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의 Retail clinic 직영: 미국 1차 의료 시장의 파괴적 혁신으로 이어질 것인가?

월마트가 자체적으로 Retail clinic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Forbes가 보도했습니다.

South Carolina주와 Texas주에 몇군데에 개설하였으며 금년말까지 6군데를 더 개소할 예정이며

회사 내 직원 건강 클리닉 운영 대행기관인 Quadmed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한다고 합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우선 미국의 Retail clinic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Wikipedia의 ‘Convenient care clinic’ 항목을 참고했습니다.)

 

Retail clinic은 미국의 대형마트, 슈퍼마켓 혹은 약국에 위치하며, 감기에 대한 치료 및 예방 접종과 같이

비교적 간단한 진료를 실시합니다.

$60~$80 정도의 저렴한 가격과 예약하고 기다리지 않으면 외래 진료를 보기 힘든 미국 상황에서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미국에서 예약 없이 진료를 보기위해서는 응급실 혹은 Urgent Care Clinic을 찾아가야 하는데 매우 비싸서 손쉽게 이용하기는 힘듭니다.)

대개 1주일 내내 진료하며 평일에는 12시간, 주말에는 8시간 정도 진료한다고 합니다.

단, 보통 의사가 진료하지 않고 간단한 질환에 대한 진료와 처방권을 가진

Nurse Practitioner(NP: 진료 간호사) 혹은 Physician Assistant(PA)가 진료합니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좀 더 저렴하게 진료를 받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 기관이며

의사 대신에 인건비가 저렴한 인력을 써서 진료비를 낮추는 모델인 셈입니다.

2014년 7월 기준으로 미국 내에 대략 1450군데의 Retail clinic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많은 clinic을 운영하는 주체 1, 2위가 각각 CVS와 Walgreens로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약국 체인이라는 점입니다.

 

RAND 연구소 연구원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Retail clinic에서 진료받은 건수가

2009년 기준 약 6백여만 건 정도밖에 되지 않아, 5억 8천여 만 건인 의사 외래 진료 건수와 1억 2천여만건인 응급실  방문 건수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그 6백여만건 가운데 2백40여만건은 독감 예방 접종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사족이지만 한국에서는 예약없이 전문의 진료를 받아도 저 비용의 1/3~1/5 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가 간의 차이는 감안해야겠지만) 우리나라 진료비가 싸기는 싸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월마트는 이미 100개 이상의 Retail clinic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인근 병원들과의 계약을 통해 위탁 운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새로 문을 연 클리닉들은 월마트가 소유하고 직접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월마트가 시장을 테스트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Retail clinic 시장에 뛰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월마트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는데 일반 환자는 $40이며, 월마트 직원 및 가족은 단 $4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경쟁 업체들에 비해서 30~50%까지 저렴한 셈입니다.

Forbes 기사는 미국 내 월마트 점포 개수와 규모를 생각해 볼 때,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Retail clinic에 본격 진출하는 경우

1차 의료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월마트는 본격적인 Retail clinic 확장에 나서는 것일가요?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최근까지는 Retail clinic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위의 RAND 연구소 논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규모 자체가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의 도입과 함께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본인 부담금 비율이 높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소소한 의료 문제들은 가급적 저렴한 가격에 진료를 받고자하는 유인이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Retail clinic이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월마트의 압도적인 구매력을 이용하여 기존 경쟁자들보다 가격을 대폭 낮춘만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Digital Health에 쏠려있는 사이에

월마트는 매우 전통적인 진료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는 셈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1차 진료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이제 월마트가 그 부족한 부분을 단숨에 채워버릴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모델이 확대되면 기존에 의사들이 담당하던 의료 서비스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Healthcare Business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이런 역동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미국의 시스템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의료시스템이 객관적으로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한, 의료 수가가 워낙 낮게 책정되어 있어서 이런 식의 파괴적 혁신이 불가능한

(=제 3자가 의사가 담당하는 의료 서비스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적은) 나라의 의사로 일한다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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