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igData_2267x1146_white.png)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igData_2267x1146_white.png)

의료 ‘빅데이터’가 가져올 변화와 회사들의 접근 전략

‘빅데이터’ 시대입니다.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마케팅 구호에 불과한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잘 분석하면 과거에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될 것이리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의료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핏비트와 같은 활동량 측정계를 비롯해서 스마트폰에 연동된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게 되고

개별 병원 내에 저장되어 있고  병원 내에서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의무 기록이 다른 데이터와 연동되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정보를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IBM은 인공지능인 왓슨을  활용해서 외부 파트너들과 협력하기 위한

왓슨 헬스 클라우드(Watson Health Cloud)라는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평균적인 사람 한명이 죽을 때까지 100만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건강 관련 정보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정보가 쌓이고 이를 IBM 왓슨과 같은 인공 지능을 비롯한 알고리즘을 통해서 분석하게 되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의학 지식을 알게 되고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일상 생활 속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는 모두 기존 의료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어떤 생체 신호를 측정한다는 것은 대부분

무엇인가 일이 발생해서 증상으로 나타난 다음에야 병원에서 실시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수집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스마트폰 및 여기에 연결된 인터넷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서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쌓이게 될 건강 관련 ‘빅데이터’들이 의료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1.  맞춤형 진료

사람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는 것은 그들의 의학적인 특징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개개인의 건강과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어렵지 않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질병이 발생하거나 진행하기 전에 가급적 빨리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 속성은 상호 모순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발생하기 전 혹은 초기에 측정할 수 있는 특성들은

대부분 예측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암의 특성과 주위 혹은 먼 장기까지 퍼진 정도를

전신 마취 하에 수술을 하지 않고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든 것처럼

복잡한 과정없이 질병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의학에서 이런 특성으로 인정받아 왔던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입니다.

2000년에 휴먼게놈프로젝트를 통해서 인간 유전자 분석을 끝냈을 때

사람들은 인체와 질병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유전자가 질병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 부분은 제가 이전에 썼던 글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임상 시험 (5): 데이터 분석과 그 후 에서 가져왔습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저렴해지고 있고 백만원 유전자 분석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직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전자 보다는 환경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가 이슈라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후자가 이슈라면 유전자 분석만 가지고는 Precision Medicine을 구현하기 힘들 것입니다.

 

23 and Me와 같은 일반인 대상 유전체 분석 서비스와

각종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들이 확산되면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해서 훨씬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질병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Nature Biotech의 commentary에서 다룬 digital phenotype(‘디지털 정보로 본 질병 특성’)은

이렇게 디지털 장비를 통해서 수집한 정보를 통해서

의미있는 질병 특성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안타깝게도 구독하지 않고는 초록도 볼 수 없습니다.

mobihealthnews에서 이 commentary에 대해서 다룬 글은 보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소셜미디어, 웨어러블 및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점점 많은 건강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질병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질병의 특성 (disease phenotype)을 알아내기 위한

전통적인 접근 방법이었던 신체 검진, 검사 결과, 영상 검사 결과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데이터를 적절하게 수집하여 분석한다면

질병에 대해서 보다 통합적으로 또한 세세한 차이를 반영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질병의 발현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질병 특성 (Digital Phenotype)을 통해서 본다면

개개인의 디지털 기술과의 상호 관계가 질병의 진단, 치료에서 부터

만성 질환의 관리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사람의 질병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Through social media, forums and online communities, wearable technologies

and mobile devices, there is a growing body of health-related data

that can shape our assessment of human illness.

Such data have substantial value above and beyond the physical exam,

laboratory values and clinical imaging data—our traditional approaches

to characterizing a disease phenotype.

When gathered and analyzed appropriately,

these data have the potential to fundamentally alter our notion of

the manifestations of disease by providing a more comprehensive

and nuanced view of the experience of illness.

Through the lens of the digital phenotype, an individual’s interaction with

digital technologies affects the full spectrum of human disease from diagnosis,

to treatment, to chronic disease management.)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Ginger.io라는 회사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수집 분석하여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예를 들어 활동량, 전화나 문자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정신과 환자의 상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현재는 주로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만성 질환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자 정보는 물론 이외에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지 않았던 수많은 정보가 모여서

Ginger.io 회사가 제시하는 것과 같은 Digital Phenotype및

이외의 다른 분석 툴 및 알고리즘이 등장하게 되면

환자별 특성을 더 깊이 알게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논의는

‘이론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만 아직은 개념적인’ 이야기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낸 논문이 나왔습니다.

