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에 대한 생각 정리

정부가 12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1)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및 부대사업 확대 2)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 완화 3) 해외환자 유치 확대 정도가 핵심 내용입니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의료영리화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료영리화 혹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는데

관련 인사들 혹은 단체들이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틀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논쟁을 촉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개념임에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같은 개념처럼 쓰는 경우도 있어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기회에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개념들을 정리하면서 위의 논란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라는 표현은 잘못되었습니다.

이미 90% 이상의 의료기관이 민간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국립대병원 정도를 빼면 딱히 떠오르는 공공 의료기관이 없을 것입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폐쇄를 명령해 이슈가 되었던 진주의료원 같은 곳이 공공 의료기관에 속합니다.

 

그러면 민간 의료기관은 누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일까요?

현재 의료법에서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것은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이하 의사)  2) 의료법인을 비롯한 비영리법인입니다.

여기서 의사는 1개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고 법인은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법인은 어떤 공익을 위해서 설립되었으며 법인 설립을 위해서 출연된 재산은 기본적으로 국가 소유이되며

설립한 사람은 그 법인의 이사회를 통해서 법인의 운영을 좌우합니다.

의료법인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이외의 비영리법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학교법인이 대학병원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재단도  있는데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서울아산병원을,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서울병원을 개설했습니다.

 

여기서 의료영리화 혹은 영리병원의 개념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의료영리화는 여러가지 개념을 혼용하는 대표적인 용어입니다.

보통 ‘의료기간이 돈을 벌 수 있는가, 벌어도 되는가’와 같은 의미로 생각을 하는데, 국내 의료기관이 돈을 벌면 안된다고 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즉, 외래 진료하고 수술해서 번 돈에 비용을 제하고서 이익을 남기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개설자가 의사인 경우 그 수익을 (세금을 낸 다음에) 의료기관 밖을 가져갈 수 있고

법인인 경우에는 그 수익을 법인이 설립된 목적에 해당하는 사업에 써야합니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개인을 의사로 한정한 것은 비교적 의료적 양심에 따라 진료할 것이다고 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의료법인이 병원을 개설할 수 있게한 것은 옛날에 의료기관이 부족하던 시절에 의사들이 개설한 병원만으로는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게다가 가난한 국가가 이를 제공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허용했던 것입니다.

단, 수익을 외부로 가져갈 수 없도록 제한하여 영리 추구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의료법인들은 본인의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여 국민 의료에 이바지하려는 천사들일까요?

법인 설립자는 본인이 희망하는 사람을 이사회 이사로 올릴 수 있고 그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즉, 현재도 의료기관이 돈을 벌고, 번 돈을 의료기관 밖으로 가져가는 것에 큰 문제가 없는 셈입니다.

다만, 의료법인에 속한 병원의 규모가 매우 커서 벌어들인 돈이 많다면, 인건비 명목으로 돈을 가져가는데 한계가 있겠지요.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의료영리화가 실제 의미하는 바는 ‘투자개방형 병원‘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외부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서(투자개방)  병원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생명같은 회사의 돈을 받아서 세운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경우는 투자라고 부르지않고 출자 혹은 출연이라고 부릅니다.

그 차이는 투자의 경우 수익을 내고 이를 배당받는 것이 목적이며, 출자 혹은 출연은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돈을 잘 버는 사업이라 해도 그렇게 번 돈을 가져갈 수 없다면 투자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소위 의료영리화, 즉 투자개방형병원의 핵심은 병원이 번 돈을 그 투자자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지 여부이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 국내에 투자개방형병원은 없습니다.

 

자, 그런데 정부가 투자개방형 병원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우리나라에서 투자개방형병원을 세울 수 있는 경우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외국인이 개설하는 경우에 허용됩니다.

이를 규정하는 법률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및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하 경제자유구역 규칙),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입니다.

이 규칙과 특별법에는 외국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개설할 수 있는 주체를 제한하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영리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는지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에는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상법」상 법인으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법인은

의료법」 제33조제2항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

고 친절히 써주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의 가장 큰 차이는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에서는 외국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가운데 외국면허 소지자가 10% 이상 (단, 총 의사가 10명 미만인 경우 1명 이상)으로

규정한 반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는 이런 제한이 없어 1명 이상만 고용해도 됩니다.

 

이번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에서는 이런 차이를 없애고 경제자유 구역에 설립하는 외국의료기관에도 10% 룰을 없애주겠다고 합니다.

아무리해도 외국의료기관을 열려는 투자자가 없으니 규제를 줄여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외국의료기관을 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었일까요?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에 따르면 이렇게 특별법을 만든 목적은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함’

이라고 합니다.

즉,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외국인이 투자하고 일하는 국제 도시가 되려면 이들이 불편을 겪지 않기위한 인프라를 갖추어야 하는데

특히 외국인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이 자식 교육과 의료기관 이용이니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하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목적을 위해 세운 외국인 학교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부모가 한국인이고 자식 국적만 외국인이 아닌…)이 다니고 있을까요?

