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gn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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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단 방법의 효용

최근 진단 분야의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저도 새로운 진단 기술이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일반적인 진단 검사에 대한 글웨어러블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진단 기술이 가질 수 있는 혹은 고려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진단 기술은 크게 세가지 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측정 대상)을 ‘어떻게 측정'(측정 방법)하여 ‘어떻게 해석'(해석 방법)할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이 세가지 축은 생각보다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을 수 있으나

새로운 진단 기술이 나왔을 때 어떤 점에서 새로운 지를 짚어보는 최소한의 기존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이때 각각의 축에 대해서 기존 것 VS 새로운 것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마지막에 해당하는 해석 방법의 경우

요즘 나오는 새로운 해석 방법은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 영상 판독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 포스팅에서 정리한 내용은 제외하고 제한적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그러면 측정 대상과 측정 방법의 두가지 축이 남습니다.

각각의 축에 대해서 ‘기존 것’ vs ‘새로운 것’을 대입하면 총 4가지 경우가 나옵니다.

  • 기존에 재던 것을 기존의 방법으로 재는 것
  • 기존에 재던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재는 것
  • 새로운 지표를 기존의 방법으로 재는 것
  • 새로운 지표를 새로운 방법으로 재는 것

기존에 재던 것을 기존의 방법으로 재는 것은 큰 이슈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AliveCor 같은 휴대용 기기를 통해서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은

기존 심전도 기기의 원리를 거의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규제나 의료에서의 활용에서 기존 심전도 기기에 적용되는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남은 세가지 가운데

새로운 지표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 재는 지보다 지표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로 묶으면

기존에 재던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재는 것과 새로운 지표를 측정하는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지표’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것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가 이를 목표로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측정하는 진단 방법이 의료계에 받아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과 노력이 들기때문입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액체 생검 (Liquid biopsy: 혈액과 같은 체액 속에 있는

미량의 암세포 검출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방법) 정도나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기존에 재던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재는 것은 방법에 따라서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가지는 방법상으로 유사하지만 보다 간단하게 측정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사이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고 다수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보아 이렇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존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측정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복잡한 이미지를 찍어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간단한 이미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얻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통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HeartFlow 회사는 일반적인(Standard) CT 데이터를 분석해서

관상동맥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으로 협심증, 심근경색과 관련 있음)의 3D 모델을

만들고, 막힌 관상동맥이 혈류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분석해줍니다.

그냥 CT 찍는다고 말하지만 진단 목적에 따라서 CT는 다르게 찍는데

굳이 관상동맥에 특화된 CT를 찍지 않고도 그에 준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손쉽게 관상동맥 질환을 진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단계 더 나간 경우로는 국내 회사인 디딤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퇴골 X-ray 두장을 분석해서 CT 이미지를 추정해주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다리에 이상이 있는 소아 환자에서 CT를 찍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최근 관심이 늘고 있는 방사선 노출 문제를 줄이거나

CT가 갖추어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진단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단한 방법으로 측정하는 것과 관련해서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간단한 진단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 마이크만을 이용해서

심장 청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소규모 연구로 4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이 중 16명은 해독이 힘들었지만

해독 가능한 30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심장 잡음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스마트폰 마이크 성능과 잡음을 걸러내는 기술이 더 발전하면

보다 많은 사람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기존에 재던 것을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택하기 때문에

처음 들을 때는 과연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나온 한 논문에서는 별도의 장치없이 스마트폰만 사용해서

부정맥 가운데 가장 흔한 심방세동을 진단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스마트폰의 가속도센서와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서

심장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측정 (mechanocardiography) 한다고 합니다.

민감도 (질병이 있는 사람이 양성으로 나오는 비율) 95.3%,

특이도 (질병이 없는 사람이 음성으로 나오는 비율) 96%로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몸에 전극을 부착하여 얻는 심전도를 통해서 진단하는데

이 논문에서는 심장의 기계적인 움직임이라고 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으며

별도의 추가 장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만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합니다.

