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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과 생체 신호 측정

웨어러블은 한때 디지털 헬스케어의 총아로 평가받았습니다.

대표 주자인 핏빗은 2015년 6월에 나스닥 주식 시장에 상장했으며

한달 반만에 주가가 거의 50%가 올라 47.6달러에 육박했습니다.

당시 핏빗의 시가 총액은 10조원 ($9.84Bil)에 육박했는데

이는 같은 시기 LG 전자 시가 총액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핏빗의 주가는  5.5달러 수준이며

시가 총액은 $1.3 Bil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핏빗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페블과 같은 유사 업종 회사 인수에 이어

스마트 신용 카드 (카드 한장에 여러 신용 카드 정보를 넣을 수 있는..) 회사인 Coin을 인수해서

활동량 측정계의 부가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의료 영역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지속형 혈당 측정계 (continuous glucose monitor: CGM) 회사인 Dexcom 제품 데이터를

핏빗의 스마트워치인 Fitbit ionic에 나타나도록 하는 협력 계약을 발표하였고

최근에는 ‘최소 침습형’ (minimally invasive: 덜 찌르는) 지속형 혈당 측정계 기술을

개발하는 Sano라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경쟁사인 애플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침습형 혈당 측정 기술을 탑재한 애플 워치의 가능성과 관련하여

주목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핏빗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웨어러블 시장은 기대에 부응하는 성정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웨어러블에서

스마트폰을 이을 한방이 터져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웨어러블의 효용과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단, 웨어러블의 다양한 용도에 대해서는 예전 포스팅에서 정리한 바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웰니스 영역에 해당하는 활동량 측정계 영역에 대해서는

핏빗 및 그 경쟁자들의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하며

의료 영역은 웨어러블이 의료에서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핏빗이 이 분야에 전념하는 선도회사이며

또한 상장사로 여러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따져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핏빗이 속한 활동량 측정계 분야에 더해서 의료용 제품 영역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물론 저 혼자 생각한 것을 글로 쓴 것이니만큼 ‘망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활동량 측정계 시장

우선 활동량 측정계 시장에서 핏빗 제품의 효용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핏빗의 연간 보고서 (Annual report: 10-K)를 보면

핏빗이 생각하는 주요 고객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상 사용자(Everyday users) 걷기, 계단 오르기 등 일상 활동을 통해서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고객군.

: 걸음수, 거리, 소모 칼로리, 활동 시간에 관심있으며 대상 제품은 Fitbit Zip, Fitbit One, Fitbit Flex 2, and Fitbit Alta

  • 활동 사용자(Active users) 달리기나 각종 스포츠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fitness goal을 달성하고자 하는 고객군.

: 활동량에 더하여 심박을 측정하여 운동 강도를 모니터링 하는데 관심 있음. 대상 제품은 Fitbit Charge 2, Fitbit Blaze

  • 기록 달성 사용자(Performance users) 개인 기록을 달성하고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고객군.

: 장거리 달리기, 싸이클링과 같은 고강도 운동에 참여하고 운동 속도, 거리 구간 측정에 관심 있음. 대상 제품은 Fitbit Surge

 

이 가운데 일상 사용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는 핏빗이 출시한 제품 이력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Fitbit products

Fitbit products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Fitbit_products)

활동 사용자를 대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는 심박센서 탑재 제품은

2015년에 출시된 Fitbit Charge HR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기록 달성 사용자를 대상으로한 Fitbit Surge가 출시되었습니다.

핏빗이 대상 고객으로 삼는 3개의 고객군 가운데 2개의 고객군은 2015년 이후에야

그들이 원하는 것(정확히는 고객이 원한다고 핏빗이 생각한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핏빗의 주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일상 사용자의 경우

열심히 활동/운동하고자 하는 의욕이 높지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충성 고객으로 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모티베이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들 느끼겠지만 이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용자의 1/3이 6개월 내에 사용을 중단한다고 했던 과거 소비자 설문 조사 결과나

핏빗이 공개한 고객 자료 등으로 보았을 때

웨어러블을 지속적으로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은 편하게 쉬고 싶지

따로 시간을 내서 활동하고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있어서

굳이 손목시계 혹은 손목시계와 유사한 것을 찰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에게

웨어러블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서 활동량 증가 혹은 체중 감량 등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 만든 하드웨어 이상의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2016년 9월 JAMA에 실렸던 논문은 이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Effect of Wearable Technology Combined with a Lifestyle Intervention on Long-term Weight Loss

라는 제목의 연구로 웨어러블을 착용시킨 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서

오히려 체중이 덜 빠졌다는 결론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저도 이 논문에 대한 포스팅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 나오는 제품들처럼 쓰기 편하고 깔끔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등

여러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을 채워주는 것만으로 건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하드웨어 자체로 모티베이션이 되어도 좋지만 웨어러블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앱을 중요한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핏빗의 경우 상당히 괜찮은 앱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진성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Fitbit premium의 경우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피트니스 계획을 제시해주고

데이터 분석 및 목표 달성을 점검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연간 가입비가 $49.99입니다.

