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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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졸업생들은 미래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서울의대 출신 의사들에 대한 도발적인 글을 두개 썼더니 (서울의대 출신 의사들, 잔치는 끝났다. http://www.chiweon.com/?p=1004, 최근 10여년 간 서울의대 출신들의 job market에 대한 고찰 http://www.chiweon.com/?p=1029)

다 좋은데 그래서 어떻게 대비하란 얘기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궁극적인 해답은 아니겠지만 생각하는 바를 적어 봅니다.

 

우선 유념할 것은 제가 지적했던 상황들이 서울의대 출신 의사들에게만 독립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진작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의료 서비스 시장의 상황이 이제야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간략히 상황 전개를 정리해 보면

1.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국내 의사 수 공급은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생각됨

: 이부분을 fact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싶은데, 적당한 방법을 못찾았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의사 수나 전문의 수는 집계 기관마다 숫자가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주위 지인들, 의사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놓고 제가 생각한 내용이며, 또한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자체에 대해 많은 이견이 있기 때문에 매우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시기로 보았을 때 의대 증원이 마지막으로 늘어난 97학번들이 전문의를 취득하고 job market에 나오기 시작한 2008년~2011년(군대 다녀온 경우) 이후에 의사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은 하였지만

막상 데이터로 뒷받침되지는 않습니다.

 

2.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내 경기는 stagnation 상태임: 통계와 체감 경제 성장율 괴리가 상당함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으나 꼭 그렇지도 않음

예를 들어 항암제의 경우에도 특허권이 풀리면서 제네릭이 나오기 시작하면 시장 전체 규모가 상당히 커질 정도로 가격에 민감함

 

3. 위의 두가지를 종합하면 비슷한 시기에 의료 서비스 공급은 늘어나고 수요는 줄거나 정체되기 시작함

 

4. 위의 이유로 2010년을 전후로 개원가 사정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함.

 

5. 이후 Big4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의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함

: 늘 어렵다 어렵다는 소리는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상급종합병원들이 개원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시작함: http://www.dailymedi.co.kr/news/view.html?smode=&skey=%C1%A2%C1%BE&x=33&y=7&section=1&category=4&no=783180)

6. 대형병원들이 더 이상 확장할 여력이 없어지고 있으며 향후 확장한다 해도 성공할 자신이 없어짐

 

여기까지가 제가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현재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본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의대 출신들은 어떻게 대비해야할까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제 서울의대 출신들도 본격적으로 개원가, 봉직의로 나갈 준비를 해야합니다.

즉 다른 의대 출신들이 이미 경험한 것을 경험할 준비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제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을 다니면서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는데

세브란스병원만 해도 진작부터 큰 병원에 남기 보다는 소위 로컬로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이제 서울의대 출신들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입니다.

 

1. 현재 전공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우선 대학병원 교수가 되거나 큰 병원의 staff이 되기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수님 시키는 것 잘 하면 적당한 자리를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2) 교수가 되고 싶으면 훨씬 열심히, 빨리 연구를 시작해서 좋은 논문을 써야 합니다.

예전같으면  레지던트 때 SCI 논문을 쓰는 것은 예외적으로 똑똑한 친구들이나 했던 일이고

그렇게까지 않아도 공보의 가서, 혹은 펠로우 때 열심히 해도 충분했습니다.

이제 교수 자리 자체가 매우 적어지고 있기 때문에 펠로우를 마치고 발령을 기대할 때 쯤 충분한 실적을 가지고 있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3) 교수 생각이 있어도 해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는게 좋습니다.

예전에는 펠로우 3년, 4년하다보면 꼭 마음에 맞는 곳이 아니라도 자리가 하나쯤 나게 마련이었고

그런 자리로 가도 되었습니다.

이제 그런 기회 자체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막연히 기다리다가는 잃는 것이 너무 많아질 것입니다.

 

4) 봉직, 개원 등 로컬시장으로 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 밖의 세상을 기웃거리기 시작해야합니다.

전공의 수련을 잘 받아서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겠지만

그 이후를 대비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과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3년차 후반 정도되면 ‘내가 로컬로 나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본인만의 답을 구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펠로우를 꼭 해야하는 상황이라도 훨씬 바쁜 펠로우 생활 동안 준비하는 것이 힘든 만큼 미리 신경 써야 합니다.

대개는 수련을 마치자마자 개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단 봉직의로 일하는 선배들을 만나보고

봉직의 상황은 어떤지, 좋은 봉직의 자리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묻고 다녀야 합니다.

여기서, 좋은 봉직의 자리가 꼭 돈을 많이 주는 자리는 아닙니다.

사무장 병원은 피하고 나중에 개원했을 때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내과처럼 선배들이 로컬로 많이 나가지 않은 과의 경우 더 많이 묻고 다녀야 합니다.

저번 글에서도 썻지만 레지던트 지원 당시 내과 보다 인기가 없었던 산부인과 전공의들은

오히려 로컬시장에서 강력하게 자리잡은 선배들이 많기 때문에 이 과정이 훨씬 수월합니다.

 

또한, 의사 커뮤니티 같은 곳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파악해야 합니다.

워낙 우는 소리, 과장된 소리가 많기 때문에 한두번 들어가서는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꾸준히 들어가다보면 어떤 글이 시덥잖은 것이고 어떤 글이 의미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5) 꾸준히 병원 밖에 대한 책을 읽고 신문을 읽어야 합니다.

