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 길병원 도입
IBM 왓슨 길병원 도입

의료에서 인공지능의 효용과 비지니스 모델2

(8월 14일에 이 글의 본론 마지막 부분에 새로운 내용을 조금 더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기술을 확보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임상 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후 비지니스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똑같이 최신 기술에 바탕을 두지만 제약 바이오는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 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모범 답안이 나와있기 때문에 따라가면 되는 과정이라도 존재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아직 선례가 많지 않아 훨씬 어렵습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회사들 가운데 의료 인공지능 제품을 상당 부분 구현해낸 곳들이 나오고 있는데

비지니스 모델이라는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련해서 예전에 의료에서 인공지능의 적용 영역과 효용, 비지니스모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고

그 내용을 보완해서 제 책 ‘의료, 4차 산업혁명을 만나다’에서 ‘인공지능의 의료계 도입 방식’ 챕터에

실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의료에서 인공지능의 효용과 비지니스 모델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비록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며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 제 글에서 다룬 사례들이 일부 나온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헬스케어 제품의 효용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의료의 질 향상
  2. 의료 비용 절감
  3. 의료 공급자 수익 증대
  4. 의료 공급자 편익 증대
  5. 환자 편익 증대

여기서 5. 환자 편익 증대는 1,3번에 포함시켜서 생각하고 따로 논의하지는 않겠습니다.

 

1. 의료의 질 향상

의료의 질 향상은 의료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인공지능은 특히 기존의 의료 시스템에서 놓치는 것을 잡아주고

더 나아가 기존 의료에서 알지 못한 새로운 의학 지식까지 만들어 냄으로써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에 링크한 예전 포스팅을 참고해 주십시오)

비용 절감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의료비 상승이 많은 선진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의료의 질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큰 가치가 있습니다.

 

의료의 질 향상 및 비용 절감은 의료 시스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추구하는 경우의 기본적인 비지니스 모델은

의료의 가장 중요한 지불자인 보험이 돈을 대는 것입니다.

즉 보험 수가를 통해서 지불하는 것입니다.

보험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보험 수가를 지불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친숙한 방식은 검사, 행위 하나하나의 건수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입니다.

예를들어 CT 한건을 찍는 것에 대한 금액이 책정되어 있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그 CT를 판독하면 판독료라는 이름으로 10%의 돈을 더 주는 금액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행위별 수가를 통해서 영상 판독 인공지능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할 때 별도의 판독료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미국에서는 노인을 위한 국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서 2002년부터

유방 촬영(Mammogram)에 대해서 영상의학과 의사에 더해서

컴퓨터를 사용한 판독(Computer-Assisted Detection: CAD) 판독을 할 때 수가를 추가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대부분의 유방촬영이 전문의의 판독에 더해서 CAD 판독 과정을 거친다고 하며

이로 인한 보험 수가 지불액이 매년 $400Mil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가 적용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존의 CAD는 인공지능과는 무관하게 알고리즘 (아마도 Rule-base)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여러 회사들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 영상 판독 시스템이

기존의 CAD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다면 보험 수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여성임 1위인 유방암의 조기진단율이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았다는 배경으로 인해서

유방 촬영이 다소 예외적으로 수가 적용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선례가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 판독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때 보험 수가를 적용 받을 수 있을 지 불확실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행위별 수가 제도하에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IT 시스템이 수가를 적용받은 사례가

단 한건 밖에 없습니다. 의료 영상 정보 시스템인 PACS가 그것입니다.

이외에 수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가를 결정하는 방식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수가는 의사의 기술료에 의사가 사용한 재료비를 더한 방식으로 산정됩니다.

그런데 인공 지능과 같은 IT 시스템은 재료라고 보기는 힘들고

하는 일은 의사와 비슷하지만 법적으로 의사는 아니기 때문에 기술료를 적용받기도 힘듭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에 계신 분들과 말씀을 나누어 보면

소위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에 수가를 적용해주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기존 수가 구조에서 적용하기가 힘들어서 난감해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현실적으로 단기적으로 인공지능에 수가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의료의 질 향상과 관련해서 보험에서 돈을 대지 않는다면

다른 두 축, 병원과 환자는 어떨까요?

순수한 ‘의료의 질 향상’만을 목적으로 병원이 적극적으로 돈을 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 하자면 병원도 다른 기관들 처럼 적절한 보상 없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의료의 질 향상을 내세우는 제품을 수가 적용 없이 병원에서 도입한다면

다른 효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최첨단 이미지를 앞세워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입니다.

