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과 패션의 협력에 대한 고찰

웨어러블은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차고 다니는 기기입니다.

아직까지 웨어러블은 최신 기술을 상징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이를 차고 다니는 사람은 좀 별나고 괴짜 같은 이미지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디자인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Misfit 같은 회사도 있지만 아직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장비들은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는 시장에 나와있는 투박한 웨어러블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제가 남자다 보니 짐작만..)

일부 업체들은 패션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웨어버블과 패션업계의 협력의 현황 및 비지니스적인 측면에서의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 계신 분들 (특히, 모기업의 송태근 차장님)과의 인터뷰 및

조선비즈에서 2015년 4월 22일에 개최한 웨어러블 포럼 (행사 홈페이지는 여기)에서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제 생각을 더했습니다.

단, 제가 이 글을 쓴 후 그 내용에 대해서 그 분들의 의견을 다시 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 글의 내용이 이 분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그리고, 스마트워치 분야에서의 협업은 제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또한,  업체간의 협력없이 패션성을 높인 제품도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우선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Tory Burch Fitbit (Tory Burch Homepage)

Tory Burch Fitbit (Tory Burch Homepage)

활동량 측정계 분야 1위인 Fitbit은 럭셔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매스티지 브랜드인 토리버치와의 협업을 통해서

2014년 7월에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제품의 토리버치 온라인 쇼핑몰 링크는 여기에)

팔찌와 목걸이 형태의 제품을 내놓았는데 가격대는 175~195달러 선입니다.

 

디자인이 가미된 웨어러블로 유명한 Misfit은 패션업체와의 협력에서도 앞서가고 있습니다.

Victoria's secrea Misfit (Misfit homoepage)

Victoria’s secrea Misfit (Misfit homoepage)

2014년 11월에 빅토리아 시크릿과의 협력을 통해서 핑크색 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관련 링크는 여기)

CES 2015에서 스와로브스키와 협력하여 팔찌 형태의 제품을 발표하였습니다.

Misfit 홈페이지에 스와로브스키 협력 제품은 pre-order 상태인 것으로 보아 아직 정식 출시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Swarovski Misfit (Misfit Homepage)

Swarovski Misfit (Misfit Homepage)

 

패션 브랜드인 Michael Kors은 2014년 인텔 및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서 패션 웨어러블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아직 제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관련 링크는 여기 )

Michael Kors는 이미 립스틱 모양과 화장품 컴팩트 모양의 핸드폰 충전 배터리를 출시한 바 있어

IT 기술과 패션의 접목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체간 협력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주된 논의 대상은 아니지만

순수 악세서리에 가까운 형태로 디자인한 제품으로 여성 시장을 겨냥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Ringly회사는 반지 형태의 패션 웨어러블을, Cuff회사는 팔찌 및 목걸이 형태의 패션 웨어러블을 내놓고 있습니다.

Ringly (Ringly Homepage)

Ringly (Ringly Homepage)

 

지금까지 살펴본 회사들은 악세서리 형태의 패션 웨어러블을 생산한 사례가 되겠습니다.

이외에 의류 웨어러블을 내놓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OMSignal회사는 원래 독자적으로 (별로 예쁘지 않은) 스마트의류를 생산하였습니다.

OMsignal (OMsignal homepage)

OMsignal (OMsignal homepage)

몇개의 제품이 나와있지만 옷 디자인으로 보자면 팔길이에 차이가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색상은 가슴 부분에 그려진 OMsignal 로고 색깔만 한두가지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평소에 입고다니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입니다.

 

OMsignal은 스마트의류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뭔가 특수해 보이는 옷의 형태로 제품을 내놓는 대신

‘일반적인 의류’처럼 생긴 제품, 그것도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제품을 내놓는게 좋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유명  패션 브랜드로 (저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랄프 로렌과 협력하여 랄프 로렌 브랜드로 스마트 의류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Ralph Lauren OMsignal (OMsignal twitter)

Ralph Lauren OMsignal (OMsignal twitter)

2014년 8월 US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시제품을 선보였으며

2015년 초에 정식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국 스포츠 의류 및 장비 브랜드인 언더아머(Under Armour) 역시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땀 흡수력이 좋은 기능성 의류로 유명한 이 회사는 CEO가 2014년 7월 1일 서울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고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외부 행사에서 언더아머 셔츠를 입은 모습이 목격되면서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삼성전자가 의류나 스포츠용품 분야로 시장을 넓히기 위한 협업 파트너로 언더아머를 택한 것이 아닌 가하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는 여기)

아직 삼성과의 구체적인 협력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

2011년에 Armour 39라고 하는 활동량 측정 가슴 띠와 이를 활용한 셔츠 및 앱을 생산한 적이 있고

이후 피트니스 앱 업체 인수에 나서 MapMyFitness, MyFitnessPal, Endomondo를 차례로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황을 바탕으로 웨어러블과 패션의 협력의 비지니스적인 측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웨어러블 회사와 패션 회사는 이런 협력으로 부터 무엇을 기대할까요?

적어도 현재로서는 돈을 버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수백대 많아도 천대 이상은 팔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협력 제품이라고 해서 기존 제품에 비해서 판매가격대가 크게 높아지지는 않기 때문에

개당 수익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웨어러블의 제조 원가를 감안하면 개당 수익은 오히려 일반 제품보다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패션-IT 융합 제품의 인기 및 가격 책정과 관련하여 다른  사례를 근거로

이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 사례는 제일모직의 로가디스 브랜드로 출시한 스마트 슈트입니다.