외국인이 많이 투자하지 않고 살지 않는 중요한 이유가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일까요?

적어도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한 것은

외국인이 살기에 편한 곳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리 시급하지 않아보입니다.

 

게다가 이들 외국의료기관은 특혜를 인정받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에 따른 요양기관으로 보지’않는다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게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면 상관이 없지만, 외국인만 진료했을 때  그 환자 수가 적어 그 의료기관이 유지되지 못할 것을 걱정하여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사실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애당초 진료받으러 올 외국인이 적어서 그런 병원을 세울 필요가

거의 없는게 현실인데, 외국인 병원을 세우는 것을 전제로 해서 다른 것을 거기에 끼워 맞추는 꼴입니다.)

 

즉, 내국인이 이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고 병원이 자체적으로 매기는 비용(당연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보다 훨씬 비싸겠지요)

을 지불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내병원들은 이를  큰 차별로 생각하는데, 국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에 의해 반드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국내 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환자(=우리 국민 거의 모두 + 국내에서 일하면서 보험료를 내는 외국인)에게는 건강보험이 결정한

비용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야당과 시민단체는 비싼 의료비용을  낼 수 있는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며, 장기적으로 엄청난 의료 비용을 내야한다는

미국처럼 될 것이라고 반발합니다.

반면, 정부는 특정 지역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외국의료기관이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않는다 해도 거기까지 가서 진료받는 내국인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왜냐하면 의료비용은 훨씬 비싸지지만, 의료의 질은 그 만큼 높아지지 못할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진료를 받을 때, 환자는 전체 발생 비용의 40% 정도만 지불합니다.

건강보험적용을 받는 입원비는 20% 정도만 내게되어 있지만, 건강보험적용이 안되는 것들(1,2인실, 특진료 등등)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외국의료기관은 국내의료기관보다 2.5배의 진료비를 받아야 겨우 같은 정도의 수입을 버는 셈입니다. (100%/40% = 2.5)

게다가 위에서 이야기한 전체발생비용이라는 것은 대개 건강보험에서 정한 것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전체발생비용 중 건강보험적용이 되는 것은 건강보험이 정하고,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은 개별 병원이 정합니다.)

따라서, 외국의료기관이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익을 남기려면 2.5배보다 많은 진료비를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의료기관은 2.5배를 훨씬 넘는 진료비를 낼 만한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아마 미국이나 유럽의 세계적인 명의들이 한국으로 와서 진료한다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명의들이 한국의 외국의료기관으로 와서 진료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과거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들이 중동국가들과 협약을 맺고 중동의 의료서비스를  지원하였는데

매우 높은 급여를 약속했음에도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세계적인 명의들이 실제 중동으로 가서 진료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천이 중동국가들보다 날씨는 좋겠지만 명의들이 한국으로 와서 진료할 것이라고 보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많이 양보해서 서울대병원 교수 수준의 의료진이 진료한다면 어떨까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그 진료를 받으러 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의 진료를 1/3~1/4정도의 가격에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외국계병원에서 진료받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민간보험회사들이 부자들을 위한 보험을 만들면 이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보험은 어차피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때에도 적용될 것이므로

그런 보험에 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것이 훨씬 저렴합니다.

 

정리하자면, 외국계병원이 허용된다고 해도 내국인 진료 및 건강보험체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외국의료기관 개설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논리에 따르면, 어차피 내국인들이 외국의료기관에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즉, 외국인들을의 편의를 위해서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한다.

-> 그런데 외국인만 진료해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 그러니까 내국인도 진료하게 해준다

-> 그런데 내국인은 너무 비싸서  외국의료기관에 가지 않는다.

-> 결국 소수의 외국인만 진료하는 병원으로 전락한다.

는 시나리오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애당초 열 필요가 없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서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건강보험당연지정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과 의무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어

국민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반드시 진료해야 하며,  건강보험에서 결정한 진료비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국민건강보험은, 국내에 개설된 병원이 청구하는 (정상적인) 진료비를 반드시 지불해야 합니다.

즉,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에 쌍방으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의료기관들은 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 1개 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강보험과 협상을 통해 계약을 맺고,  계약 혹은 협상조건이 마음에 안들면 계약을 깰 수 있는(=건강보험에서 탈퇴하는)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율성을 박탈당한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보험이 적용되는 영역(급여영역)보다

그렇지 않은 영역(피부, 미용 등 비급여영역)이 지나치게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의사도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의사들이 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한민국 자영업자 중에서 가격 책정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일방적으로 정부 규제를 받는 집단이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민간이 투자(이는 위에서 나온 투자와 다른 의미입니다.)해서 설립한 나라에서

의료의 공공성만 내세우면서 수가를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전세계 모든 나라를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국가보험 1곳과 강제 계약을 맺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건강보험과의 계약 체결을 자율에 맡기거나

적어도 복수의 보험자가 있어서 의료기관이 보다 유리한 조건을 찾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제도가 왜 도입된 것일까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 최단 기간 내 국민건강보험 제도 완성이라는 업적때문입니다.