그리고 2015년 3월에 인수한 Fitstar를 통해서는

개인화된 비디오 운동 컨텐츠를 제공하며 연간 가입비가 $39.99 입니다.

이들 유료 서비스는 일부 일상 사용자와 활동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2016년 10-K에 의하면 이들 서비스로 인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1% 미만이라고 합니다.

물론 핏빗 무료 앱을 열심히 쓰는 사용자가 많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사용자들이 핏빗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핏빗은 그동안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일상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하지 못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핏빗이 상장 당시부터 유망 시장으로 꼽았던

기업 상대 웰니스 프로그램 (직원을 상대로 한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판매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입니다.

핏빗은 10-K에서 2014~2016년 매해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

웰니스 프로그램에서 거두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상 사용자의 경우 활동량 측정계에 대한 지불 의향이 낮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저렴한 제품에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고 있는

샤오미가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5년 이후 관심을 보이고 있는 활동 사용자와 기록 달성 사용자는 어떨까요?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장은

가민 (Garmin)이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민의 경우 GPS를 내장한 본격 스포츠 웨어러블인 fēnix 시리즈를

2012년 중순에 출시한 바 있습니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핏빗은 2015년 입니다.)

이후에도 가민은 고가의 고기능 제품을 다수 출시하면서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용자 시장을 선점하였습니다.

전문 운동 시장 혹은 기록 달성 사용자 시장의 경우

이미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동기 부여 보다는 현재 상황과 기록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핏빗이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활용해서 이들 고객을 유인해볼 여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현재 가민의 포지셔닝은 매우 탄탄해 보입니다.

 

가민은 원래 네비게이션 등 다양한 GPS 기반의 제품을 만들던 회사였는데

2016년 웨어러블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후 주식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활동 사용자 및 기록 달성 사용자와 같이

제대로 운동하려는 사용자와 관련해서 추가로 생각해 볼 것은

심박 센서를 탑재하는 의미입니다.

핏빗의 경우 이 두 사용자 그룹을 대상으로한 제품에 심박 센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많은 스마트워치들에도 심박 센서가 탑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제품은 대부분 현재 심박을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박 변이도 (Heart rate variability)를 통한 스트레스 레벨 측정과 같이

한번쯤 흥미로 찾아 볼 수는 있지만 내 인생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지표들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심박수와 활동량 측정과 연계하여 어느 정도 강도의 운동을 했는 지를 분석하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활동량 측정계 형태의 웨어러블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것은

핏빗이 주된 고객으로 삼는 일상 사용자에서 활동량 측정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제가 그런 편인데 저는 삼성 기어S2에 이어서 기어S3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스마트워치를 쓰는 이유는

  1. 카드를 꺼낼 필요 없는 편리한 교통카드 결제
  2.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알림

두가지 입니다.

활동량 측정은 해주니까 고맙긴 한데

굳이 그것 때문에 웨어러블을 살 것 까지는 않습니다.

핏빗이 결제 서비스 회사인 Coin을 인수한 것도 그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데

곧 핏빗이 내놓은 스마트워치인 Fitbit Ionic를 통해 Fitbit pay라는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사인 가민은 이미 Garmin pay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활동량 측정계 시장은 크게 두개의 고객군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반적인 사용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건강 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체중 감량 및 활동량 증가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이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면 미국의 메디케어 및 민간 보험사,

고용주가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로 앱과 같은 보조 도구를 통한 동기 부여가 중요한데

이는 좋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녹록치 않은 영역입니다.

그리고 열성 사용자의 경우 이미 동기 부여는 충분히 되어 있기 때문에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 혹은 좋은 운동 프로그램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 영역

핏빗은 활동량 측정계 시장에서의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혈당 측정과 같은

의료 영역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많은 연구자들이 핏빗을 임상 시험에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환자에서 핏빗을 통해서 활동량을 측정하거나

활동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핏빗을 활용하는 연구들입니다.

