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고용 시장의 분수령이 될 ‘그 날’이 온다.

제 블로그에서 비교적 많이 읽힌 글 중에

의사들의 고용 상황 변화의사 고용 상황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가 있습니다.

블로그 유입 경로를 보다보면 고3 수험생 커뮤니티나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 입시 커뮤니티 같은 곳에

이런저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 올라가 있는 경우가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위의 글에서 썼던 내용 중 결론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의사들의 고용 상황 변화’ 글의 결론 부분에서는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 병원급의 경우 빠르게 늘어난 요양병원들이 의사들 상당 수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요양병원도 포화가 되어가고 있고, 복지부에서 요양병원 상당수를 정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의사를 고용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 결국, 의사들의 경제 상황이 한꺼번에 붕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2010년까지는 대형병원들의 확장으로 의사들을 많이 고용했고

이후, 대형병원들의 채용은 줄었지만 요양병원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머지않아 요양병원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거나 줄기 시작하고,

신규 개원의사 뿐만 아니라 기존 개원의사들의 여건이 나빠져 더 이상 새로운 의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

의사들의 경제적인 상황은 빠른 속도로악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사 고용 상황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의 결론 부분에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정리하자면 요양병원을 비롯한 병원의 수가 늘어나는 폭이 줄어들어

의사들의 경제적 협상력이 약해지면 의사들의 경제적 여건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의사들이 개원을 택하게 되면서 경제적 협상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겠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적정 의사 수’ 대비 의사 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의사들의 경제적 여건은 빠르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 또한 ‘적정 의사 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위에서 제가 생각한 일이 언제 일어날 지를 미리 알기는 힘들며

상당한 변화가 발생한 이후에야 뒤늦게 알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혹은 1~2년 내에 그 시점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그 시점’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복지부에서 요양병원 수가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에 실린 기사 ‘요양병원 30%가 떨고 있다.’‘ 요양병원 구조조정, 의사 연봉에도 불똥’

에 실린 내용을 보면 복지부의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환자 분류 기준 을 개편해서 기존의 ‘문제 행동군’ ‘인지 장애군’ ‘신체기능 저하군’의 환자들 입원을 억제

2. 장기 입원을 관리하기 위해 장기 입원 체감제를 강화하고 장기 입원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 상향

3. 장기 입원으로 발생한 요양병원 진료비에 대해서 진료비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

4.  8개과 (내과, 외과, 재활, 가정 등) 전문의를 채용할 때 주는 가산을 전문의 전체에 대한 가산으로 전환

5. 필요인력(의무기록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가산을 폐지하되 적정성 평가 인센티브로 보상

 

이 중 1~3은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이 필요없는 소위 사회적 입원 환자가 많으니 이를 줄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 방안이 모두 시행되면 현재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30~50% 정도가 퇴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정도 규모의 환자가 퇴원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문닫는 요양병원이 속출하게 될 것입니다.

(요양병원 전체로 놓고 보면 사회적 입원이 제법 있는 것은 사실이고

비정상적인 요양병원보다 정상적인 요양병원이 먼저 망할 것이라는

부분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이 아니니 더 이상 쓰지 않겠습니다.)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4331명이고 한의사가 1424명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중 30~50%가 요양병원을 떠나야 하면 고용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요?

예전 포스팅에서 다룬 것처럼 최근 수년간 의사 고용의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요양병원이기 때문에

요양병원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고용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정도의 의사들이 직장을 찾거나 개원을 하게 된다면 의사 고용 시장은 단번에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의사 고용 유지를 위해서 요양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또다른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그리고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에서는

8개과에 대해서만 적용해 주던 가산을 폐지하려는 것에 대해서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8개과 전문의에 대한 가산 제도 때문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요양병원에 고용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겨

손해를 본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설령 8개과에 대한 가산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과연 소아과 전문의를 더 채용하려고 하는 요양병원 원장이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이 부분은 제외하고 다른 통계를 더 보겠습니다.

 

2014년 11월 라포르시안에 실린 내외산소 전문의 요양병원 취업 급증… 소청과도? 라는 기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4년 3/4분기 기준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259명,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79명입니다.

요양병원의 30~50%를 망하면서 8개과 전문의에 대한 가산이 없어지면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늘어날까요 줄어들까요?

전체 일자리 파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정책 가운데 본인들이 차지할 수 도있는 비율이 약간 늘어날 부분이 있다고

여기에 환호를 보내는 것은 옳은 것일까요?

 

현재 요양병원 수가 제도에 대해서 요양병원협회 이외에 관심을 가진 곳이 없어 보이는데

만약 그대로 시행되면 향후 의사 고용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수 있는 사안인데

의사 협회를 비롯해서 요양병원과 관련이 없는 의사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일부 집단은 본인들 몫은 늘어날 것이라고 착각하고 오히려 환호를 보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의사들의 상황이 지금까지 나빠져 온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의사 고용 시장 분수령이 될 ‘그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Comments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