즉 어떤 과정을 거쳐 차근차근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국가 주도로 빠르게  건강보험제도를 만들고 정착시키려는 과정에서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고 제도에 맞서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갑자기 건강보험당연지정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것이 투자개방형 병원 문제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미국처럼 의료비가 급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와도 닿아있습니다.

즉 외국인병원에서 처럼

투자개방형병원을 허용하는 경우, 우리나라 수가가 낮아서 외부 자본이 투자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은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의료수가가 건강보험(=국가)의 통제를 받지 못하게 되고 아주 비싼 의료비를 받는 병원들이 생기고

돈이 없어서 진료를 못받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당연지정제와 투자개방형병원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이렇게 닿아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가지가 사실상 같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고 이로 인해 그런 주장의 논리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생깁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 투자개방형 병원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예외적으로 몇군데 설립될 것이기 때문이며

다른 지역에는 허용되지 않아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외국인병원은 그 자체가 부유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의료 격차를 확대할 것이고

또한 이는 시작일 뿐이며 결국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외국인병원에 대해서는 이미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차피 허용되다고 해도 내국인이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이 논리는 국내 다른 지역에 생길 수도 있는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투자개방형병원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즉, 어떤 병원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으려고 해도 가격 차가 워낙 커지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그곳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이상 진료받으려는 환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전제는 ‘그곳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Big4라고 하는 병원들이 동시에 건강보험적용을 빠져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이정도쯤 되면 매우 비싼 돈을 내더라도 건강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Big4병원으로 가는 환자들이 상당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국가 입장에서는 좁게는 Big4병원, 넓게는 대학병원들만 건강보험제도 안에 묶어 놓을 수 있다면

나머지 병원들은 알아서 건강보험제도 내에 잔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예로 대만을 들 수가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1개의 국가의료보험만이 존재하는데 우리와는 달리 당연지정제가 없고

자율계약제 입니다.

즉, 국가가 제시하는 의료 수가가 마음에 안들면 건강보험 환자를 안받아도 됩니다.

그런 대만에서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계약률은 얼마나 될까요?

97%에 이른다고 합니다. (영어나 한글로 된 공식 자료를 구하지 못했으나 현지를 수차례 다녀오신 보건대학원 교수님 말씀이니 맞을 것입니다.)

비급여 진료만 하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셈입니다.

게다가 대만은 우리나라 수가 제도 보다 훨씬 제약이 심한 총액계약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저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폐지하거나 많은 예외를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에 애쓰는 조직이기 때문일까요?

저는 그보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할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아무래도 의료기관 및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통제권이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부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다시 외국의료기관 이야기로 돌아가서 위의 논의와는 별개로 제주도의 경우, 이미 개설을 요청한 외국계병원이 있는데 중국 회사가 투자하는 싼얼병원입니다.

48병상 규모로, 피부미용 병원입니다.

이 회사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줄기세포시술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아직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줄기세포시술을 안하기로 하고 다시 승인 신청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 분위기 같아서는 허가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피부,미용 시술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굳이 외국 투자까지 받아가면서 피부미용병원을 세워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제주도에 피부, 미용 시술을 하는 의료기관이 부족해서 제주도에 온 중국인들이 원해도 시술을 받지 못한다면 모를까

굳이 중국 자본까지 들여서 그런 의료기과을 세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는 어떨까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현재 건강보험수가가 낮아서 의료기관들의 재정상태가 나쁘니 부대사업을 통해서 돈을 벌도록 허용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원래 장례식장 같이 제한적인 부대사업만이 허용되었는데

이를 확대해서 건강기능식품 판매, 의료기관과 연계된 호텔인 메디텔 등을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개별 건마다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건강기능식품 판매의 경우 시민단체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약품의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며

진료하는 의사가 이를 권하는 경우 환자가 거부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환자에게 강매하는 일이 생길 것이고

이를 통해 진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저역시 진료하는 입장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의사가 권한다고 덥썩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영업실력(?)이 뛰어난 의사의 진료를 받는 돈 많고, 건강에 걱정이 많은 환자들이 사서 먹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그분들은 의사가 권하지 않았어도 본인이 알아서 찾아보고 그런 기능식품을 복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과도하게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형태를 통해서

그 의료기관의 의료수익을 외부로 빼낼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익성 유지가 힘들 정도로 의료 수가를 낮게 책정해 놓고서 이를 다른데서 번 돈으로 벌충하라고 하는 발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의료민영화 관련 논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명료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야긱 길어졌습니다.

정리하자면,

1. 외국인병원 및 기타 국내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는 정부가 의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설령 폐지한다고 해도 우려하는 것같은 의료비의 폭등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2. 위의 이유로 인해  투자의 매력이 낮기때문에  투자개방형병원이 허용된다고 해도 미용, 성형같은 비급여 영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3. 또한, 실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병원은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들이 국내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에 많이 살고 있지 않고,

내국인들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애당초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s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