흥미위주의 책도 좋고 가능하다면 개원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많이 읽고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카페나 음식점 창업에 대한 책들도 개원 준비에 아이디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페이스북을 비롯한 온라인 마케팅, 기타 다른 홍보에 대한 책들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돈 주고 홍보 대행사 쓸거라고요? 내용을 모르면 돈만 낭비하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또, 공보의를 가 있거나 해서 혼자만의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직 대부분의 개원가 시장은 영세하며 차별화나 더 좋은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것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개원가의 생활이 어렵지만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끔드는 예인데, 제 장모님이 애들을 집근처 소아과에 데려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살던 집 근처의 소아과는 환자 대기가 무척 길었는데 지금 사는 집 근처의 소아과는 한산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애들 열나는 애들 중이염 감별을 위해서 귀를 봐줄 때 귓밥이 가득 차 있으면

이걸 파주고서 귀를 봐주느냐, 아니면 그냥 귀게 귓밥이 많네요 하고서 제대로 보지 않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이게 단순히 귓밥을 파주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환자, 보호자를 대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무슨 귓밥 파주는 사람이냐고 하고서 그냥 넘어간다면 그저 그런 개원의가 되는 것이고

의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면 성공한 개원의가 되는 것입니다.

 

6) 펠로우들의 취직 상황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펠로우들이 보통 몇년차까지 근무하는지, 근무를 마치면 어느 정도의 병원에 취직하는 지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그게 바로 그 진료과 혹은 분과의 현재 상황을 제일 잘 대변합니다.

일이년차때는 알기 어려운데 선배들에게 묻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7) 이제 대학원 진학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석박사를 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지만, 교수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면

굳이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 대학원을  5년 정도 다닌다고 생각하면 그 등록금만 해도 수천만원입니다.

 

8) 진료 외의 커리어에 대해서 고려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블로그에 있는 진료 외 커리어에 대한 글들은 대부분 2010년에 쓴 것들입니다.

제약의사 등 이런 저런 커리어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일 수 있는 코멘트를 쓰기도 했는데

이제 진료 쪽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정적일 수 있는 측면의 중요성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쪽 상황이 나빠지면서 봉직의 시장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향후 제약회사 등 의사를 뽑으려는 고용주 입장에서도 굳이 많은 급여를 지불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1~2년 내 수련을 끝내는 경우라면 진료 외의 커리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제 의사들도 진료 외의 일을 하면서 의사들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하시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진료해서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진료 외의 일에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 일 것입니다.

 

제가 아는 의사 출신 보건 소장님은 본인이 보건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의사가 오죽 할 일이 없으면 보건소나 다니나 하는 분위기 였는데

지금와서 보면 본인이 꿀릴게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보기에 의사가 그런 일을 하느냐 싶은 일이 10년, 20년 후에는 그래도 이 것 보다는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2. 현재 의대생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기본적으로는 전공의와 비슷합니다.

현재 의대생으로 해야하는 것들을 몇가지 적어보겠습니다.

 

1) 병원 밖의 세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많이 읽고 경험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사회, 경제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신문도 꾸준히 읽어야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원과 관련된 책들도 읽어보고

주로 주말에 열리는 관련 세미나 같은 곳도 가보면서 그 분위기를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2) 전공과 선택 시 많은 걸 고민해야 합니다.

 

우선 고려할 것은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 시장은 정책이라는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어떤 과가 뜨고 어떤 과가 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정책의 수혜를 받는 진료과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게 좋습니다.

예를들어 정신과나 재활의학과가 뜬 이유는 각각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에서의 봉직의 시장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정신병원의 경우 환자 대 의사 비율을 낮게 잡아서 단기간에 많은 정신과 의사를 뽑을 수 밖에 없어서 갑자기 봉직의 급여가 올랐습니다.

요양병원은 기본적으로 일당 정액제라고 하는 매우 제한적인 급여를 유지하면서

전문재활치료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행위별 수가를 허용했기 때문에 앞다투어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뽑기 시작하면서 봉직의 급여가 올랐습니다.

만약 정부에서 현재 요양병원에서의 재활치료 수준이 마음에 안들어서 이를 제한하는 정책으로 돌아선다면

재활의학과 봉직의 시장은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그런 식의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처럼 정책이 변화무쌍한 나라에서는 정책의 향방을 성급하게 예측하기 보다는

본인 적성에 맞고 본인이 꼭 하고 싶었던 일이라 봉직 시장이 망해도 억울할 게 없는 진료과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다음으로 서울의대 출신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산부인과와 같이 선배들이 로컬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은 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꼭 산부인과를 가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서울대 내과 출신들은 개원가나 전문 병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받아줄 만한 분들이

많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job market으로 나올 서울대병원 내과 펠로우들은 당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의 학생들이 전공의, 펠로우를 하고 job market으로 나올 때 쯤에는 그런 시행착오가 쌓여서

어떤 경험이 자리잡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학생때는 보기 힘든 부분인데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선배들에게 이런 상황을 들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뭔가 통계를 이용해서 상황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결국 개인적인 생각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습니다.

후배들이 선배들이 가는 길만 쳐다보다가 난처해지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들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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