혈당 반응 예측을 통한 개인별 맞춤 영양 관리 (Personalized Nutrition by Prediction of Glycemic Responses) 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스라엘 연구자들은

개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맞춤형 영양 관리를 통해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냈고 이것이 유효함을 입증하였습니다.

 

논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800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다양한 변수를 측정함
    • 지속형 혈당계를 사용해 7일간 혈당 측정
    • 스마트폰/웹사이트 통한 활동 기록: 식사, 운동 수면
    • 개인 별 Comprehensive profile 정보: 식사 빈도, 라이프스타일, 생체계측(키, 몸무게, 엉덩이 둘레 등), 혈액 검사, 의료 설문지
    • 장내 세균 (Gut microbiome) 분석
  • 식후 혈당과 위의 변수들과의 관계 분석
    • 동일한 식사에 대한 식후 혈당이 사람마다 차이가 큼을 확인
    • 특정 집단이 모든 종류의 식사에 대해서 실후 혈당이 높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함
    • 즉, 당뇨가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개별 식이에 대한 식후 혈당 반응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임
    • 식후 혈당의 차이가 위에서 측정한 변수와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함
  • 개인별로 식후 혈당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듦
    • 알고리즘을 기본의 예측 변수와 비교함: 새 알고리즘 (R=0.68) > 탄수화물 계수법 (Carbohydrate counting R=0.38) > 칼로리 측정 (R=0.33)
    • 알고리즘은 동일인에서 같은 식사를 반복했을 때의 식후 혈당 예측 정확도 (R=0.71~0.77)와 유사한 수준임
  • 이 알고리즘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효한 지 알아보기 위해서 별도로 100명을 모집하여 유효하다는 결과를 얻음 (R=0.70)
  •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만든 식단이 식후 혈당을 개선할 수 있는 지를 증명함
    • 26명을 모집함
    • 영양사가 참가자를 개별 면담하여 기존 식이 습관을 감안하여 개인별로 4~6종류의 칼로리가 동일한 식단을 마련함
    • 참가자들은 1주간의 profiling 기간을 거침: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별 식단이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함
    • Profiling 기간 후 참가자를 실험군 (12명)과 대조군 (14명)으로 분류함
    • 개인 별로 식후 혈당을 낮게 해주는 식사와 높게 해주는 식사를 구분함
    • 실험군은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구분함. profiling 기간 중에 측정한 식후 혈당 수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알고리즘 만으로 구분
    •  대조군은 profiling 기간 동안에 나타난 식후 혈당 수치를 보고 영양사와 연구자가 함께 결정함
    • 이후 모든 참가자들은 식후 혈당을 낮게 해주는 식사와 높게 해주는 식사를 각각 1주일씩 먹음
    • 실험군 (12명 중 10명), 대조군 (14명 중 8명) 모두에서 혈당을 높게 해주는 식사와 낮게 해주는 식사를 먹었을 때의 혈당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남
    • 이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일일이 식후 혈당을 재지 않고도 식후 혈당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
    • 참가자들 대상으로 매일 대변 샘플을 채집해서 gut microbiome을 분석해 보았을 때, 식사의 종류에 따른 변화를 보임

 

요약하자면,

어떤 사람의 키, 몸무게 등 계측치와, 활동기록, 장내 세균 유전자 분석 (Gut microbiome) 자료를 얻어서

위의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에 적용시키면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식후 혈당이 나타나는 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얻은 결과이지만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환자로부터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것은

단기간 내에 모든 질병에 적용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특히, 위의 연구에서 대상이된 혈당의 경우

식사에 따라서 바로바로 반응이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만성 질환들이나 암과 같은 중증 질환들의 경우

실제 변화로 나타날 때까지 비교적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중에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예측 인자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질병 예측

기존 의학 지식은 어떤 일이 발생한 다음에 측정한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일이 발생하기 전에 검사를 실시하기도 힘들었고

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검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 의학에서는 어떤 질병이 발생하기 직전

혹은 직후에 발생한 변화를 알기가 힘듭니다.