 

위의 분당서울대병원 논문과 굳이 비교하자면

분당서울대병원 논문은 ‘심음’이라고 하는 기존에 측정하던 대상을

보다 간편한 방법(청진기 -> 스마트폰 마이크)으로 바꿀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 논문은 심장의 전기적인 움직임을 기계적인 움직임이라고 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통해서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제가 투자하고 자문하는) 국내 회사인 다인기술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마이크를 통해서

소변 누는 소리를 수집, 분석하여 비뇨기과에서 전문 장비를 이용해서 측정하는

요류 검사(Uroflowmetry) 결과를 상당 수준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요류 검사 장비는 시간 경과에 따른 소변량을 측정하는데

이를 소변 보는 소리만을 통해서 간편하게 측정해줍니다.

 

지금까지 기존에 재던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다음으로 새로운 지표를 측정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때 방법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의학적 효용을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다루는 의학적 효용은 기존에 재던 것을 측정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새로운 지표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것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사용하던 지표를 더 간편하게 혹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어떤 것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존 지표 측정 방법과 비교해서 장점이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의학적 효용으로 선별 검사, 환자 세분화, 추적 관찰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선별 검사는 기존에는 이상이 있는 지도 모르고 지냈을 사람이

새로운 (대개는 간편한) 측정 방법을 통해서 이상을 발견해 내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 가운데 스마트폰 마이크를 사용해서 심음 청진을 하거나

소변 보는 소리를 측정해서 Uroflowmetry에 준하는 검사 결과를 재구성하는 것,

스마트폰 센서를 사용해서 심방 세동을 진단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증상이 애매하거나 별다른 증상을 못느껴서 굳이 병원을 찾을 필요는 못느꼈는데

스마트폰으로 (재미삼아) 검사해 보다가 이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또 다른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소위 ‘마른 비만’을 찾아내는 경우입니다.

비만을 ‘뚱뚱하다’라고만 하면 그냥 보기만 해도 대략 알 수 있고

체중을 재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체중은 정상 범위에 있으나 내장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의 경우

체내 지방량을 별도로 측정하지 않으면 알기 힘듭니다.

이때 인바디를 써서 알 수도 있고

(물론 인바디는 지금 시장의 standard로 사실상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새로운 측정 방법’이라고 하기는 힘들기는 합니다.)

(제가 자문하는) 인핏앤컴퍼니에서 검증 중인 부위별 지방 측정 기술을 통해

복부 지방 축적이 심한 정도를 측정하여 마른 비만을 진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별 검사와 관련해서 최근 주목할만한 것은 인공지능을 통한 데이터 해석입니다.

원래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다루지 않기로 했지만

최근 나온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서 한가지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가 수집한 심박수와 걸음걸이 수 데이터에 대한 학습을 통해서

당뇨병, 고혈압, 수면 무호흡증 환자를 상당한 정확도로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는 여기에, 관련 논문은 여기에)

언뜻 들으면 터무니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위 질환들은 혈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들 환자에서 운동 중 심박수 변동이나 운동 종료 후 심박수가 안정되는 정도,

수면 중 심박수의 변화 같은 것들이 일반인과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만으로 환자들을 어느 정도 발견해 내는게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우리나라 같이 전국민 건강검진을 하는 나라에서는 효용이 제한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간편한 방법으로 소위 ‘성인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여 병원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선별 검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일상적이지 않은 어떤 검사를 해야하는데

이 사례에서는 별도의 검사가 사실상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심박수와 걸음걸이 수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을 착용해야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선별 검사와 비교하면 선별 검사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이 연구 결과가 어느 정도로 검증될 수 있을 지, 그리고 다른 질환으로 확대가능할 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적지 않은 환자들이 진단을 받지못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어 보입니다.

 

새로운 지표 측정이 가지는 의학적 효용의 두번째 경우는 환자 세분화입니다.