작년 말 이후 많은 국내 병원들이 IBM 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환자들이 혹할한만한 시스템이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환자가 혹해서 직접 돈을 내거나 (그럼으로써 병원이 돈을 벌게 해주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해당 병원을 좋게 보게된 환자들이 병원을 더 많이 찾게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의료 인공지능 시스템을 가지고 환자를 혹하게 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환자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상 판독 시스템의 경우 환자가 보지 못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 뒷단 (back end)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환자가 그 효용을 실감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인공지능 영상 판독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영상 판독이 이렇게 뒷단에서 일어난다는 점때문에

환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다른 여건이 갖추어 진다면 빠르게 도입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환자가 효용을 느끼기 힘들어서 환자의 지불 의향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IBM 왓슨을 도입한 병원들이

(환자가 없는 곳에서) 의사가 혼자 참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다학제 진료 시스템 (주로 암 환자를 진료할 때 관련된 다양한 과 의사들이 동시에 진료함)에

IBM 왓슨을 등장시키는 방식을 사용한 것도 환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아울러 언론에 좋은 사진을 내보내서 해당 기사를 본 사람들을 혹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겠지요)

물론 왓슨을 도입한 병원들이 별도의 진료비를 받지 않고 있고 현재 의료 제도에서 받기도 힘들기는 합니다.

IBM 왓슨 길병원 도입

IBM 왓슨 길병원 도입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수년 전에 국내 병원에서 폭팔적으로 도입되었던 로봇 수술 사례를 놓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당시 수술 건당 이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고,

냉정하게 따져 보았을 때 일부를 제외하고는 로봇 수술의 의학적인 효용은 제한적이었음에도

‘환자에게 잘 먹혔다’는 점이 빠른 도입에 중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 몸에 칼을 갖다 대는 것을 잘은 모르지만 이왕이면 최첨단 장비를 써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최첨단 장비를 선호하는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권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환자가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도입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보험 수가 적용 없이 병원이나 환자가 인공지능에 돈을 지불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국가 기관은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기관의 어떤 아젠다를 만족시키려는 목적에서

보험 수가와는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국내 의료 영상 인공지능 회사인 루닛이 국군의무사령부와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 영상 판독 체계 구축 협약을 체결한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군의료 수준에 대한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이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 MERS 등 신종 전염병이 문제가 되면 복지부나 보건소에서 해당 진단 제품을 빠르게 많은 양을

구입했던 것도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국가적인 아젠다가 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예측이 힘든 점이 있는데

난임과 관련된 기술이 있다면 충분히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가적인 아젠다가 되는 경우

수가 적용 없이 국가에서 사실상 의료기관에 강요하는 (=떠넘기는) 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는 것 중에 상급종합병원 선정 기준에 스크린 도어 설치에 대한 점수를 부여한 것이 있습니다.

MERS 이후 병문안객 통제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내용인데

시설 설치에 대한 비용 지불 없이 상급종합병원 선정 기준에 자그마치 3점 짜리로 끼워넣음으로써

병원들이 알아서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일반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해당되기는 힘들지만 예외적인 경우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 의료 비용 절감

의료 비용 절감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의료 질을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물론 의료 질과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서 분리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세가지 정도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불필요한 의료비 절약
  2. 생산성 향상
  3. 저렴한 것으로 대체

불필요한 의료비 절약은 의료에서 낭비되는 요소를 줄여주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유방 초음파에서 덩어리가 관찰되었을 때

기존 판독 수준으로 대부분 조직 검사를 했어야 하는데

인공지능 판독 기술을 통해서 암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별해 낼 수 있다면

조직 검사 건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은 의사 혹은 의료인의 생산성을 높여서 같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의사를 (부분적으로라도) 대체하게 된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렴한 것으로 대체는 생산성 향상과 유사한 개념인데

예를 들어 예전에는 전문의만 할 수 있었던 것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일반의가 할 수 있게 된다던지

한걸음 더 나아가 의사가 해야했던 것을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의료 비용 절감에 해당하는 것들 중

1. 불필요한 의료비 절약은 보험자 입장에서 의료비를 줄이는 방법이며

2. 생산성 향상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고

3. 저렴한 것으로 대체는 보험자, 병원 모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3번의 경우 보험 수가를 적용받을 개연성은 있지만 앞서 논의한 이유 때문에 아직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추가 수가 없이 기존 수가가 변화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병원이 알아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하는 경우 판독료가 주어지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판독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을 때, 판독료를 없애거나 줄인다면

병원들은 소수의 영상의학과 의사 혹은 영상의학과가 아닌 의사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판독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일반 엑스레이의 경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의사가 판독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판독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있어 왔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판독 정확도가 충분히 높아지는 경우

판독료 조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영상 검사와 관련된 비용이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2번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경우도 기존 수가 제도와 연동해서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료 영상 판독 시스템을 통한 영상 의학과 인건비 절감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영상의학과 의사가 최종 사인을 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병원마다 최소 한명의 영상의학과 의사는 채용해야 합니다.

