원에서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힘든 병을 잘 치료하는 것이 Big4병원의 역할이 아닌가라는

요지의 이야기였습니다.

 

일반 병원들은 물론이고 Big4 병원들도 적자이거나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 난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병원이 수행해야하는 역할이나 잘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수행해야하는 역할은 조직의 미션이라고 할 수 있고

잘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은 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션은 보통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조직의 미션을 기술한 것을 보면 대개 조직이 늘 해야하는 일과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적혀 있습니다.

미션이 좀 더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이야기 한다면 비전은 좀 더 구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말 합니다.

 

여기서 Big4 병원의 미션과 비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홈페이지 내용을 통해서는 미션과 비전을 알기 힘들어 제외하겠습니다.

또한 세브란스 병원은 의미 파악에 지장이 없는 내용은 줄였습니다.

미션 비전

미션 비전

크리스천 계열 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은 종교적인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서 세개 병원의 미션과 비전은 서로 섞어놓아도 구별할 수 없을만큼 비슷합니다.

그만큼 (삼성서울병원이 빠지기는 했지만) Big4 병원이 해야하는 일과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션을 보면 모두 ‘인류의 건강’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병원에 따라 일부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Big4 병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상위 의료 기관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즉, 국내 다른 병원에서 진단이나 치료가 잘 안되는 질병을 해결하는 것이 미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급성심근경색증은 응급 질환으로 환자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 병입니다.

Big4 병원들이 지향하는 전세계 인류는 차치하고, 실질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급성심근경색증이 생겼을 때 Big4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적절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제가 전공의하던 때만해도 충청도쯤에서 발생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Big4병원으로 가겠다고 사설구급을 불러서 타고 가다가 도중에 너무 아프니까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급성심근경색증은  Big 4 병원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가 없으며

경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많은 자원을 투자할 영역이 아닙니다.

그럴 자원은  관상동맥 우회술 이나 복잡한 암수술 같이 ‘전국구 병원’이 하위 병원들로 부터

 의뢰받아서 해야하는 영역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을 때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다른 Big4 병원들이 1등급을 받지 못한 것이
이런 고민에 바탕을 두고 전략적인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의 자료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08 2009 2010 2011 2012
서울아산병원 1 4 2 1 1
서울대병원 3 2 1 2 1
삼성서울병원 1 1 1 1 1
세브란스병원 1 2 2 1 1
2009년 이후에는 2등급 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병원이 나오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모두 1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2009년 당시에는 어떤 이유(아마도 응급실 도착 이후 빠른 시간 내에 시술을 해야하는 규정을
맞출 수 있는 자원을 갖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때문에 급성심근경색증 치료 1등급을 받지 못했으나
곧바로 1등급을 받기로 결심하고 자원을 투자하여 등급을 끌어올린 것 같습니다.
이런 결과는,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공신력 있다고 생각하는) 심평원이 여러 병원을 비교하는 지표로 발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급종합병원, 그 중에서도 Big4 병원들을 다른 병원들과 동일한 기준을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그 병원들의 존재 이유를 무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Big4 병원들의 미션과 비전을 보면
이들 병원들도 그저 멋있는 표현을 만들어 내는데 급급하여
자기 조직의 존재 이유를 이해 (혹은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나왔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고양에 위치한 지역 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명지병원의 병원장님 인터뷰 입니다.

(메디칼 타임즈: “암, 당뇨 버리고 뇌, 심장으로 승부수”)

“모두가 전국구 병원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명지병원은 다릅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과 다른 길을 가야 미래가 보인다고 믿습니다.”

철저한 지역 중심의 의료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병원과 맞불을 놔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며

“그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을 파고들어야 답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승부수는 응급환자다. 적어도 지역내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는

모두 명지병원에서 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명지병원은 뇌혈관센터와 심혈관센터의 인력과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최근 권역별 응급센터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p.s.> 글을 다 쓰고 나니 Big4 병원들이 고혈압, 당뇨 환자도 보면서 개원가와 경쟁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 글이 어떤 의미가 있을 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편하게 읽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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