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어지 메디슨: 적은 수의 환자를 위한 진료 서비스

주로 미국의 이야기인데 컨시어지 메디슨 (Concierge Medicine)이라는 진료 형태가 있습니다.

당연지정제가 적용되는 우리나라에서는 힘든 이야기이지만

흥미로운 사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Wikipedia의 정의에 따르면 컨시어지 메디슨이란

의사가 적은 수의 환자를 보면서 환자마다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고 의사에게 연회비± 진료를 받을 때마다 지불하는 진료비를 지급하는

진료 형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3분 진료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의료보험 회사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진료비를 줄이면서 진료비 수익이 줄어든 의사들이

더 많은 외래 환자 예약을 받게되고

의사들이 보험 관련 서류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되면서

환자 한명당 외래 진료 시간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을 위한 국가 의료보험인 Medicare의 지출액이 늘어나면서

Medicare 진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의사들이 보험 관련 서류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되면서

또한, 미국에서는 예약을 하고 진료를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감기나 감염병 등으로 급하게 진료를 봐야할 때

담당 의사를 보지 못한 채 Urgent care clinic을 이용하고 비싼 진료비를 내거나

Retail clinic에서 의사가 아닌 PA (Physician Assistant)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환자, 의사 모두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고

이 시스템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 중의 하나가 컨시어지 메디슨입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2-3년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여러 매체에서  이에 대한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몇개의 기사를 바탕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참고로 한 기사는

Bloomberg Businessweek (2012.11): Is Concierge Medicine the Future of Health Care?

Market Watch (2013.1): Why concierge medicine will get bigger

Forbes (2013.3): Is Concierge Medicine The Correct Choice For You?

Wall Street Journal (2013.11): Pros and Cons of Concierge Medicine

US News & World Report (2014.4): Physicians Abandon Insurance for ‘Blue Collar’ Concierge Model   

The Atlantic (2014.7): The Case for Concierge Medicine  

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4,400명 정도 의사들이 컨시어지 메디슨 진료를 했습니다.

이들은 적은 수의 환자를 봅니다.

일반적인 1차 진료 기관들이 2,500명의 환자를 보지만

컨시어지 메디슨 진료의 경우 300~400명에서 600명 정도의 환자를 봅니다.

이렇게 적은 수의 환자를 보는 대신에 환자마다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컨시어지 메디슨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물론 환자들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지불 방식과 액수는 형태에 따라서 다릅니다.

최고급 컨시어지 메디슨의 경우 고급 호텔 내에 위치한 외래에서 진료하면서

월회비 $30,000이고 진료 볼 때마다 $550을 내야한다고 합니다.

좀 더 일반적인 경우는 연회비 $1,500~1,800 정도에 별도의 진료비를 내기도 하고

매우 저렴한 곳은 연회비를 $200~600 정도만 내기도 합니다.

Atlas MD라는 저렴한 컨시어지 메디슨 클리닉의 경우 한달 가입비가

20~44세 가입자는  $50, 45~64세 가입자는 $75, 65세 이상은 $100이며

19세 이하는 한달에 불과 $10만을 낸다고 합니다.

4인 가족의 경우 일년에 대략 $2,000 정도를 내는 셈입니다.

WSJ 2013년 11월자 기사에 따르면

전체 컨시어지 메디슨 클리닉의 2/3 정도가 월회비로 $135이하를 청구하는데

3년전에는 그 비율이 49%였다고 합니다.

즉 업계 전체로 보면 아주 비싼 고급 서비스는 아닌 셈입니다.

 

이 연회비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진료비는 보험 적용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합니다.

즉, 진료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 건강 보험처럼

진료받는 단계에서 보험 적용을 해주기도 하고

우리나라 민간 의료보험처럼 진료 후에 환자가 알아서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 해당되는지를 알아보고 보험료 환급을 받는 식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 경우 의사들이 보험에 구애받지 않고 진료할 수 있어

진료외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그렇게 절약한 시간을 환자 진료에 오롯이 쏟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험 적용을 받지 않고 연회비를 받는 대신에

컨시어지 메디슨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일반적인 10~15분보다

긴 시간 동안 진료를 하며 당일 진료 예약을 제공합니다.

전화 혹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진료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클리닉과 연회비에 따라서는 매년 한차례 건강 검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경우 검사비를 거의 원가 수준으로 싸게 해줍니다.

 

미국에서 컨시어지 메디슨은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최근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케어라고도 불리는 Affordable Care Act가 제정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의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오바마케어의 취지를 생각하면

다소 의외인데 다음과 같은 상황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바마케어의 도입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 적용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1차 진료 의사들이 너무 바빠져서 환자나 의사 모두 더 여유있는 진료 형태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바마케어에서 재난적 의료 상황에 대비한 의료 보험

(보험료가 싼 대신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거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매우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보험)과 컨시어지 메디슨을 함께 가입하는 경우를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간주해준 것도 컨시어지 메디슨 확산에 도움이 되었스빈다.

