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아부다비 병원 운영 계약
서울대병원 아부다비 병원 운영 계약

‘한국’에서 ‘진료’하지 않기를 권하는 사회

지난 일주일 사이에 흥미로운 뉴스 두가지가 나왔습니다.

한국 의사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함께 정리합니다.

 

첫번째는 아부다비에서 한국 의사 면허를 인정해주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청년의사: 아부다비의 한국 의료인 면허 인정, 기회일까?)

 

워낙 많이 실렸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미 접하셨겠지만, 다시 요약하면

 

1. 아부다비보건청이 한국 전문의 면허를 (체코, 덴마크, 네덜란드, 인도 등이 소속된) Tier 2에서

(미국, 호주, 영국 등이 소속된) Tier 1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2. Tier 1등급이 되면 전문의 취득 후 아부다비에서 면허를 인정받는데 필요한 임상 경험이

8년에서 3년 (우리나라가 아닌 서구에서 수련받은 경우 2년)으로 줄어듭니다.

 

3. 우리나라에서 전문의를 따고나서 전임의 2년 정도의 수련을 추가로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적인 수련 기간이 끝나면 사실상 거의 바로 아부다비 (UAE내 다른 국가로 확대 예정)에서

면허 인정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4. 복지부 관계자는 “UAE에서 보여준 성공 사례를 사우디 등 중동국가로 확산해

제2의 중동 붐을 견인하고 보건의료산업이 양질의 일자리와 국부 창출이 가능한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 발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더욱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위의 기사 뒷 부분에도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이것이 환영할 일인 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건은 서울대병원의 아부다비 병원 운영 계약과

이번에 발표된 서울성모병원의 검진센터 및 암센터 운영 계획과 연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부다비는 왜 우리나라 병원을 선정했을까요?

우리나라 병원이 미국이나 유럽 병원 수준에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기존에 Tier 1에 속하던 국가에서는 이들 국가에 가서 일하려는 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병원들과 계약을 맺고 각종 진료시스템과 인력을 도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병원들은 번번이 병원의 이름만 빌려주거나, 메뉴얼을 바탕으로 진료 프로세스 컨설팅을

해주는 선에서 그치고 의료 인력을 충분히 보낸 적은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다소 수준이 낮다고는 해도) 비교적 의료 수준이 괜찮으면서 의료 인력, 특히 의사를

보내줄 수 있는 국가 중에 제일 의료 수준이 높은 국가로 우리나라를 선택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기존에 아부다비로 의사를 보내고 있는 곳은 어떤 나라들일까요?

정확한 통계는 구하지 못했지만, 선진국 의사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인도나, 파키스탄 혹은 이집트 등의 의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Tier 2인데 우리나라는 Tier 1을 인정받았으니 축하할 일일까요?

 

마침 위의 기사에서 복지부 관계자가 ‘제2의 중동 붐’이라고 했는데

‘제1의 중동 붐’은 30~40년전 아직 우리나라 경제가 아직 뒤쳐지지 않았던 시절에

국내 노동자들이 중동으로 가서 힘들게 일하면서 외화를 벌었던 때를 이야기 합니다.

아마 복지부 관계자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의사의 처지가

그 시절의 건설 노동자와 유사하다고 이야기한 셈입니다. (어쩌면 의도한 것인지도…)

 

첫번째 기사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 소식이 나오기 전에 나온 칼럼에 실린

대목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디지털 타임스에 실린 칼럼으로 의료산업육성 `본질`에서 출발하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의료 산업을 의료 본질의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야한다. ….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남는 성과물을

내다 팔면서 산업으로 확장되었다.

 

대한민국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나서 의사의  중동 진출을 독려하는 것일까요?

국민 건강에 돈 쓰기 싫으니 외국가서 벌어와서 우리나라 국민 건강에 돈 쓰라는 얘기는 아닌가요?

 

두번째 기사는 서울의대에서 임상의사 이외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학생경력개발센터를 개소했다는 내용입니다.

(메디칼타임즈: “의대생, 임상의사 이외 다른 꿈도 꾸도록 하겠다”)

 

요약하면

 

1. 서울의대에서 학생경력개발센터를 개소했으며 이는

“의대생도 임상의사 이외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임

 

2.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1) 적성 및 진로검사: 성격과 직업적 흥미를 알아볼 수 있는 심리검사를 실시한다.

2) 진로 상담:  연중 상시적으로 1:1 진로상담 프로그램 실시, 방학 에는 학생 집단 상담을 진행

3) 멘토링 프로그램: 학기별로 2회 강연 혹은 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선배와의 만남을 주선

 

3. 서울의대 학장님은  “지금 의대생이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10~15년 이후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지금은 의대에 들어오면 상당수 임상 의사의 길을 선택하지만

미래에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음

 

임상 이외의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 학교 차원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것은 기쁜 소식입니다.

 

다만, 이런 센터가 열리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서울의대 학장님 말씀과는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임상의사로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기 때문에

임상 이외의 길을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서울의대 교수님들 외에도) 많은 의사들이 하게되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서울의대 교수님들이 이런 의도를 가지고 센터를 열지는 않았겠지만

크게 보았을 때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상황이 이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약산업을 비롯한 국내 의료 시장 상황을 생각해 볼 때

비임상 분야에서 의사를 필요로 하는 자리는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격진료를 비롯한 digital health와 관련된 산업이 성장한다고 해도

많은 의사를 채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굳이 고용하지 않아도 의대 교수 등의 인력을

외부 자문으로 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게다가 임상 의사의 처우가 나빠지면, 비임상 분야로 진출하는 의사들의 대우도

나빠질 것입니다.

비임상 분야에서 의사를 뽑을 때 제공하는 급여와 직책은

의사들의 기회비용(=임상 의사로서 일할 때의 처우)을 감안해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개원가 사정이 나빠지면 중소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처우가 나빠지고

결국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 의사 처우가 나빠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 임상 의사로 진료하면서 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비임상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지만,

결국 임상 의사들의 상황이 나빠지는 것 자체가 비 임상 진로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번째 기사에 대한 생각은 저만의 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의사들이 겪고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아예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가지 기사를 모두 보았습니다.

첫번째 기사는 한국 의사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진료해서 국부를 창출하자고 ,

두번째 기사는 한국 의사가 ‘진료’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을 고려하는게 좋을 수도 있는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한국 의사가 ‘한국’에서 ‘진료’하면서 살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올 수 있을까요?

 

PS>

이 글을 쓰고서 검색해 보니, 두번째 기사가 실제 발표된 내용에서 일부분을 생략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청년의사의 서울의대, 국내 의대 최초 학생경력개발센터 개소  라는 기사를 보면

학생경력개발센터는  임상 및 기초의학의 각과별 자료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여전히 부족한 임상 및 기초의학 분야 정보를 제공하고

이와 함께 의사 외 다른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즉, 의대생이 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입니다.

위의 두번째 기사의 의미가 다소 축소되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글 내용은 수정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의대 졸업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는 것도 좋지만

이전 글(서울의대 졸업생들은 미래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원하는 등 대형병원이 아닌 로컬 시장으로 나가는데 대비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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