기존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같은 진단명을 가진 것으로 나오지만

새로운 지표로 추가 측정하여 환자의 위험을 세분화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망막 혈관 검사를 통해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추정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망막 혈관은 인체 혈관 가운데 눈으로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혈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맥 경화 등 중요한 혈관 변화 진단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주로 눈과 관련된 질환 진단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메디웨일 (www.medi-whale.com)은 망막 사진의 혈관을 통해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포스팅에서 인공지능 안다루겠다고 해놓고서 다시 인공지능에 대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심혈관 질환 위험 정도를 평가하는 자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를 통해서 환자 치료 과정이 달라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심혈관 위험 평가 방법은 당뇨병, 고혈압, 흡연력 등의 병력에 바탕을 둡니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을 계산하여 그 정도에 따라서 치료 목표 수치나 약 처방 여부가 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메디웨일의 판독 결과에 따라서 기존에 계산하던 것에 비해서

더 빨리 아스피린이나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게 필요한다던지,

아니면 관상동맥CT와 같은 검사를 조기에 해볼 필요가 있다던지와 같은 학술적 결과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기 진단이나 환자 세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 따라서

‘그래서 어쩌라고’에 대한 답이 있어야한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체중 감량에 관한 한 논문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유전형 및 식이에 따른 체중 감량 정도를 평가했습니다.

유전형은 저지방형과 저탄수화물형으로 나누었고

각 유전자형인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쪽은 저지방식이를, 다른 쪽은 저탄수화물식이를 가지고 다이어트를 하도록 했습니다.

즉 저지방형-저지방식이, 저지방형-저탄수화물식이, 저탄수화물형-저지방식이, 저탄수화물형-저탄수화물식이로

나누어서 경과를 지켜본 것입니다.

연구 결과 네개의 그룹 모두 비슷한 정도로 체중감량을 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서 유전형에 따라서 저지방형과 저탄수화물형으로 구분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뜻이 되어 굳이 이런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표 측정이 가지는 의학적 효용의 세번째 경우는 추적 관찰입니다.

의학적으로는 병의 경과나 치료에 대한 반응을 더 빨리 감지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고 제가 자문하는 인핏앤컴퍼니의 부위별 지방 측정 기술이

특정 부위의 지방 변화를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다이어트 정체기에 빠졌을 때, 체중이나 인바디 측정 결과는 큰 변화가 없지만

사실은 지방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다이어트를 지속하기 위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에 살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위안을 받고

지속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다이어트 정체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밀한 측정을 통해서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기존 측정 방법에 비해서 더 정확하기 보다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검사의 편의성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추적 관찰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진단 효용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용 절감, 시간 절약, 위험 감소, 편의 증진입니다.

 

비용 절감의 경우 새로운, 값싼 검사를 통해서 기존의 비싼 검사를 대체하거나

비싼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를 선별해 내는 것이 해당합니다.

의료비를 아껴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늘어나는 의료비 때문에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수월치 않습니다.

특히 개별 의료 행위, 재료마다 병원이 받을 돈이 정해져 있는 행위별 수가에서 그렇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싼 검사를 할 유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검사를 위한 장비를 갖춘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예로 들었던 국내 회사 디딤의 경우

소아 환자에서 굳이 CT를 찍지 않아도 X-ray만으로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는데

이미 CT를 갖고 있는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디딤의 기술을 사용할 유인이 부족합니다.

만약 디딤 기술의 정확도가 높아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CT를 찍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경우

건강보험 공단이 나서서 디딤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을 강제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입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존 이해 관계를 극복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물론 아직 CT 장비가 들어오지 않은 의료기관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충분히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 절약은 검사 결과가 나오는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동안 환자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기존 검사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대비해서

시간을 더 절약해 주는 것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시간을 절약한 것만으로 ‘그래서 어쩌라고’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암 진단을 빠르게 하는 것입니다.

