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케팅 기본 (1): 고객에 대한 이해와 STP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미 오래전부터 병원 마케팅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시장의 성장세는 정체되고 있으며

다른 내수 산업과 마찬가지로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데

유통업 등 성숙기에 들어선 다른 산업의 경우를 놓고 생각해보면

의료 시장에서 마케팅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기회에 병원 마케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뭔가 실질적인 것이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마케팅 세미나에서 온라인 홍보 방안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고

마케팅 전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지나치게 학문적이거나

병원 혹은 의료에 대한 내용은 별로 다루지 않고 다른 산업에서의 사례만 잔뜩 늘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주위의 의사들도 마케팅하면

마케팅 대행사에 블로그나 카페 관리를 맡기고 네이버 검색 광고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제가 소위 마케팅 전문가도 아니고

컨설팅회사에서 곁눈질하고 대형병원과 요양병원에서

깨작깨작 일해본 알량한 경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다른 의사들이 마케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케팅에 대해서 몇가지 써보려고 합니다.

마케팅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기본 틀인

(진부하다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STP와 4P를 출발점으로해서

우리나라 의료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 지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마케팅은

고객이 누구인지를 알고 그들에게 맞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첫단계는 고객이 누구인지 혹은 자신의 고객으로 누구를 목표로 할 것인지를

정하고 그들에게 우리의 제품/서비스가 적합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마케팅 이론에서는 STP 전략이라고 합니다.

 

S는 Segmentation을, T는 Targeting을 의미합니다.

잠재적으로 고객이 될 수 있는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실질적으로 목표로 할 수 있는 고객군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Segmentation을 통해서 잠재적인 고객군을 다양하게 나누어 보고

그 중에서 목표로하는 고객군을 Targeting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로 새로 개원할 때 목표로 하는 고객군에 대해서 이런 검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의료기관 역시 현재의 주요 고객군을 다시 분석해보고

그들 모두에 초점을 맞출지, 아니면 그중 일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아직 주요 고객이 아닌 새로운 고객군에 초점을 맞출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1. 가능한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

2. 병원이 오는 환자를 다 받아야지 어떻게 특정 고객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느냐

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고객군을 넓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한참 성장하는 분야에서는 광범위한 고객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더 이상 크게 성장하지 않고 경쟁이 치열한 성숙기 시장에서는

특정 고객에게 맞추어 마케팅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의료 시장의 현황을 생각해보면 성장기 시장이라기 보다는

성숙기 시장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Big4 병원이라 하더라도

하나씩 따져서 분석해 보면 주요 고객을 몇개의 고객군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그 중에 일부 고객군을 선정하거나

아직 주요 고객이 아니라도 병원의 전략에 따를 목표 고객군을 설정하고

목표 고객군으로 선정하고 그들에 마케팅 활동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Big4 병원 쯤 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진료 분야를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이 결국은 ‘특정 질병을 가진 고객군’에 초점을 맞추는 활동인 셈입니다.

안타깝게도 Big4병원들의 마케팅 전략을 보면 별로 다른게 없어 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고객군을 분류하는 Segmentation의 기준에는

거주 지역, 연령, 성별, 경제적 수준 과 같은 일반적인 것은 물론

소비 심리 (예: 과시적인 소비를 좋아하는지, 효율적인 소비를 좋아하는지)나

해당 브랜드/회사에 대한 충성도

같은 것도 포함됩니다.

의료기관에서는 질병의 중증도 같은 것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Big 4병원의 현재 고객군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1. 중증도가 높고 지방에 거주하며 지방병원에 대한 불신이 강한 사람

2. 중증도가 높고 지방에 거주하며 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

3. 중증도가 높고 서울에 거주하며 병원의 전통/명성/서비스 수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4. 중증도가 낮고 지방에 거주하며 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

5. 중증도가 낮고 서울에 거주하며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

하는 식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들 말고도 기준에 따라 다양한 고객군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어떤 Big4병원이 그 위상에 걸맞게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한다면 4, 5에 속하는 환자들은

향후 마케팅 대상의 우선 순위에서 뒤처지게될 것입니다.