로가디스 스마트슈트 (제일모직 온라인 쇼핑몰)

로가디스 스마트슈트 (제일모직 온라인 쇼핑몰)

로가디스 스마트슈트2 (제일모직 온라인 쇼핑몰)

로가디스 스마트슈트2 (제일모직 온라인 쇼핑몰)

남성복에 NFC 태그를 삽입하여 회의 시간에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어 주고

음악을 듣던 중 멈추었다가 다시 들으면 마지막 들은 곳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등의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관련 링크는 여기에)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어서 가격이 로가디스의 일반 제품보다 30%정도 비싸지만

재고가 부족할 정도라는 점을 들어 패션-웨어러블 융합 제품도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옷에 NFC 태그가 있다고 해서 옷값의 30%를 더 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위의 링크 기사로 가보면 이 옷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옷 자체의 원단입니다.

두꺼운 울 원사인 태번수를 강하게 꼬아 만든 원단을 써서 일반 울 슈트에 비해

주름이 거의 잡히지 않고 쉽게 펴진다…. 장시간 비행에도 주름이 덜 생기고

휴대하기 편한 슈트를 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한 제품

이라고 하는데  이런 옷 자체의 특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위의 광고 이미지 두장에서 윗 사진이 메인 화면인데 NFC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NFC 태그는 ‘nice to have’이지만 이 제품을 히트작으로 만들어준 성공요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시도가 의미없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패션회사 내부 사정은 잘 모르지만 이런 식의 시도들이 쌓여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패션회사와 웨어러블 회사가 협력을 할 때 그 목표가 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션회사는 첨단 유행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웨어러블 회사의 경우 패션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Misfit의 CEO인 소니 부 씨는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빅토리아 시크릿의 섹시함과 스와로브스키의 우아함(정확히는 elegance)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를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패션-웨어러블 융합 제품은 어느쪽으로 판매하는 것이 좋을까요?

각 회사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감안하여 결정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미 출시된 제품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Fitbit-토리버치 협업 제품의 경우, Fitbit이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리버치 관련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Misfit의 경우 협업 제품은 파트너의 채널과 Misfit 자체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판매하며

전자기기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Fitbit과 Misfit 모두 패션 제품으로 판매하기를 희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패션 업체 입장에서는  제품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의 고객 경험 관리 측면에서

전자제품 회사보다는 자신들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Fitbit과 Misfit은 파트너사의 이미지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사의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보았을 것 같습니다.

 

이들 제품을 패션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패션-웨어러블 협업 제품을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경우에 통하는 룰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웨어러블을 적용할 수 있는 패션 제품의 속성을 바탕으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미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헬스케어 관련 웨어러블 제품 가운데 패션과 협업이 가능한 종류를 생각해 보면

안경, 옷, 악세서리, 벨트, 신발 정도가 있습니다.

패션 제품으로서의 속성이 얼마나 강한 지를 기준으로 이들을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Fashion Wearable

Fashion Wearable

 

다르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틀린 짐작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옷, 신발과의 협업 제품은 패션으로 가는 것이 좋고

악세서리, 안경의 경우 꼭 패션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옷, 신발의 경우 소비자들이 패션 제품으로 인지하는 정도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웨어러블 회사와의 협업 사실 자체를 숨기고 새로운 기능을 더한 패션 제품으로 내세우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즉, 웨어러블 회사 입장에서는 B2B2C 모델을 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악세서리의 경우 패션 제품으로의 속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앞에서 살펴본 것 처럼 IT 제품으로 내놓으면서 필요에 따라서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경의 형태를 띈 웨어러블의 경우 구글 글래스가 대표적인데

1세대 제품의 경우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으며

‘전략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상태에 있습니다.

(관련한 구글 CFO 인터뷰 내용은 여기에)

구글 글래스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아니다 말이 많은데

완전히 접지는 않는다고 해도 회사에서 어떤 제품에 대해서 ‘전략을 새롭게 세’운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인 메시지가 아닌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구글 글래스 1세대 제품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로 프라이버시 침해, 배터리 수명과 함께

자연스럽지 못한 디자인이 꼽혔습니다.

구글도 디자인과 관련한 부분을 심각하게 고려했는지

이탈리아의 유명 안경업체인 룩소티카와 협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얼마 전에는  룩소티카의 사장이 구글 글래스 2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관련 Wall Street Journal 기사는 여기에)

 

현재 출시되고 있는 웨어러블 제품은 악세서리의 형태로 나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늘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웨어러블제품의 속성 상

그 자체를 패션제품처럼 만들거나 패션업계와 협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웨어러블 제품 자체가 초기 사용자와 주류 시장의 일반 소비자 사이의 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캐즘’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패션성을 강화하는 것이 웨어러블 제품 자체의 판매를 얼마나 신장시켜줄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현재와 같은 초기 시장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며 여기에 패션을 더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능과 관련된 이슈는 단순히 신기한 센서를 하나 더 부착하는 수준이 아니라

User Interface 혹은 행동 경제학적 지식을 이용해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효용을 줄 수 있는 기능이 더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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