예를들어 현대 의학은 심근 경색이 발생한 다음 심전도에 나타나는 변화는 잘 알고 있지만

심근 경색이 발생하기 직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아직 심근경색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고

그 중 일부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때 발생 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다양한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한 웨어러블 제품이 많지 않고

기존의 웨어러블 제품의 경우 사용자들이 적으며 꾸준히 사용하는 경우가 적다는 점입니다.

즉, 질병 예측에 필요한 생체 신호 측정에 제약이 많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현재 이런 예측 시스템은 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특히, 지속적으로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수시로 각종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4년 2월 메이요 클리닉이 설립한 데이터 분석 회사인

Ambient Clinical Analytics입니다.

이 회사는 의사들이 환자 진료를 할 때 특정 검사를 할 시기가 된 것을 알려주거나

의사가 놓치기 쉬운 것을 재확인하는 등

진료를 도와주는 임상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패혈성 쇼크 감지기 ‘Sepsis Detection And Response Tool’와

인공호흡기 관련 폐손상 감지기 ‘Ventilator–Induced Lung Iinjury Sniffer’를 출시했습니다.

환자 의무기록, 생체 신호 측정치, 혈액 검사 결과 등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패혈성 쇼크와 인공호흡기 관련 폐손상 가능성을

예측해줌으로써 의료진이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두 시스템 모두 여러 논문을 통해서 발표되었고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넘어서서 일상생활 속에서

질병의 발생을 예측해 주는 것은 가능할까요?

이러한 예측이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유전자 검사가 그런 것처럼 암이 생길 확률 정도를 얘기해주는 수준을 넘어서서

앞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5분 전쯤에 예측해 주거나

뇌졸중(중풍) 발생을 미리 알려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2015년 초에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CES 기조 연설에서 소개했던

뇌졸중 예고모자가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속한 팀이 개발하였으며

모자를 사용해서 손쉽게 뇌파를 취득할 수는 있으나

실제 뇌졸중을 예고해줄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에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병원 검사실을 방문해서 온 머리에 젤을 덕지덕지 바르고

머리 곳곳에 뇌파 측정기를 부착해야했기 때문에

모자의 형태로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뇌줄중이 발생하기 전에 뇌파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 지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모자를 사용하여 뇌졸중을 예고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직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소에 이 모자를 쓰고 다니게 하고

이들 중 일부에서 뇌졸중이 발생한다면

뇌졸중 발생 전 수십분간의 뇌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뇌졸중을 예고할 수 있는 변화를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를 진단 알고리즘으로 바꾸어 뇌파 측정 모자에 탑재한다면

모자를 쓰는 사람들의 뇌졸줄 발생 위험을 예고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평소에 뇌파를 측정해 주고

그렇게 데이터를 모아서 뇌졸중을 예고해주겟다고 하는 제품들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아직, 뇌졸중을 예고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이 모자를 어떻게 씌울 수 있을까요?

혹은 심근 경색을 예고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심전도 측정계를 채울 수 있을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그런 알고리즘이 없는 뇌파 측정 모자 혹은 심전도 측정계는

사용할만한 효용이 없습니다.

센서 가격을 생각한다면 가격도 제법 나갈텐데 굳이 사서 쓸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진단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이런 센서가 탑재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주어야 합니다.

즉, 알고리즘을 통해서 효용이 생기지 않으면 제품을 팔기가 힘들고

제품을 팔지 않으면 알고리즘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는 소비자 사용과 효용 사이에

일종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문제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힘든 문제를 이미 풀어나가고 있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로 하여금 이런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애플과 샤오미가 대표적입니다.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은 애플이 만든 제품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줄’ 소비자가 전세계에 적어도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올해 출시된 애플워치에는 본격적인 헬스케어 센서가 탑재되지 않았지만

추후에 나올 2세대 혹은 3세대 애플워치에는 충분히 헬스케어 센서가 탑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의 CEO인 팀쿡이 최근 인터뷰에서 애플워치 자체는 FDA 승인이 필요한 의료기기 형태의 제품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며 탑재되는 앱이나 함께 사용하는 액세서리의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애플워치의 형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애플워치에 심전도가 탑재되었을 때 아마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런 센서가 탑재되었다는 사실도 모른채

그저 애플이 만든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서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이 하루 종일 심전도를 측정하게 되며