 

사실 Big4병원은 이런 마케팅 활동을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증 질환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떤 특정 고객군을 선정해서 그들에 초점을 맞추는 활동이 보이지 않습니다.

워낙 많은 환자들이 알아서 병원을 많이 몰렸기 때문에 마케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진료과들의 불만 등 내부 사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래서 규모가 큰 병원들 중에는 Big4  이외의 병원들이

목표 고객군 선정을 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이대병원입니다.

이대병원은 여자대학교 병원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이대여성암 전문병원을 열고

여성 암환자를 Targeting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갑상선암, 부인암과 같이 여성만이 혹은 여성이 주로 걸리는 암센터를 묶고

여기에 여성건진센터를 더했습니다.

진단 후 1주일 이내 수술이 이루어지도록 원내 프로세스를 맞추었으며

여성암 환자 전용 병동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병원장인 백남선 선생님이 진료하는 유방암을 제외하고는

어떤 암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자대학교 병원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서

여성 암환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큰 성과를 내었습니다.

 

사실 의료기관들은 진료 형태에 따라서 대상 고객군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과, 소아과의 경우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하면서 아파트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강남에 위치한 성형외과의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내과라 해도 소화기나 호흡기 등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경우 먼 지역에서 환자가 오는 경우도 많고

성형외과라 해도 지역에 자리를 잡고 그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 고객 혹은 대상 고객을 선정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Segmentation과 Targeting을 통해서 목표 고객을 선정하고 나면

많은 의료기관 가운데 우리의 의료서비스가 차별화된 특징을 갖도록 개념을 정하여

소비자의 머리속에 자리잡도록 하는 Positioning을 하게 됩니다.

Positioning은 Branding과 거의 같다고 봐도 됩니다.

 

이대병원의 경우 이대여성암병원을 만들고 이를 집중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여성이 편하게 쾌적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라는 위치를 차지한 셈입니다.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들도

‘가슴 수술은 끝내주게 잘하는 병원’이라던지

‘피부 시술 싸게 해주는 병원’ 같은

position을 정하고 그 위치를 하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아파트 입구에서 흔히 보는 의원들은 어떨까요

원장님이 의식했던 그렇지 못했던 이미 아파트 주민들의 머리속에는

특정한 위치를 차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진부하지만 ‘설명을 잘해주는 병원’일 수도 있고

‘청진기 한번 제대로 대지 않는 병원’일 수도 있습니다.

꼭 의료적인 것만으로 positioning을 할 필요는 없으며

‘대기 시간 동안 아기들이 칭얼거리지 않고 잘 놀 수 있는 병원’같은 위치도 가능합니다.

 

positioning은 당연히 대상 고객군에 잘 부합하는 것으로 선정해야합니다.

아래에 설명할 가격 설정, 홍보 활동 등 마케팅 활동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적절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하거나

애매모호해서 무엇을 내세우는 지가  불확실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들어 급여과에서 고급스러움을 내세운다면

좋은 인테리어를 갖추고 값비싼 의료 장비를 사용해야할 텐데

고객들로부터 그에 맞는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면 병원이 생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의 경우 개원 준비를 하면서

positioning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기존 요양병원들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저렴한 병원’이라는 위치를 택한 셈입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고급스러운 시설에 그에 걸맞는 가격을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 병원이 택한 것은 ‘젊은 의사들이 열정적으로 진료하는 요양병원’이었습니다.

즉, 높은 진료 수준을 택한 셈입니다.

요양병원 가운데 높은 진료 수준을 positioning 하려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대학병원 등 큰 급성기 병원에는 못미치겠지만

좋은 의료진을 갖추고 필요하다면 다양한 약과 검사를 쓴다는 점을

내세운 셈입니다.

물론 그만큼 비용이 더 들어가기는 했지만

(요양병원은 일반 병원처럼 행위별 수가가 아니고 일당 정액제라

많이 들어간 비용을 보상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셨고

인근 대학병원들에서도 믿고 환자를 보내주셔서

병원이 자리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STP)는

넓은 범위에서 마케팅의 틀을 정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번 포스팅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마케팅 활동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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