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의 UAE 왕립종합병원 위탁 운영 수주, 축배를 들 수 있을 것인가?

 

서울대병원이 미국, 유럽의 유수 병원들과 경쟁하여 UAE 왕립 종합병원 위탁 운영 수주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한국 의료시스템 수출 성공시대 개막 서울대병원, UAE 왕립 종합병원 위탁운영…국부창출 효과
http://www.dailymedi.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4&no=782258)

기사를 보면

1. 해당 병원은 248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으로 2015년 초 공식 개원 예정

2. 서울대병원은 5년 위탁 운영자로 선정됨

3. UAE측으로 부터 5년간 약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음

4. 8월 서울대병원 원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계약을 체결할 예정

5. 서울대병원은 1420여명 규모의 칼리파 전문병원 채용 인력 중 약 15~20%를 국내에서 선발하며,
나머지는 현지 인력을 채용할 계획.

 

MOU 맺은 걸 가지고 일이 다 이루어진 것처럼 떠드는 일이 워낙 많아서

도장찍기 전에 다 믿기는 힘들지만

한달 후에 도장을 찍을 것이라고 하니 MOU를 맺은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좀 정리를 해보자면 248병상 하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중소병원 규모로 생각되지만

UAE라는, 석유로 돈 많이 버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마 거의 1인실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리나라의 웬만한 700~800병상급 병원 규모는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5년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했는데

아마 수수료를 1조를 주지는 않을 것 같고 환자 혹은 보험자로 부터 받는 의료비 이외의

공공병원 운영 예산이 그정도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위의 fact 중에서 이상한 것은

2015년 초 개원인데 불과 6~8개월을 앞두고 위탁 운영자를 선정한다는 점입니다.

UAE에서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병원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지었을 것인데

개원을 수개월 앞두고 위탁 운영자를 선정한다는 절차가 잘 이해가 안가네요

게다가 개원을 6~8개월을 앞둔 병원의 인력 채용을 서울대병원이 UAE와 계약을 맺은 후에

시작하겠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Timeline으로 보면 건물은 진작에 다 짓고 이제 한참 의료 장비 설치하고

곧 개원 리허설을 해야하는 시점에 위탁 계약을 맺고 그런 다음에 인력을 뽑느다?

거기다가 과연 서울대병원이 UAE에 있는 병원을 위탁운영할 역량이 있을 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국내 대형병원들은 지난 수년간 전세계(특히 중동 및 동남아 각지)로 부터

수많은 병원 설립, 위탁 운영 제의를 받았습니다.

실제 성과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외국가서 병원을 운영할만한 역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그럭저럭 병원 잘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를 다른 나라에 이식할 수 있을만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지 않습니다.

운영 매뉴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울대병원의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상당한 인력과 기간이 소요되는 병원 운영 지식 축적 작업을 그동안 착실하게 해왔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또한 외국인 직원을 관리해본 경험이 있는 의사, 간호, 행정 직원이 몇명이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병원 같은 곳에서 수간호사로 근무했던 한국인 간호사는 구할 수도 있겠지만

UAE에서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간호사들을 관리하고 병동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

한국인 수간호사가 얼마나 있을까요?

수간호사는 필리핀 사람으로 구한다고 하면 필리핀 수간호사를 관리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 소속의 한국인 관리자가 몇명이나 있을까요?

 

외국에서 병원 운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일을 덜컥 맞는다는 것은 재앙이 되기 쉽상입니다.

예전에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제가 이런 얘기하면

‘현대건설은 맨땅에 헤딩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항 공사도 했는데

우리도 맨땅에 헤딩해가면서 하면 된다’고 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이미 병원을 인수해서 운영한 경험이 있고

향후 추가인수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차병원그룹이 이런 일에 적합한 역량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건복지부, 서울대병원의 높은 분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이 수주가 축배가 될 지, 독배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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