암 진단  자체보다는 세부 타입을 확진하는 것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IBM Watson의 유전체 분석 버전인 Watson for Genomics가 이에 해당하는 성과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백혈병 환자에서 일반적인 항암치료를 했는데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서

유전체 시퀀싱 후 이를 Watson for genomics를 통해서 분석했더니 일반적이지 않은 백혈병으로 나와

그에 맞추어서 치료를 했더니 잘 반응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때, 유전체 변이로 발견된 것 중에 의미있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사람이 작업하면 1주일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데 Watson의 경우 10여분 만에 결과를 찾았다고 합니다.

훈훈한 결과이지만 다수의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암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암들은 1~2주 사이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백혈병이라는, 암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진행하는 병이 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로 아직 조기 세균 배양이나, 세균 배양 후 조기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세균이 몸에 들어가는 패혈증이 의심되는 경우 혈액 등 체액을 통해서 세균 배양 검사를 하는데

세균이 자라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환자의 병력, 나이 등 정황에 근거해서 경험적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즉,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약하거나 지나치게 강한 항생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항생제를 쓰는 것이 좋을 지 조기에 알려줄 수 있다면

적절하게 패혈증 치료를 할 수 있어 치료 성공률을 높임과 함께 항생제 내성을 줄이고

의료비도 절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험 감소는 위험한 검사를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훨씬 안전한 검사로 대체하는 것이 해당합니다.

위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검사가 조직 검사, 그 중에서도 쉽게 접근이 안되는 장기에 대한 것입니다.

이때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 영상 분석을 통해서 조직 검사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연구 결과 한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뇌종양 가운데 악성도가 높아서 위험한 Glioblastoma라는 암이 있는데

특정 유전자의 메칠화 여부가 치료에 대한 반응 여부와 관련이 높다고 합니다.

문제는 확인을 위해서는 뇌 조직 검사하는게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MRI에 나타나는 특성을 인공지능으로 학습시켜서

메칠화 여부를 상당히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영상 바이오마커의 경우 의사가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상 판독에 비해서 인공지능의 가치가 높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인공지능 회사 입장에서의 비지니스 모델을 염두에 둔다면

지불 의향이 높지 않은 병원 보다는 다른 주체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 바이오마커가 특정 항암제 신약에 대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면

제약회사가 중요한 지불 주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편함도 고려 대상입니다.

의학적인 위험과는 무관하게 더 편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변의 DNA 검사를 통한 대장암 스크리닝입니다.

대장암 검사로 제일 의미있는 것은 대장내시경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장내시경을 위해서 장을 비우는 준비과정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수면 마취 없이 받아야 하는 경우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간편한 검사를 통해서 굳이 대장 내시경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Cologuard 검사의 경우 이미 FDA 허기를 받아 출시되었고

노인을 위한 국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수가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노믹트리 회사에서 검사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미국 메디케어에서는 500불 정도의 수가를 적용받고 있는데

수가 결정이 용이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장내시경 검사가 워낙 비싸기 때문입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장암 스크리닝을 할 수 있다면 보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는 사람이 직접 해야하기 때문에 변동비 비중이 높아서

병원 순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무조건 비싼 검사를 고집할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비용절감과 관련해서 언급했던 디딤의 사례와는 다르게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CT와 같은 영상 검사는 처음 기계를 살 때 비용 (=고정비)가 많이 들지만

찍을 때마다 추가 비용 (=변동비)가 많이 들지는 않아서

일단 기계를 샀으면 최대한 많이 찍는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즉, 병원이 수익 때문에 무조건 비싼 검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Cologuard 검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당분간 의료 수가를 적용받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대장내시경 검사비가 매우 싸기 때문입니다.

20만원 이하로 수면 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있는 나라에서

이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검사를 단순히 환자에게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50만원의 수가를

적용해주기는 힘들 것입니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면 의료보험 수가를 받지는 못해도

건강검진센터를 찾는 수진자들이 본인 부담으로 검사를 받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진단이 갖는 효용에 대해서

진단 자체의 특성, 의료적 효용, 부가적 효용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 검사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 시스템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검사의 기술적 특성 못지 않게

진단의 효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제 글이 진단과 관련된 큰 틀을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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