영상의학과가 세부 전공 (흉부, 복부, 뇌, 유방, 근골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세부전공마다 영상 판독에 더해서 시술 (Intervention)을 함께 하는 경우에는

영상 판독 시스템을 들여온다고 해서 영상의학과 의사 수를 줄이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영상 판독 업무를 모아서 아웃소싱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소수의 영상의학과 의사가 다수 병원의 영상 판독을 해주는 것입니다.

근데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병원들이 이렇게 움직일 인센티브가 약합니다.

병원에 소속된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을 할 때 판독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영상의학과 의사를 채용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영상 검사 건수가 많지 않은 경우에만

이런 아웃소싱 업체를 이용하게될 것입니다.

 

이렇게 현재 제도 하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의료진을 덜 뽑음으로써 비용을 아끼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지금 당장 인공지능과 큰 상관은 없지만 간혹 간호사의 생산성을 높여줌으로써

간호사를 덜 뽑고도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생체 신호 (vital sign이라고 하지요)를 여러번 측정해야 하는데

이를 자동화해주면 간호사 수가 적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수가에서 환자대 간호사 숫자 비율에 따라서 간호 등급이 정해지며

이에 따라 병원이 받는 수가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병원 입장에서는 간호사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솔루션 보다는

간호사를 더 뽑을 수 있는 방법을 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간호사를 편하게 해주는 시스템을 통해서 간호사 이직을 줄이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수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병원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현재와 같은 영상 판독료 시스템 하에서는 생산성 향상 목적으로 인공지능 도입 가능성이 낮습니다.

 

의료 비용 절감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누구’의 비용을 절감할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보험이 생각하는 비용 절감과 병원이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수면 마취 감시 로봇인 Sedasys 사례입니다.

(제 책에서도 다루었고 강의에서 많이 다루는 사례입니다면 한번 더 다루겠습니다.)

Sedasys는 Johnson & Johnson에서 만들었으며 (주로 내시경 하는 환자들의) 수면 마취 중

환자를 모니터링하면서 마취 약물 주입 속도와 산소 공급량을 조절해

안전하게 마취를 유지해주는 장치입니다.

일반적인 내시경을 할 때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전문 간호사가 Sedasys 옆에 상주하고

마취과 의사가 바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하에서 사용하는 조건으로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수면 내시경 시 마취과 의사가 참여하면 최대 2,000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마취 로봇을 사용하는 경우 150~200달러 정도의 비용만 발생해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몇몇 병원이 선도적으로 기기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3월 Sedasys 사업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염려한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 밀린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병원이 Sedasys 도입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며 현재와 같은 행위별 수가제에서 병원은

해당 비용을 보험회사 혹은 환자에게 전가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수가 제도가 바뀌면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수가 제도 중에 포괄 수가제가 있는데

맹장 수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포괄 수가제 하에서 어떤 방법으로 몇일간 입원 시키느냐에 상관없이

병원은 맹장 수술에 대해서 일정한 금액을 지불 받습니다.

병원이 알아서 의료비 절약하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수면 내시경에 포괄 수가제가 적용되면 어떨까요?

병원들은 앞다투어 Sedasys를 도입할 것입니다.

받는 돈은 같은데 나가는 돈은 수면 내시경 한건당 최소 천불 이상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수가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방법이 없을까요?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험회사가 마취과 의사들의 반발을 감안해서 마취과 의사가 마취할 때의 수가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대신에 Sedasys를 사용할 때의 수가를 1000달러 정도로 책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병원들은 알아서 도입할 것입니다.

수면내시경 한건 당 800달러 정도를 남길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앞서 분류한 의료 비용 절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병원의 의료 사고로 인한 비용 절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인한 의료 사고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효용으로 따졌을 때 비용 감소보다는 의료의 질 향상에 해당하지만

여기서는 비용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의료 사고와 관련된 비용 절감은 현실적으로

의료 사고로 인한 배상 비용이 높고 (그 결과로) 의료 사고 보험료가 높은 곳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그렇듯이)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의미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의료 사고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 회사들이 의사가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의료 사고가 줄어드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보험회사들의 디지털 헬스케어 수용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개별 인공지능 솔루션이 (예: 엑스레이 판독 시스템)

지원하는 영역이 의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해당 솔루션 사용을 통한 의료 사고 빈도 저하를 입증하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리하자면 보험이 수가 제도 혹은 지불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보험과 병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인공지능 도입이 힘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종적으로 인공지능 도입을 결정하는 것은 병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의료 공급자 수익 증대

이런 맥락에서 의료 공급자 수익 증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할 것인데

비용을 줄이는 것은 위에서 살펴보았기 때문에 매출 증대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수가와 관련된 부분은 앞서 충분히 살펴보았기 때문에 수가 적용 이외의 경우만을 보겠습니다.