핏빗은 임상 시험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선에 머물고

규제 등 복잡한 이슈가 많은 본격적인 의료 영역으로 들어서지는 않았는데

최근 들어 앞서 살펴본 것처럼 Dexcom과의 협력을 발표하고

Sano와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의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애플워치의 경우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를 만드는

AliveCor가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애플워치 시계줄이 FDA 승인을 받고

시판되었습니다.

애플워치에 (바늘로 찌르지 않는) 비침습형 혈당 측정계가 탑재되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애플 역시 의료기기 형태의 애플워치를 내놓는데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 영역에서의 웨어러블은 개별 회사보다는 전반적인 효용과 가치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웨어러블은 보통 수시간~하루종일 착용하기 때문에

지속적, 반복적으로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데 적합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하루 한번 이하로 측정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

굳이 웨어러블에 탑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손목에 있는 작은 장비로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웨어러블을 써서 측정해야 하는가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 포스팅 진단, 검사에 대한 고찰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병원에서 하는 혈액 검사를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제품 출시를

고민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병원을 자주 가고 있지않는 환자가 여러번 검사를 했을 때

의미있는 수치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웨어러블을 통한 생체신호 측정은

하루 두번 이상 측정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에 의미가 있는데

의미있는 변화가 없어서 굳이 그렇게 여러번 측정할 필요가 없거나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의료계에서 그 변화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

가 있습니다.

 

굳이 하루에 여러번 측정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대표적인 경우가 체지방 측정입니다.

인바디는 체지방 측정을 할 수 있는 인바디 밴드를 내놓았는데

기존 인바디 기기 대비 정확도는 차치하고

굳이 웨어러블에 넣어서 수시로 재야하는 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정용 인바디인 인바디 다이얼을 쓰고 있는데 이정도면 충분해 보입니다.

인바디의 원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제가 알기로 인바디 측정 기술은 체내 수분량 측정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차라리 체지방이 아니라 체내 수분량을 알려주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해서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수시로 측정해서 수분 보충을 도와주는 컨셉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킨슨병과 같은 만성 신경 질환은 두번째에 해당합니다.

파킨슨병 증상 데이터 수집을 위한 웨어러블로 FDA 승인을 받은

Kinetigraph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웨어러블은 아니지만 애플 제품을 활용한 의학 연구 프로젝트인

리서치킷의 일환으로 앱을 활용한 파킨슨병 경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굳이 매일 경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의사들은 서서히 진행하는 병의 경우

한두달에 한번 의사가 진료실에서 평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병의 경과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이 맞을 수 있지만

환자의 증상은 수시로 변할 수 있으며 그런 증상들이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 경과에 대한 데이터 수집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의료는 기본적으로 의료인이 의사 결정을 주도하기 때문에

파킨슨병 경과를 추적하는 제품을 만든다해도

의료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 판매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는 측정하고자 하는 변화가 수일~수주에 한번 정도로

어쩌다가 한번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부정맥이 대표적입니다.

부정맥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다양한 질환을 의미합니다.

한번 생기면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스트레스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생겼다가 없어집니다.

이런 경우 환자는 증상을 느끼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아

의사가 진단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진단을 위해서 홀터 모니터(Holter monitor)라는 장치를 사용합니다.

Holter monitor

Holter monitor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Holter_monitor)

문제는 사용이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196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이후에 많이 개량되었지만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24~48시간 정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부정맥이 그리 자주 나타나지 않는 경우 홀터 모니터를 사용해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 AliveCor 회사가 만드는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liveCor

AliveCor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굳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한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활동량 측정계를 건강 검진 등 사용자의 일상 생활 습관을 점검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활동량이나 생활 습관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생활에 대한 진단 목적인 경우

활동량 측정계를 굳이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고 3~4일 정도만 사용해도

꽤 정확하게 사용자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돌발성으로 생기는 부정맥의 경우 해당하는 환자가 적기 때문에

제품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리 매력적인 시장은 아닙니다.

현재 의학적으로 하루에 여러번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증명되었고

시장 크기도 적지 않은 대표적인 경우는 고혈압과 당뇨병입니다.

 

혈압은 하루 중 수치가 변동하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BP fluctuation

BP fluctuation

보통 고혈압은 병원에서 잰 것을 기준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의 그림을 보면 몇 시에 병원에 왔는 지에 따라서 고혈압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병원에서 흰가운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긴장해서 혈압이 오르는

백의 고혈압 (White coat hypertension: 고혈압이 아니지만 병원에서 측정 시 고혈압으로 나오는 경우)이나

반대로 고혈압이지만 병원에서 정상으로 나오는 가면 고혈압 (Masked hypertension) 같은 현상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집에서 가정용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도록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환자가 집에서 시간대마다 수시로 혈압을 측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때 24시간 혈압 측정 (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 ABPM)을 실시합니다.

