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차원의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제언

디지털 헬스케어를 들여다 보는 사람으로 이런 저런 자리에 불려가다 보니

올해 들어 점점 많은 병원들이 독자적인 의료 인공지능 개발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느낍니다.

작년까지는 IBM Watson for Oncology 등 외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도입이나

루닛이나 뷰노와 같은 국내 선도 의료 인공지능 회사와의 협업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독자적으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국가 지원을 받는 사업단을 유치해서 이를 중심으로 일을 하시기도 하고

병원장님이 직접 챙기는 TF를 구성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다수의 병원들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은 의료 영상 판독이나

의무 기록, 데이터를 활용한 임상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CDSS)입니다.

병원 의사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대개는 교수님인) 의사이다 보니

그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영역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별 병원이 영상 판독이나 CDSS 개발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없는 살림 아껴서 확보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외국까지 갈 것도 없이 국내 의료 인공지능 회사들이 수십억원 또는 그 이상의 투자를 받아서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병원이 그 정도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또,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비지니스 경험이 일천한 국내 병원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해서 식약처 승인을 받고 제품으로 판매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들이 아쉬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3월에 있었던 HIMSS 2018에서 발표된 사례 가운데

재미있다고 생각한 사례 두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첫번째는 아이오와주를 중심으로 한 Unity point Health Systems의 사례입니다.

이 병원은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 위험 추정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모델을 만든 이유는 퇴원 후 30일 이내 같은 진단명으로 재입원하는 비율이 높은 경우

병원이 패널티를 물게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농담으로 최선을 다해서 31일째에 입원하도록 해야한다라고 하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퇴원 후에도 적어도 30일은 환자가 약 잘 먹고 외래 잘 나와서

입원할 일이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병원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퇴원 환자 모두를 집중 관리할 수는 없고

이들 가운데 재입원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서 이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Unity point Health system은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나섰으며

그 결과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Unity Health

Unity point Health

 

위 사진 가운데에 Overall and daily readmission risk heat map이 나옵니다.

이 환자의 경우 2017년 7월 24일에 퇴원했는데

퇴원 날짜 기준으로 30일이내 재입원 위험이 27%에 달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파란색 항목은 퇴원 후 30일간 하루하루의 재입원 위험을 표시합니다.

파란색이 짙어질수록 재입원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이 환자는 날짜가 지나갈 수록 재입원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 아래에는 환자의 외래 방문 현황 및 향후 외래에 오지 않을 위험이 나타납니다.

퇴원 후 첫번째 외래는 방문했지만 두번째 및 세번째 외래에는 오지 않았으며

향후 네번째, 다섯번째 외래에 오지 않을 위험이 높다고 표시됩니다.

 

아마 이 환자는 병원 입장에서 상당히 예후가 불량한 환자일 것입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집으로 전화하거나 가정 방문 간호사를 보내서 환자를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차량 운송 서비스인 Uber에서 제공하는 Uber Health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Uber Health는 그냥 Uber와는 다르게 병원이 환자 집으로 차량을 보내서

병원으로 끌고오는  모셔오는 서비스입니다.

일반 승객용 Uber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불러서 타게 되어 있는데

병원에 잘 안나올만한 환자의 경우 스마트폰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에서 Uber를 호출하면 Uber에서 환자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고

병원으로 데리고 오게 됩니다.

병원 입장에서 30일이내 재입원으로 인한 패널티 절감을 할 수 있다면

Uber Health 비용을 기꺼이 부담할 수 있을 것입니다.

 

Unity point Health system 사례는 미국 의료 제도의 특수성에 기반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인상적으로 생각한 것은

이들이 병원의 수익성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에 투자할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병원들은

제품화가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소모되는 것보다 이렇게 바로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사례는 Geisinger health system입니다.

Geisinger health system은 Kaiser permanente와 비슷한 병원-보험 복합체입니다.

이들은 수술장 혼잡도 예측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국내 대형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정규 수술 + 응급 수술이 넘쳐서 밤 늦게까지 수술을 하거나

심지어 당일에 뒤늦게 수술을 취소해야하는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술장 혼잡도 예측 모델을 만들어서 특정 병원의 수술장 혼잡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Health system 내의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도록 하거나

미리 수술 스케줄을 다시 잡아서 문제 발생을 예방했다고 합니다.

이 사례는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주는 경우는 아니지만 병원의 원활한 운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사례를 들으면서 제가 병원들이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인공지능은 물류 관리 시스템입니다.

병원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는 점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쟁여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다 돈이라는 점입니다.

물류 예측 모델을 만들어 적절한 재고 수준을 유지하면 물류, 재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용 절약은 고스란히 순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물류 뿐만 아니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한가지는 DRG  (Diagnosis Related Group: 포괄 수가제) 대상 환자 (맹장, 백내장 수술 등이 해당되며

병원은 이들 환자를 치료할 때 치료 방법, 입원 기간과 무관하게 일정한 금액을 받게 되어 있음)에 대한

수술 후 문제 발생 위험 (정확하게는 제 때 퇴원하지 못할 위험) 예측 모델입니다.

이 모델의 효용은 자명합니다.

이들 환자가 제 때 퇴원하지 못하면 병원이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빨리 찾아내서 최선을 다해서 진료해서 제 때 퇴원시키면

병원은 그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소위 메이저 병원들은 영상 판독이나 CDSS 개발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자체 자원이 충분하거나 연구비 등 외부 펀딩이 용이한 경우에는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 경영 관점에서 본다면 당장 돈이 되지 않고

(비지니스 보다는) 좋은 논문 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자체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선택일 수 있어 보입니다.

꼭 비용을 아끼거나 병원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영역이 아니라 해도

병원 운영 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인공지능에 관심 높은 병원들이 TF를 꾸릴 때

감안하셨으면 하는 것은 TF 구성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 하는 점입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이런 경우 대개 병원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교수님들이 늘 신경 쓰는 환자 진료와 관련된 아이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원 운영 상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한다면

병원 실무에 훤한 간호사 및 (교수가 아닌) 직원들 위주로 TF를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무 단위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이분들이 훨씬 잘 알기 때문입니다.

특히 간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가장 과소 평가된 인적 자원이 간호사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인공지능에 접목한다면 병원의 효율적인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Comments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