 

특히, Deductible이 (미국 의료보험에서는 연간 일정 액수 이상의 의료비가 발생한 다음부터

의료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하는데 의료보험 적용 받기 전 본인이 지불해야하는 금액의 범위를 Deductible이라고 합니다.)

높은 의료보험의 경우 $5,000 이상으로 정해지기도 하는데

(즉, 매년 $5,000 이상의 의료비가 발생한 다음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함)

외래 진료비가 평균 $150 정도이고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3~4회 정도이기 때문에

보험에 들었다고 해도 Concierge medicine을 이용하는 것이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컨시어지 메디슨 클리닉들은 연회비 이외에 추가 비용을 받지 않거나

기본적인 검사들은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추가 비용을 받는다고 해도  (거의 원가 수준의) 매우 저렴한 비용을 받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료비도 적게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아직 수가 책정이 되지 않은

원격진료나 왕진 등을 통해서 보다 편리한 진료를 받을 수가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근 Medicare에서 원격진료에 대한 수가를 책정하기는 했습니다.)

 

또한, 위에서 제가 참고한 기사들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인두제 (capitation: 의료보험 수가 체계의 하나로  의사는 일정 기간 동안 가입자 1인당

미리 정해지 일정액을 의료 급여로 받습니다. 의사가 가입자를 최대한 건강하게 만들어서

의료비가 발생하지 않게할 수록 이득입니다.)에 가까워서

의사가 담당 환자들이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웰니스 등 예방 진료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가능서이 높아집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연회비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보험 청구에 들어가는 비용(경우에 따라서는 수만달러의 비용이 들기도 합니다.)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1차 진료 의사의 경우 여러 보험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고

같은 보험회사라 해도 다양한 보험 상품을 내놓기 때문에

환자가 가입한 보험마다 조건에 맞추어서 청구를 하게되면 이렇게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또, 보험 청구를 비롯한 서류 정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의사는 컨시어지 메디슨을 통해서 큰 이익을 얻는 것 같지만

이에 따르는 위험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Medicare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때문에 컨시어지 메디슨 클리닉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컨시어지 메디슨을 택하는 의사는 상당수의 환자군을 포기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컨시어지 메디슨에서와 같이) Medicare 적용을 포기하는 의사는

2년간 Medicare 적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컨시어지 메디슨으로 전환했다가 잘 안되는 경우 회복하기가 힘듭니다.

또한, 의료보험사들이 구축한 환자 의뢰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면서

의사와 클리닉이 환자 유치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Forbes의 기사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향후 10여년에 걸쳐서 1차 진료는 두개의 트랙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일부의 환자들은 의욕이 넘치는 의사로부터 고품질의 진료를 받게되고

다른 환자들은 과로에 시달리는 의사가 최대한 서두르면서 제공하는

조립 공장식 진료를 받게될 것이다.

 

의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런 모델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며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건강보험에서 정한 방식으로만

진료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은 선택권 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과로에 시달리는 의사가 최대한 서두르면서 제공하는

조립 공장식 진료를 받’아야 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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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전세계가 복지지출문제로 고생하는데 의료에도 민영화가 있어야하긴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지금도 분명 수익을 위해 비보험진료를 과잉진료하는 전문병원들도 많은데 이에 대한 대비책, 계도책은 아무도 공론화 안하는 듯.

  2.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미용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병원들도 있습니다.
    보험공단에서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줄이려는 것 같습니다.
    효과적인(효율이 아닌) 진료를 원하는 수요를 위해서 이런 형태의 진료를 허용하리라 봅니다.
    당연지정제가 병원뿐 아니라 건강보험과 보험가입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 말씀처럼 미용이나 검진같은 비급여 영역에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급여 영역에서는 아직 요원하다 보니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3. 선생님,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올려주신 포스팅들을 읽다보면 다양한 해외 기사들에서 관련 정보를 얻고 계신 것 같은데,
    평소에 관련 모바일 헬스 관련 사이트에 자주 접속해서 최신기사를 접하시는 편인지
    아니면 한 주제가 알고 싶어지면 관련 주제에 대해 검색하여 기사를 찾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음.. 즉 어떻게 하면 이렇게 깊고도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 디지털헬스는 mobihealthnews.com이나 mhealthnews.com 같은 사이트를 많이 봅니다.

      그쪽 뉴스로 접한 토픽에 대해서 구글 검색을 해서 추가 정보를 찾습니다.

      컨시어지메디슨 등 디지털헬스 이외의 주제는
      Amazon.com 같은데서 책을 사다보거나
      예전에 보건대학원 다닐 때 배운 것을 가지고
      검색하거나 추가로 정보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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