ABPM

ABPM (출처: Ambulatory Blood-Pressure Monitoring, NEJM 2006;354)

미국 Medicare에서는 백의 고혈압이 의심되는 경우

ABPM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보험 수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1% 미만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빈도가 10~26%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 빈도가 낮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ABPM이라는 제품이 그리 편하지 않기 때문에

48~72시간 정도 제한적인 시간 동안 ABPM을 통해서 측정한 결과에서

혈압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해도 사실은 고혈압이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웨어러블 형태로 편하게 수시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온다면

유용할 것입니다.

몇몇 스타트업들이 혈압 측정용 커프(Cuff: 혈압 잴 때 팔에 두르는 부분) 없이

혈압을 측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아직은 더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보다는 CES 2018에서 의료기기 회사인 옴론에서 공개한 웨어러블 형태로

커프를 최소화한 혈압계가 현재로서는 현실적인 제품으로 보입니다.

올해 안에 FDA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만약 간편하게 지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고혈압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하루 종일 고혈압 약이 제대로 작용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등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생체 신호와 결합되면 새로운 병을 진단하거나

질병 발생 예측 알고리즘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속적인 신호 측정의 가치가

의료계에서 증명되고 받아들여진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측정을 하는 새로운 제품이 의료계에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대하여

지속형 혈당 측정(CGM)의 사례를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CGM은 글자 그대로 몸에 부착하는 장비를 통해서

24시간 지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CGM

CGM

위의 그림과 같은 형태로 사용합니다.

바늘 형태의 혈당 센서를 피하에 삽입해서 혈당을 측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웨어러블과는 다르지만

몸에 부착해서 지속적으로 생체 신호를 측정한다는 점에서

웨어러블의 범주에 넣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CGM은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이 1999년에 내놓은 Minimed입니다.

당시에는 환자 몸에 부착해서 수집한 데이터를 의료인이 확인하는 용도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환자가 직접 수치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현재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제품이 나온 것은 2005년이며

메드트로닉이 만든 Guardian RT CGM 제품입니다.

 

CGM과 같은 새로운 약물, 치료 기술의 의료계 도입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

권위있는 학회에서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CGM이 해당되는 당뇨병과 관련해서는

미국 당뇨 학회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에서 내놓은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이 그 역할을 합니다.

미국 당뇨 학회 가이드라인에서 CGM이 처음 언급되는 것은 2007년 입니다.

당시

더 많은 연구가 발표될 때까지 연구 환경 이외에서 CGM을 사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고 언급될 정도로 의학계의 반응은 조심스러웠습니다.

 

참고로 2007년 가이드라인에서는 CGM을 활용한 1건의 연구 논문이 언급되었는데

이는 2004년~2005년 사이에 이루어진 임상 시험을 바탕으로 2006년에 발표된 것입니다.

최초의 CGM이 나온지 7년 후에 이루어진 연구가

처음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해인 2008년 가이드라인에는

일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자가 혈당 측정에서 CGM이 보조적인 도구 (Supplemental tool)로 활용될 수 있다

고 언급되었고 근거 수준 (Evidence level: 얼마나 충분한 학문적 근거가 있는 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문가 의견을 의미하는 E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서 드디어 2009년에는

25세 이상의 제1형 당뇨 환자에서 집중 인슐린 요법에 더해서 CGM을 사용하는 것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는 언급이 나왔고 이는 근거 수준으로 가장 높은 A 등급을 받았고

소아 및 젊은 성인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보다 낮은 C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CGM은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이정도 수준에서 권고 받고 있습니다.

 

보험 적용과 관련해서는 2009년부터 미국의 주요 민간 보험사들이

CGM에 대한 보험 적용을 시작하였는데

이는 미국 당뇨 협회 가이드라인에서 A 등급 권고를 받은 시기와 일치 합니다.

노년층을 위한 국가 의료 보험이라고 할 수있는 메디케어는

2017년부터 일반 혈당 측정계 필요 없이

단독으로 CGM을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서 보험적용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CGM 사례처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의

의학적 가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웨어러블을 만들고 이의 효용을 의학적으로 입증받고 보험 적용까지 받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물론 지속적 당뇨 측정의 경우 이미 가치가 확립되었기 때문에

현재 CGM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바늘을 사용하는 침습적인 진단 방법을 개선한

비침습적 (찌르지 않고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혈당 측정 제품이 나온다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효용을 입증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구글이 개발한다고 알려진 혈당 측정 컨택트 렌즈 등 대부분의 관련 프로젝트들이

소문만 무성하고 제대로된 기술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슈가 될 것입니다.

