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집단별로 정치력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원격진료, 의료법인 자회사 영리행위 허용 등

수많은 의료 정책 어젠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의사 집단 내에서 어떤 통일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정부와 의미있는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 의사들은 다른 의료 직역, 특히 약사들이

단결된 모습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켜나간다고 생각하며

이를 매우 부러워합니다.

그 이유로 제가 학생 때 교수님들로 부터 들었던 것들이

‘보건복지부에 약사가 많아서 그렇다’

‘국회의원 사모님들 중에 약사가 많아서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이유로 인해 주요 의료 집단의 정치력 차이가 나타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국회의원 수를 보겠습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19대 6 2 0 2
18대 4 2 1 3
17대 3 ? ? 2

17~19대 국회에서 의사는 총 13명의 국회의원을, 약사는 7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습니다.

2012년 심평원 자료 기준 약사 수가 의사 수의 40%가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약사가 국회로 진출한 셈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전체 수를 놓고 보면 의사의 정치력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의료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입니다.

정확한 통계를 구하기 힘들어 이런저런 기사들에 언급한 내용을 가지고 짐작해 보겠습니다.

질병관리본부나 식약처 등에도 의료인들이 상당수 있으나 정치력과는 무관하다고 보기때문에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만 포함시키겠습니다.

 

2014년 8월 기준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는 의사 수는 17명입니다.

(메디컬타임스: 복지부, 의사 출신 공무원 증가 “의료부서 숨은 일꾼” )

이분들은 모두 전문의로 5급 특채로 입사하였습니다.

직급별로 보면 국장 2명, 과장 2명, 서기관 2명이고 나머지 11명은 모두 사무관입니다.

 

중앙부처 중에 기재부, 노동부, 환경부 등에 근무하는 의사가 소수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약사는 공직약사회라는 약사 출신 공무원(복지부 이외에 산하기관, 국립 병원 소속 약사 포함)

모임이(www.pubpharm.or.kr) 있을 정도로 공무 진출이 많습니다.

검색해서 구한 자료들 몇가지를 놓고 보면

(데일리팜: 국과수에 교도소까지…”거기엔 약사가 있다”, 공직약사회 홈페이지 게시물 , 엔하위키)

2011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근무하는 약사 수는 24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엔하위키에는 50여명으로 되어 있는데

데일리팜 기사에 복지부 24명 + 산하병원 29명을 더해 중앙부처 53명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는 분은 24명이 맞을 것 같습니다.

2007년 경 기사에 보면 11명으로 나오는데 짧은 기간에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약무직 7급 특채로 들어간다고 하며  4급이 1명,  5급이 10명 정도로 생각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약사 중에는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보건복지부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공직약사회 홈페이지 게시물을 보면 총 4명이 나오며 서기관(4급) 1명, 사무관 3명이라고 합니다.

이분들 이후에 한분이 더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원 특채로 입문하는 의사와 대조를 이룹니다.

 

약사 중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분들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의사 출신이 주로 배치받는 부서와 약사 출신이 주로 배치받는 부서가 다르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즉 의사 출신들은 주로 공공보건정책관 산하 질병정책과, 공공의료과, 응급의료과 및

보건의료정책관 산하 의료자원정책과, 건강정책국 산하 건강 관련 부서들로 주로 가는 반면

약사 출신들은 대부분 의약품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보험약제과나 의약품정책과 등에 주로 배치된다고

나왔습니다.

 

치과의사, 한의사는 잘 나와있지 않은데 각각 2명정도가 근무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만 놓고 보면 고위 직급 숫자만 놓고 보면 의사가 많지만

보건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서에 근무하는지 여부와 전체 숫자를 놓고보면

약사들의 영향력이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공무원이 된 의사나 약사들이 실제로 본인들이 속한 직역을 대변할 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각 집단의 고용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의사들은 단결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각 집단별 고용 특성에 따라 좌우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어서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이 발간하는 건강보험통계연보의

가장 최신판인 2012년 판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해보겠습니다.

총 의사 수 86761 100%
의사 교수 수 10000 12%
의사 수련의 수 14515 17%
의사 봉직의 수 27545 32%
병원 소유 의사 수 2478 3%
의원 소유 의사 수 30098 35%
기타 의사 수 2125 2%

총 의사 수가 90,000명 이하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이용하겠습니다.

의사인 교수의 수는 최신 값을 구할 수 없어서

어떤 논문에 2002년 5월 기준으로 7280명이라고 나와 있어서

그 이후 대형병원 증축 추세를 감안해서 10,000명으로 제 마음대로 추정했습니다.

 

다른 수는 몇가지 가정(예: 의료법인 중 절반은 의사가 소유함,

개인병원 중 70%는 독자 개원, 20%는 2인 공동 개원, 10%는 3인 공동 개원,

의원 중 90%는 독자 개원, 10%는 2인 공동 개원)을 사용하여 구했습니다.

 

대략  1/3 정도가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또다른 1/3이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교수 이외의 전문의 포함)이고

1/6 정도가 인턴, 레지던트와 같은 수련의

1/8 정도가 교수입니다.

의사라는 이름 하나로 묶기에는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나누어 지며

그중 특정 집단이 전체를 압도하는 곳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의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 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직역들은 어떨까요?

간단한 가정(치과의원 90%는 독자 개원, 10%는  2인 공동개원

한의원, 약국은 97%는 독자 개원, 3%는 2인 공동개원) 을 써서 구해보았습니다.

 

총 치과의사 수 21888 100%
의원 소유 치과의사 수 16902 77%
총 한의사 수 17353 100%
한의원 소유 한의사수 13086 75%
총 약사 수 32560 100%
약국 소유자 수 21587 66%

치과의사, 한의사는 3/4이상이 개원의사이고 약국은 2/3 이상이 개국 약사입니다.

세 직역 모두 개원/개국하여 일종의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즉, 이들 직역에서는 특정 집단이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의사와는 달리, 각 직역을 다수결로 대변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의료 관련 주요 4개 직역 가운데

의사는 입법부나 행정부에서의 영향력이 다른 직역에 비해서 강하거나 뒤떨어지지 않는 편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회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통일된 어젠더를 만들고 이를 설득, 관철할 수 있는 능력은

훨씬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앞으로도 호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는 점에서

점차 악화되는 진료 환경에서 의사들이 어떻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 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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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대단하시네요..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확히 보고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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