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의 정책 역량

대통령 선거도 지나고 해서 의사 집단의 정치적, 정책적 역량과 관련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의대를 다니고, 레지던트 혹은 전문의로 일하면서 주위 교수님, 봉직의, 개원의 선생님들로 부터

‘복지부에 의사들이 많이 없어서 보건 정책이 약사에게 유리하게만 정해진다’
‘국회의원 사모님들이 약사가 많아서 약사들에게 유리한 법만 만들어진다’
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심지어는 요새도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않고 엉뚱한 곳에서 변죽만 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이와 관련된 보석같은 논문을 찾아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경북대 행정학과 최희경 교수님이 쓰신 ‘주요 의료단체의 정책로비과정 비교’라는 논문으로 한국정책학회보 15권 3호 (2006년)에
게재되었습니다. 한국정책학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원문을 쉽게 구해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의사협회, 약사협회, 한의사협회가 각각 의약분업과 한약분업 과정에서 어떤 로비과정을 펼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 해당 집단 간부, 상대 집단 간부,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등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규명하였습니다.

막연히 의사들끼리 모여서 자위하는 것에 비해 훨씬 객관적인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주요 이슈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과연 의사협회의 정치 역량 자체가 부족한가?

a. 의사단체는 의료 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국회의원과 장관을 배출해 왔습니다. 19대 총선에서도 의사들의 수가 다른 집단보다 많습니다.
b.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복지부 공무원 가운데 의사와 약사는 각각 5명으로 의사는 국장 1명, 과장 2명, 사무관 2명이었으며 약사는 사무과 2명과 그 이하 직원만 있었습니다.
c. 2005년말 현재 복지부 공무원 가운데 의사는 7명 (2급 1명, 4급 2명, 5급 4명), 약사는 9명 (5급 5명, 6급 1명, 7급 3명)입니다.

2. 정치권 상대 로비

A. 의사집단: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공개 지지하며 선거 운동에 직접 가담

a.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한나라당도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좋아하는 정당’을 국민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다. … 했는데 또 이 몇몇 인사들이 해버렸네. 사실은 공식적으로 더 세게 할려고 했는데 창 캠프에서 거부했어요. … 그럼에도 이상한 형식으로 지지를 했고 막판에 뒤집히면서 또 한번의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은 거죠’ – 언론인-

b. ‘끝난 후에도 의협회장 명의로 담화문이 나왔는데 ‘우리는 정치세력화해서 한 후보 밀었는데 안타깝게 떨어졌다…’ … 그때는 ‘축하한다’가 정상인데, ‘떨어졌으니 어쩌겠느냐…’ 그러면서 의사통신망에는 ‘수개표 조작이다’, 그걸 몇 달을 끌고 가더라구요. 그 사람들 정말 용감하다. 모두 몸을 사리는 그런 때에…’ – 약사 –

B. 약사집단

a. 약사회 집행부는 팀을 두 팀으로 나눠서 한나리든 아니든 이쪽 저쪽으로 나눠서 뛰게 했어요… 약사회는 정치 단체가 아니에요. 나름대로의 이익집단이고… 어느 쪽이 되든 보험에 들어야지, 한 쪽에 가다 망하면 어쩌려고 … 지금도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제1야당이에요. 대통령이 안 나와도 국회 힘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 : -약사-

3. 행정부 상대 로비

일반 실무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행해야 했지만 그러한 전례와 경험이 거의 없었던 의사들로서는 공무원을 상대하는 전략, 전술, 협상 기술 등에서 취약함을 드러내었다.

A. 의사집단

a. ‘어느 날 덜컥 장관 찾아와서는. 그렇게 밑에 공무원들한테 지시가 떨어지면 공무원들은 제대로 안하죠… 의료계는 참 악수를 두었어요. 험한 말을 해대고. 차관이 모멸감에 치를 떠는 과정. 모든 공무원들이 ‘의료계’하면…’ -약사-

b. ‘의사들은 정말 못말립니다. 막무가내예요. 권위적이고 소리지르고 전화해서는 ‘내가 누군데…’ 하여간 말이 안통합니다.’ -정부 관계자-

c. ‘정부는 의사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봤어요, 많이 가졌으니 내어놔라는 식의 주체 자체를 배제한 거죠. 이미 세팅된 틀 안에서 움직이게끔 하려한… 이런 판에서 로비라든가 작전, 전술 등은 필요도 없고 사태의 본질이 아니죠. 그런 평가는 틀 자체를 배제하고 덮기 위한 말들에 불과해요. 왜 의사가 길거리로 나서게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단지 대화가 안되어서라는 건 말이 안되죠’ – 의사 –

B. 약사집단

a. ‘(약사 집단이) 더 체계적이고 세밀한 것 같다. … 실무담당 공무원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를 잘 알고 있다. ‘장관이 먼저 알고 이를 일방적으로 시킨다’하는 느낌을 과장이나 사무관이 받는다면 실제로 제대로 추진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온갖 애를 다 먹인 다음에 될 가능성이 많다.’ -정부 관계-

4. 언론상대

A. 의사집단: 언론을 통한 로비 활동은 의사단체가 가장 노력을 기울인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의사측은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설명하고자 하였지만 국민의 주목을 끌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며 긴 내용들이었다. (언론이 당시 반의사 분위기를 ‘어느 정도’ 조장 혹은 부주의하게 편승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a. ‘의사측은 200억원 들여 온통 광고 만들고 난리치면서 … 자신들이 가지는 무시무시한 정치력을 하나도 제대로 발휘 못했죠’ -약사-

b. ‘국민들은 여기서부터는 이제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전문의약품이 어떻고-분류가 어떻고 생동성 검사 무슨- 복잡한, 알지도 못할 얘기들 가지고 막 떠드니까 국민들은 아예 정치를 혐오하듯이 쳐다보고 싶지도 않게 된 거죠’ -언론인-

c. ‘제가 제일 많이 받는 전화중의 하나가 의료정책에 관해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인터뷰 하자는 거예요. 웬만하면 거절하지만 어쩔 수 없어 하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죠. ‘좀 알고 쓰시오’…그런데 이 긴 얘기를 방송에서는 한 줄로 요약해서 내보내요. 얘기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거죠. -의사-

B. 약사집단: 전략적으로 언론을 통한 로비는 소극적으로 운영함

a. ‘내부적으로도 압박을 엄청나게 받았어요. 당신들 뭐하냐고. 회원들이 그 많은 돈 다 뭐하냐고. 약사들 전부 나쁜 놈 도둑놈으로 만드는데 광고 안하고 뭐하냐고 비난 엄청나게 받았어요. 끝까지 광고 안한 이유가 의약정 관계에서 정부가 원하는 건 의약간의 싸움이에요. 그러면 정부가 심판을 볼 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거죠. 싸움의 당사자는 의정이 되게 하고 의정이 싸워야 약은 거기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광고는 보건복지부가 냅니다. TV, 신문.. 의사들이 광고내면 반박광고를 보건복지부가 냅니다. 이 부분에 관한 한은 약사회가 일관된 정책기조를 지켜왔고 그 부분에 대한 정책이 승리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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