이들 중 심근경색 중 심장 질환이 발생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면

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심근경색을 예고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샤오미도 비슷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애플과의 차이라면 애플은 프리미엄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샤오미는 놀라울 정도로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여

이런 형태의 제품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번 사서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샤오미가 만든 최초의 활동량 측정계인 미밴드와 2세대 제품으로 심박센서를 탑재한 미밴드2는

1만5천원에서 2만원의 가격에 판매되어

이런 기기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도 파격적인 가격에 매료되어 한번 사서 써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미밴드3나 4에 심전도와 같은 본격적인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하고도

가격이 이정도 밖에 안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뭔가 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써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서 써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비자 사용보다 효용을 먼저 만들어 내려는 회사도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구글은 2014년 여름부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베이스라인 스터디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175명을 대상으로 하는 파일럿 연구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수천명을 참가시킬 계획인 이 프로젝트는

참가자들의 유전자 정보뿐만 아니라 소변, 혈액, 타액, 눈물 등 다양한 체액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시켜 심박수, 심장 리듬, 산소 포화도 등 다양한 정보를 모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아직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생체 정보를 수집하면

질병 발생 직전 혹은 직후에 생기는 변화를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서 참가자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나오면

그전에 뽑아 놓은 혈액을 검사해서 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또한, 앞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이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전에

심전도에 나타나는 변화를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애플의 경우 소비자에게 센서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 이외에

의학 지식을 만들어서 효용을 함께 제공하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 발표한 리서치킷 연구 플랫폼은 바로 이런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리서치킷은 연구자들이 아이폰 및 애플워치로 측정한 정보 및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에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

의학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 플랫폼입니다.

 

리서치킷 발표 당시에 함께 공개된 연구용 앱들은

대부분 진료실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스마트폰으로 재현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보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공개된 앱들은 새로운 의학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듀크 대학교가 내놓은 Autism and beyond라고 하는 자폐증 연구 앱은

아이폰 카메라로 촬영한 아이 얼굴 사진을 통해

자폐증을 비롯한 발달 장애 아동을 조기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오레곤 대학교는 Mole Mapper라고 하는 피부암 (정확히는 Melanoma) 스크리닝

앱을 내놓았습니다.

피부의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촬영하여 피부에 있는 점의 크기와 위치가

변하는 지를 추적하여 피부암의 위험이 있는 점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는 EpiWatch 앱이라고 하는 간질 진단을 위한 앱을

내놓았습니다.

애플워치의 센서가 수집하는 정보를 사용해서

간질 발생 전/중/후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여

간질 발생 중 혹은 발생 전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만약 충분히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간질 발생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애플과 구글은 모두 의학적 지식을 만들어 내어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한 각종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효용을 창출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다루는 의학 지식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돈을 들여 독자적으로 의학 지식을 만들어내려는 구글과

외부 파트너들의 힘을 빌려서 큰 돈 들이지 않고 하려는 애플의

차이가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소비자의 사용 혹은 직접적인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최소 5~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집한 데이터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위와 같이 치밀하게 접근하는 회사들과

그렇지 않은 회사들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겠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기존의 의학 지식이 통째로 바뀌게 될 것이며

임계점을 넘어선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간의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엘지전자는 이러한 데이터 수집과 효용 창출과 관련해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짐작해보면 두 회사 모두 아직 뚜렷한 전략이 없어 보입니다.

독자적 혹은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모바일 기기와 연동하여

의학 연구를 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스스럼 없이 사서 쓸 만한 제품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 스마트폰 출시 때부터

애플의 제품을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애플워치 출시 이후에 나온 기어S2가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보입니다.

패스트팔로우에 강한 삼성의 장점을 생각해 볼 때

향후 애플워치에 새로운 헬스케어 센서가 탑재되는 시점에

비슷한 센서를 탑재한 매력적인 제품을 적절하게 내놓아서

애플에 크게 뒤처지지 않게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여러가지 호들갑(?)이

과거 유전자 분석을 둘러싼 기대처럼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수그러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어

우리를 둘러싼 환경 요인과 질병 자체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게 되고

이를 유전자 정보와 결합하게 된다면

기존에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의학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 및 연구 계획들은

그런 의학 지식으로 나아가는 길의 초석에 불과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Comments

comments

4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