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차별화
가격 차별화

병원 1인실은 왜 모두 가격이 같을까? :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별화

첫 애를 나을 때 이야기입니다.

전문의 시험 2차 시험을 치고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서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전공의로 근무하던 병원의 산부인과 교수님께 진료를 받았기 때문에

아직 근무 중인 병원에 입원하게된 셈입니다.

 

예정일보다 4주 정도 일찍 나오긴 했지만 아이가 건강했고

정상 분만이었기 때문에 2박 3일 입원예정이었습니다.

어차피 오래 입원할 것도 아니고, 자주 입원할만한 일이 아니라

입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좀 편하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내과 병동 주치의로 일할 때 경험으로, 1인실이 인기가 없고

1인실이나 2인실로 입원하게되면 다들 다인실 대기 장부에 이름을 올리고

순서만 나면 다들 다인실로 옮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수월하게 1인실에 입원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산과 병동 1인실은 꽉 찬 상태였고

병동 간호사 이야기로는 1인실이 비면 1인실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 처가 퇴원하기 전에 1인실에 가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을 못한 지라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다른 집들도 저희 집과 같은 생각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출산율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한 가구에 한번 아니면 출산할 것인데

2박 3일 입원하는 정도에 돈을 아끼지 않는 집이 많은 것입니다.

이후에 주위에 출산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1인실에서 애를 낳았거나

1인실에서 낳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서 2인실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병원의 다른 1인실에 비해서 산과 병동 1인실은 들어가고자 하는 환자가 많은 것입니다.

이는 돈을 더 내더라도 1인실에 입원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므로

산과 1인실에 대한  지불 의향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병원 입장에서는 이익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 1인 병실에 비해서 산과 1인 병실에 대한 환자들의 지불 의향이 높다는 것을 이용하여

더 높은 가격을 매겨도 될 것입니다.

이를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별화라고 합니다.

혹시나 해서 알아보니, 당시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같은 규모의 1인실에 대해서는

진료과의 구별 없이 같은 가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제가 근무했던 병원 역시 마찬가지였고, 아마 대부분의 병원이 그럴 것입니다.

 

이는

1)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별화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거나

2) 병원 내에서 지불 의향이 다른 상품 혹은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3)  1인실을 비롯한 비급여 병실 가격이 높다고 난리인데 일부 병실이라도

가격을 더 높이면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 2)에 해당되는 경우는 어쩔 수가 없지만

3)의 경우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로 극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산과 병동을 리모델링할 때, 산과 1인실을 다른 1인실보다 조금만 더 크게 만들 수도 있고,

산과 병동의 1인실 수를 늘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산과에만 해당하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면서

(예를 들어, 신생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한다던지 출산 후 용품을 제공한다던지)

그 상품/서비스의 가격보다 더 높은 정도로 병실료를 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병원 전체 병실 숫자 대비 다인실 숫자에 대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산과 병동의 1인실 숫자가 늘어난다면 다른과 병동의 다인실을 늘려야 해서

(환자들의 지불 의향이 낮은) 다른 병동 입원 환자들도 혜택을 입게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지불 의향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선, 고객의 선호도가 높아야 합니다.

고객이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좋아한다면 가격을 높인다고 해도 그 고객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두번째는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면 안됩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가격을 높인다면 경쟁자가 가격을 낮추어 고객을 빼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지불 의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산과 1인실에 적용해 보면

1)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산과에 입원하는 산모는 기본적으로 1인실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만약 산모의 1인실 선호도가 충분히 높지 않다면

산과 1인실이 자주 빌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산과가 아닌 다른 과 환자들이 입원해야하는데

그 환자들에게 산과 1인실은 지불의향에 비해서 (아니면 적어도 다른 병동에 있는 1인실보다)

비싸서 굳이 이용하고 싶지 않은 병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적어도 제 처가 입원했던 대학병원은) 경쟁은이 치열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산모는 고위험 산모이거나 병원 직원이거나, 병원 인근에

거주하기 때문에 거리가 가깝거나 해서 임신으로 진단되었을 때부터 다녔기 때문에

아이를 출산할 때 (= 1인실을 구매할 때) 다른 병원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1인실에 대한 산모의 지불 의향을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일년 내내 산과병동 1인실을 100% 채울 수 있는 최대 가격을 책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고객 설문 조사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이익을  최대화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보다 하루에 몇만원 정도만 올려도 병원은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지불 의향에 따라서 별도의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이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격 차별화

가격 차별화

간단히 살펴보면

왼쪽의 그림 1은, 한가지 가격만 매길 때의 경우입니다.

이때, 원점을 O라고 한다면 판매자가 얻는 이익은

OA x OB (=이것이 총매출이 됩니다.)에서 OC x OB (=이것이 총비용이 됩니다.)를 빼서 구할 수 있으며

이는 실현 이익(D)로 표시된 면적만큼입니다.

그런데 만약 소비자의 지불 의향에 따라서 다른 가격을 메길 수 있다면

오른쪽의 그림 2와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즉 , 직선 밑에 보이는 각각의 사각형을 모두 더한 면적만큼이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최대한 많이 알아내고, 개별 의향에 맞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면

이익을 끌어올릴 수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아이를 낳았던 Big 4병원의 경우, 항상 병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모든 1인실 가격의 올려도 어쩔 수 없이 입원하는 환자들로

병실을 다 채울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Big 4병원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불 의향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병원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불 의향을 이미 활용하고 있는 더 손쉬운 사례도 있습니다.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같은 비급여 진료과에서 자주하는 학생 할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전에는 수능 시험 이후에 수능 시험을 친 고3, 재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할인 이벤트가 자주 있었는데

최근에는 여러 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제휴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자주 하기 때문에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학생 할인 말고도 직장인 할인, 지역 주민 할인 등 다양한 업체들이

다양한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 할인이든, 직장인 할인이든 결국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서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박리다매 전략이 아닐까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학생 할인은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조절이며

직장인 할인은 박리다매에 해당됩니다.

학생할인은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적은 학생들에게

선별적인 할인을 해줌으로써 그들의 낮은 지불 의향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즉,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선별적으로 (그들의 지불 의향에 맞는) 가격 할인을 제공함으로써,

그렇지 않았다면 아예 구매하기 힘들었을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부자집 자식이라 돈에 구애받지 않는 학생도 있겠지만,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신분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지불 의향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 직장인은 기본적으로 지불 의향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할인을 해주는 것은 가격 차별화를 가져오기 보다는 박리 다매의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에 대해서 수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강 보험의 통제로 인해서 조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수익성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병의원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법적으로 허용되고 소비자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병의원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별화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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