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서비스의 상품 특성에 대한 이해 (1): 고관여 상품과 저관여 상품

가족 중에 암에 걸리는 사람이 생기면 지인을 총동원하여

어느 병원 어느 교수님이 대한민국 최고 명의인지를 알아보게 마련입니다.

척추나 무릎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최고 명의를 알아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깔끔하게 수술 잘한다고 소문난 근처 병원을 소개받고 찾아가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또, 자식이 감기에 걸리면 동네 아줌마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어느 소아과 선생님이

항생제 안쓰고 감기 치료 잘 해주는 지를 알아보고 찾아갈 소아과를 고르는 반면

어른이 감기에 걸리면 큰 고민없이 직장 근처나 자주 다니던 길 근처에 눈에 띄는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이런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개념이 제품의 관여도입니다.

관여도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여 결정하는 지를 의미합니다.

소비자가 많은 관심을 가지면 고관여 상품, 적은 관심을 가지면 저관여 상품입니다.

소비자는 고관여 상품을 고를 때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인터넷 검색은 기본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야 신중하게 결정을 내립니다.

저관여 상품을 고를 때는 이와는 반대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거나 처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 서비스는 산업 전체로 보면 고관여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하나하나 보면 그 성격에 따라 고관여에 가까운 것과 저관여에 가까운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암이나 이식 등 중증 질환(에 대한 치료)의 경우 대표적인 고관여 서비스입니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어떤 암 진료는 어느 병원 어느 교수님이 잘 보시는지 묻기도 하고

한다리 건너라도 아는 의사를 찾아서 의견을 구하기도 합니다.

미용 시술이나 수술 중에는 안면 성형과 같이 수술 자체의 난이도가 높아서 위험할 수 있는 수술은 더 고관여이고

보톡스 시술이나 필러 시술과 같이 난이도가 낮은 수술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관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아과 진료에서 발열이나 감기 등에 대한 진료는 고관여이지만

예방접종은 인근지역에서 가장 싼 곳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서 상대적으로 저관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싼 곳을 열심히 찾았으니 고관여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격이 싸기만 하면 어디라도 상관없이 가기 때문에 저관여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고관여 상품은조금이라도 좋은 점이 있을 때 이를 소비자가 알아주게 됩니다.

따라서, 상품 자체 혹은 브랜드를 통해서 차별화를 한다면 더 높은 가격을 매기거나 더 많이 팔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저관여 상품은 소비자가 크게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차별화를 해도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즉, 저관여 상품은 생산자가 많은 투자를 해서 개선을 해도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가 힘들어

더 비싼 가격을 받거나 더 많이 파는 것이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눈에 띄는 변화에 투자하기 보다는 원가를 절감하여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관여 상품과 저관여 상품은 홍보를 할 때에도 차이가 납니다.

고관여 상품의 경우 감동적인 광고를 하거나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동은 공감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지만

한번 끌어내면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게 됩니다.

같은 의미에서 직접적으로 감동을 겨냥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근사한 이미지를 이용해서

마음 속에 여운을 남기는 광고를 하기도 합니다.

고관여 상품을 구매할 때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알아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소비자의 마음에 새겨져 있는 경우에 더 유리합니다.

또한, 고관여 상품은 소비자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 결정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성형수술이나 라식 수술이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서 홍보하는 것은

바로 이런 특성때문입니다.

암이나 이식 수술 같은 중증 수술은 고관여이기는 하지만

일부 교수님들이 상담 카페를 운영하기도 정도를 제외하고는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차이는 비급여 혹은 상업성 여부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뒤에서 설명할 또다른 상품 특성인 신용재/경험재/탐색재 중 어디에 속하는 지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관여 상품은 이와는 달리 재미있는 내용을 보여주거나

간단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등 소비자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떠오르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예를들어 이가탄이라는 제품을 광고할 때  ‘잇몸 튼튼 이가 탄탄’이라는

쉽게 기억하고 흥얼거릴 수 있는 구절을 넣은 것은

소비자가 저관여 상품인 잇몸약을 찾을 때 바로 이가탄을 떠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고관여 상품과 저관여 상품을 홍보할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하는 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병원 광고를 보면서 이것이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피부과 광고

피부과 광고

제가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본 광고입니다.

피부미용 진료는 성형수술이나 라식 수술에 비해서는 저관여라고 할 수 있지만

인터넷 혹은 주위 지인에 물어보면서 어떤 레이저 기계가 들어와있는지, 의사는 친절한 지 등

다양하게 알아보고 찾아가기 때문에 비교적 고관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는 단순하게 의원에 대한 사실 몇가지를 알리는 정도에 그쳐서 그에 걸맞지 않아 보입니다.