(구글의 혈당 측정 컨택트 렌즈의 경우 한 전직 구글 직원이 그런 기술은 없으며

다만 슬라이드 상으로만 존재하는 ‘슬라이드 웨어’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의료용 웨어러블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신용재’인 의료의 속성상 의사가 의학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환자에게 권하지

않는 한 환자 혹은 다른 사용자가 사서 쓸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때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웨어러블을 사용해서 데이터를 모아야

그 효용을 입증할 수 있지만

소비자는 아직 효용이 뚜렷하지 않은 제품을 굳이 사서 쓸 이유가 없게 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딜레마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먼저 모으거나, 효용을 먼저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의료 ‘빅데이터’가 가져올 변화와 회사들의 접근 전략 이라는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데이터를 먼저 모으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

소비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웨어러블에 새로운 센서를 탑재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세대 애플워치에 심전도 센서를 탑재한다면

심전도에 관심이 없었을 전세계 수백만 고객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애플워치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애플은 조용히 심전도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인 헬스킷이

수집한 데이터와 함께 분석하여 의학적인 효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샤오미도 유사한 전략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샤오미의 장점은 매우 싼데 쓸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샤오미 미밴드 5세대에 심전도 센서를 탑재한다면

심전도에 관심없는 고객도 싼 맛에 사다 쓸 가능성이 있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소비자가 신경쓰지 않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가 그런 대표적인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자동차의 특성에 맞춘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포스팅에서 다루었는데

자동차는 사용자가 여러 지점과 밀착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수동적인 데이터 수집이 용이합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만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천만~수억명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상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동차에 센서를 탑재하기만 하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헌납하게 된다는 점은 아직 대중화 되지 못한 각종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갖지 못한

큰 장점입니다.

 

효용을 먼저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의학 연구가 됩니다.

대개 학교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회사 차원에서 노력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구글입니다.

구글은 2014년 여름부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베이스라인 스터디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175명을 대상으로 하는 파일럿 연구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수천명을 참가시킬 계획인 이 프로젝트는

참가자들의 유전자 정보뿐만 아니라 소변, 혈액, 타액, 눈물 등

다양한 체액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시켜

심박수, 심장 리듬, 산소 포화도 등 다양한 정보를 모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웨어러블의 여러 측면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추가로 생각해 볼 점은 일반적인 사용자의 생활 습관 관련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

웨어러블을 쓰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점입니다.

2017년 6월에 있었던 BIO 행사와 함께 열린 Digital health summer summit에서

정신과 영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연구를 많이 하는

David Mohr 박사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정신과 환자의 tracking과 관련해서 웨어러블을 쓸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버텨볼 것인가하는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약도 제대로 안챙겨 먹는 환자가 웨어러블을 제대로 쓰기나 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스마트폰 센서만으로 최대한 tracking한다.

이전까지 생각을 못했던 관점입니다.

비록 스마트폰 센서가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대략적인 활동량 정도는 굳이 웨어러블을 쓰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돈버는 만보기 잠금 화면’을 표방하는 캐시워크 같은 앱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됩니다.

잠금화면에 뜨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쓰면서 수시로 보게되고

얻은 포인트를 경품 당첨이나 게임에 쓸 수 있는 게임의 요소도 있어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잘 유지하고 있어 보입니다.

향후 본격적인 헬스케어 요소를 접목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쓸 때는 왠지 멋있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주저리 주저리 말만 많은 것 같아서 괜히 부끄럽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한가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적지 않은 회사들이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측정한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성공하기 힘든 접근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지속형 혈당 측정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속적인 생체 신호 측정이 의학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또 한가지 염두에 두여야 할 것은

(아직 기술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있는) 커프 없는 지속형 혈압 측정이나

비침습형 혈당 측정 이외 대부분의 생체 신호 측정은

좁은 범위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때 적지 않은 회사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전문가가 말했던 것처럼

“헬스케어는 하나의 큰 시장 아닌 작은 시장의 합”

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당뇨 환자 안에서도 당뇨 진단 직후의 환자, 당뇨 관리가 안되는 환자

, 과체중인 환자, 합병증이 있는 당뇨 환자 각각의 니즈가 다릅니다.

각각의 세부 시장 니즈를 만족시키는 노력 없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큰 시장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것은

적어도 헬스케어에서는 매우 어렵습니다.

모쪼록 이 분야에 관심 가진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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