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의 상품 특성에 대한 이해(2): 신용재, 경험재, 탐색재

지난 포스팅 (의료 서비스의 상품 특성에 대한 이해(1): 고관여상품과 저관여상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Big4 병원의 암 수술이나 성형수술, 라식수술 모두 고관여입니다.

그런데 성형수술과 라식수술은 블로그나 카페 마케팅이 활발하고

가격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중증 수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중증 수술은 법적으로 가격 할인이 불가능하지만 로봇 수술 같은 경우

비급여이기 때문에 가격 할인이 가능합니다.)

성형수술과 라식수술이 상업화되었고 중증 수술은 그렇지 않다는 점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지만

그 원인을 찾다보면 상품의 또다른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라식 수술은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수술이 잘 되었는 지를 평가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사서 써보기 전에는 품질을 알기 힘든 제품을 경험재(experience good)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경험재를 구입하려고 할 때 이미 구입한 사람들의 경험을 찾아보고

그 내용을 근거로 구입 여부를 결정합니다.

 

성형 수술은 좀 다릅니다. 수술을 받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수술이 잘 되었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아도,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하면

품질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제품을 탐색재 (search good)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품에 대한 정보를 탐색할 때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가능한 모든 정보를 알아보기 보다는 제한적으로 탐색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성형수술의 경우 경험재의 성격도 있기는 합니다.

 

암 수술은 어떨까요?

암수술은 소비자(=환자, 보호자)가 질이나 수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누가 명의인지를 알아보고 수술받을 의사를 선택하지만

그 의사가 정말로 수술을 잘 했는 지를 알기는 힘듭니다.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했는지, 아니면 암이 재발 했는 지를 가지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명의라 해도 수술 후 합병증이 없을 수는 없고

다른 의사들과 비교할만한 객관적인 데이터도 없기때문에

그 의사의 수준을 정확하게 알기는 힘듭니다.

이렇게 소비자가 실제 사용해 본 다음에도 품질을 파악하기 힘든 것을

신용재 (Credence good)이라고 합니다.

신용재는 브랜드를 쌓기가 힘듭니다.

소비자들이 품질을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브랜드를 쌓을 기반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용재의 브랜드를 쌓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라식 수술과 같은 경험재를 판매할 때는 그 특징과 품질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의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평판이 곧 경험재의 브랜드이자

가장 강력한 마케팅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식 수술을 홍보할 때 카페나 블로그 마케팅이 활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경험재와 관련해서는 잠재 고객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평가업체들이

평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가짜로 드러나서 수사 중이지만 라식 수술에 대한 소비자 인증단체가

생겨난 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탐색재를 판매할 때는 소비자의 고려 대상 가운데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탐색 비용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탐색재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제품 이름만 반복하여 노출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압구정역 출구를 가득 메운 성형외과 광고는

소비자가 수많은 성형외과 병원 가운데 성형 수술을 받기 위해서 방문할 병원 리스트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성형수술의 경우 탐색재이면서 경험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식 수술과 비슷하게 블로그나 카페를 이용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좀 더 탐색재의 성격이 강한 것이 요양병원입니다.

성형 수술의 경우 이미 수많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험을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특정 요양병원에 대한 정보나 경험은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양병원 입원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인근 지역 요양병원 몇군데를 직접 방문하여 입원할 병원을 결정합니다.

요양병원 숫자가 많아서 근처에 있는 모든 요양병원을 방문할 수는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방문할 병원 후보 목록의 상위에 위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들이 퇴원하면서 요양병원 입원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대형병원 환자 의뢰 센터에 병원 홍보 자료를 비치하는 한편

거리 현수막을 통해서 병원 이름을 알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암 수술과 같은 신용재는 홍보가 힘듭니다.

소비자가 직접 알기 힘든 품질을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내세우기 위해서

암 수술 생존률이나 병원 의사의 출신 의과대학을 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쌓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신용재는 섣불리 가격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그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형 수술을 할인해 주는 경우는 많지만 로봇 암수술은 할인을 해주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내과와 같은 일반 개원가 진료도 신용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품의 또다른 특성인

관여도를 놓고 보면 개원가 진료는 저관여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저관여이면서 신용재이기 때문에 일반 진료는

마케팅하기가 힘듭니다.

신용재이지만 고관여인 대형병원의 중증 수술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이때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소비자가 병원 진료의 품질을 느끼거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진료할 때 구석구석 청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던지

품질 좋은 백신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백신 라벨을 확인시켜준다던지하는 것입니다.

 

라식 수술에서 유독 지인 할인이 많은 이유도

이런 상품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피부 미용 시술이나 성형 수술은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인을 소개해주는 소비자에게 보상으로

레이저 시술 한번을 무료로 해주거나 수술 가격을 깍아줄 수 있어서

보상에 따른 추가 비용이 적습니다.

하지만 라식 수술은 한번 받고 나면 다시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지인 소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품권등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즉, 라식 수술은 지인 소개를 받기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검색해 보면 비급여 진료 가운데 라식 수술에 대한 지인 할인 안내가 가장 많습니다.

그 이유는 라식 수술은 받은 사람이 말해 주지 않으면 장점을

주위 사람들이 알기 힘든 경험재이기 때문입니다.

탐색재인 성형수술은 받은 사람이 굳이 나서서 소개하지 않아도

주위 지인이 수술 잘 된 것을 보고 알아서 그 성형외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와는 다릅니다.

 

상품의 특성은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에 대해서도

단서를 제공해 줍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세상이 상전벽해한 것처럼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결국 의료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신용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스마트폰은 사용해보면 성능과 품질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경험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헬스케어는 비슷한 기술에 기반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품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따라서 경험재인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었는 사실에 근거해서

신용재인 디지털 헬스케어가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신용재이기 때문에

브랜드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헬스케어 브랜드의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의사들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보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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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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