 

보험 수가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 비급여 (수가 없이 환자로 부터 돈을 받는 것)

혹은 환자의 추가 유치를 통한 수익 증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에 대해서 비급여 혹은 환자 추가 유치를 통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혹해서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뒷단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인공지능의 특성상 환자를 혹하게 만들기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아니면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하는데 영상의학과 의사를 통한 판독 시스템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당장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환자 의향과 무관하게 병원이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초음파에서의 인공지능 적용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초음파는 시술자(보통 의사)가 환자의 신체에 초음파를 갖다 대어서 이미지를 얻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엑스레이 CT, MRI는 환자가 일정한 자세를 취하고 기계에 들어가면 표준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초음파는 시술자가 직접 이미지를 얻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의사는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초음파를 배우지 못한 의사는 초음파를 통한 검사비를 벌지 못합니다.

따라서 초음파 이미지를 잘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있다면

의사들이 알아서 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심초음파에서 시술자가 얻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표준 이미지를 구현해주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 영상 판독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판독을 해줘야 병원이 돈을 더 버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엑스레이 판독 시스템이 자그마한 이상이라도 모두 찾아내주면 어떨까요?

이를 근거로 CT, MRI를 추가로 찍을 것을 권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추가 검사가 늘어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존에 의사가 판독 과정에서 놓쳤을 병변을 찾아내는 것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인공지능 사용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경우 구매 결정자가 의료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민감도를 높여서 일종의 강력한 선별 검사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4. 의료 공급자 편익 증대

쉽게 얘기하면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병원 입장에서 의사, 간호사가 룰루랄라 편하게 일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편익이 증가한만큼 다른 (더 생산적인?) 일을 더 열심히 하기를 바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료 영상 판독 중에서 검사 판독이 자신의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소화기내과 의사의 캡슐 내시경 판독입니다.

소화기내과 의사는 보통 위 혹은 대장 내시경을 통해서 검사를 하고 필요한 경우 시술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래 환자 보고 약처방 하는 것도 해당됩니다.

그런데 캡슐 내시경 판독은 성가신, 웬만하면 좀 안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캡슐내시경은 의사가 직접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캡슐 크기의 내시경을 환자가 먹으면

위장관을 따라 내려가면서 이미지를 얻어주고 나중에 의사가 이를 판독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내시경 접근이 힘든 소장의 병변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합니다.

캡슐 내시경은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어주기 때문에

판독하는 의사를 환자 한명의 검사를 판독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직접 내시경을 하는 것과 달리 모니터를 통해서 이미지만 쳐다 봐야 하기 때문에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귀찮은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인공지능 판독을 통해서 캡슐 내시경 판독을 해줄 수 있다면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기꺼이 인공지능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병원장은 캡슐 내시경 판독 안해서 생긴 시간에

일반 내시경 검사 한건 더 하기를 강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의료 공급자 편익 증대와 관련해서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병원 수익 증대 (매출 증대 혹은 비용 감축)과 관련된 경우에도

큰 돈을 벌어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병원의 기존 업무 flow에 변화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이 돈을 벌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무 flow 변화로 인해서 숨은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 해도 기존에 업무하던 사람들의 반발로 인해서 도입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병리 조직 슬라이드 판독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직 검사를 할 때 해당 조직을 잘게 잘라서 슬라이드 위에 올리고 염색하는 과정을 거친 후

의사가 현미경으로 이상 유무를 판단합니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슬라이드를 현미경 사진을 찍어서 이에 대한 이미지 판독을 하게 됩니다.

이때, 기존과는 다르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점이 새로운 (그리고 번거러운) 업무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업무 절차가 달라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장소를 설치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조직검사 결과를 판독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다수의 검사는 기존 방식대로 하고 일부의 검사만 인공지능을 통해서 하는 경우

이는 상당한 번거러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리 조직 슬라이드 판독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는 좋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에 더해서

조직 슬라이드 현미경 사진을 최대한 편하게 찍는 방법을 구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최근에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글을 많이 쓰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 답안나오는 얘기라 갑갑해서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갑갑한 상황에서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은

헬스케어는 제품을 쓰는 사람(환자, 소비자)과 쓸 것을 결정하는 사람(의사)

그리고 돈대는 사람(보험, 국가)이 모두 다르며 셋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새로운 기술 영역이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따져서 국내에서 당장 수가 반영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선 병원이 돈을 더 벌게 해주던가 아니면 의료진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방안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수가를 포함한 보험 제도 역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보험 적용이 되어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해서 사용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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