아파트 근처의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적합한 광고입니다.

위의 광고에 나오는 의원이 정확하게 어떤 것을 내세우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의 사례처럼 아예 본격적인 저관여로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피부미용 광고

피부미용 광고

버스 안에서 본 광고입니다.

다른 설명 없이 제모와 점빼기 가격이 얼마인지만 쓰여 있습니다.

피부과 시술 중에서 비교적 시술자나 기계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들은 상대적으로 저관여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 싼 가격만을 내세움으로써 저관여에 걸맞는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피부과 자체의 고관여성을 살려서 광고하는 곳도 있습니다.

피부과 고관여 광고

피부과 고관여 광고

 

지하철에서 본 유명 피부과 체인 광고입니다.

의료진이 많고, 원장들이 파트별로 나누어서 진료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 지점을 내고

큰 상을 받을 정도로 알아주는 곳이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다소 번잡한 느낌은 있지만 고관여 공식에 충실한 광고입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병의원 광고 사진을 찍고 정리하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이 고관여성/저관여성에 대한 고려 없이 광고를 만든 것 같았습니다.

의료계에서는 한의원이 이 부분을 잘 고려한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한의원 고관여

한의원 고관여

이 광고의 의학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

광고 자체만 놓고보면 이 광고를 본 사람의 자녀가 해당 증상을 보였다면 이 곳에 가는 것을 한번쯤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그때까지 의심하지 않았다면 혹시 그런 증상을 보이지는 않는 지 유심히 관찰하고 유사한 증상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이런 광고는 해당 질환 자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특정 병원, 한의원으로 환자를 유도하는 효과는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마땅한 소아정신과가 없다면 한번쯤 위의 한의원을 고려하게될 것 같습니다.

 

여러 의료기관의 광고를 보면서 위에서 설명한 고관여성/저관여성에 따른 홍보 방법에 맞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경우가 있어서 이는 어떻게 설명하는게 좋은 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한의원 저관여

한의원 저관여

얼마전까지만해도 지하철 칸마다 게시되어 있다시피 했던 광고입니다.

지금도 지하철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재미를 주는 광고는 보통 저관여 제품을 홍보할 때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저관여라고 하기 힘든 분야의 진료를 하는 한의원 광고를 하면서

만화를 이용하여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 나온 내용을 보면 이 광고는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해당 한의원이 위의 광고를 하기에 앞서서 진료 철학에 대한 내용을 빼곡히 적은

신문 전면 광고를 반복적으로 게재하면서 인지도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기존의 의료 광고들이 정보 전달에 치우친 것을 거꾸로 이용한 역발상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이 아닐까합니다.

아직 인지도가 쌓이지 않은 곳이 섣불리 따라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비롯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당연히 고관여 상품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고관여 상품에 대해서 소비자가 하나하나 따지는 요인들에 대해서 만족을 제공할 수 있다면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아 마진을 높일 수 있고

신규 진입자 혹은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기때문입니다.

저관여 상품은 위에서 제모, 점빼기 광고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질을 높여도 인정받기가 힘들어 가격이나 접근성으로 승부해야합니다.

그러다 보면 가격경쟁이 벌어지게 되고, 제품의 수익성은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많은 생산자들이 제품의 관여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여러 학회들이 앞다투어 xx질환의 날, xx장기의 날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크게 신경쓰지 않던 질환에 대해서 더 많이 신경쓰고

가능하면 해당 과 전문의를 찾도록 함으로써 관여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롭고 복잡한 치료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듦으로써

관여도를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광고를 할 때에도 새로운 기술이나 장비를 강조함으로써 관여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 광고는 아니지만 길거리를 지나다가 본 한 헬스클럽의 광고는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헬스클럽 광고 고관여

헬스클럽 광고 고관여

대부분의 헬스클럽 광고는 가격만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이 광고는 일반적인 헬스클럽들이 지하에 위치한 것과는 달리 지상에 위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것이 왜 중요한 지 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높던 제품 관여도가 떨어지는 것은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악몽과 같은 일입니다.

관여도가 낮아지는 것은 보통 업체의 전략이나 사업 활동으로 발생하기 보다는

기술의 발달이나 제품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비아그라가 개발되면서 수술 등 복잡한 치료 없이 발기 부전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된 것은

고관여 상황이 저관여 상황으로 바뀐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비뇨기과의 상황이 나빠진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비아그라라고 지적되는데

사실, 비뇨기과로서는 대응을 할 여지도 없이 새로 개발된 약 하나로

큰 타격을 받게된 셈입니다.

 

관여도는 굳이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론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 병원은 어떤 광고를 하는 것이 맞는지,

관여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할 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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