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 플랫폼을 지향하는 회사들

이전에 미국의 HealthTap과 한국의 모바일소아과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HealthTap은 의료 상담 서비스로 시작해서 모은 환자 수를 바탕으로 원격진료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모바일 소아과는 소아 질환에 대한 의료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추후 국내에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비슷한 모델로 가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의료와 관련된 내용으로 (잠재적) 의료 소비자 또는 공급자를 모아서 플랫폼을 구축하여

이를 활용한 사업에 나서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환자 혹은 의사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국내 회사들에 대해 리뷰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HealthTap: 하이닥

모바일소아과는 제한된 숫자의 의사들이 주로 야간, 공휴일에 직접 상담해주는 반면

하이닥은 의료 상담 내용을 오랜기간, 대량으로 축적하여 HealthTap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이닥

하이닥

하이닥은 지난 7년간 네이버의 지식iN 의료전문가 답변 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용자의 거주 지역 인근 의사를 보여주고, 그중에 혹은 이외에 사용자가 원하는 의사를 지정하여 의료 상담을 요청하고

답변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시간 회신이 힘들고, 어느 과 문제인지 아리송한 경우(의사인 저도 아리송할 때가 있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에

어느 과 의사를 골라야할 지 고민해야하는 등 사용에 불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식iN의 의료전문가 답변 서비스에 축적된 100만여건의 용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기존의 유사한 질문에 대한 의사 답변을 이용하여 빠르게 답을 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사 질문과 답변이 없는 경우에는 하이닥의 상담 의사에게 이용자를 대신하여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구해서

질문자에게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일 주간에는 즉시, 야간이나 주말에는 24시간 내에 회신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의 의료 질문 내용은 어느 범위를 잘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100만여건 정도의 상담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면

어지간한 내용 (한 99.5%?)는 커버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내 다른 건강 상담 서비스에 비해서 확실한 강점이 있어 보입니다.

 

한국의 Zocdoc을 지향하는 굿닥(Good Doc) 

 

위치 기반으로 사용자 근처의 병의원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또한, 해당 병원과 일대일 상담을 할 수 있고 각종 프로모션을 보여줍니다.

프로모션은 현행 법상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 (성형, 피부, 영양제 등)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보험 적용 여부와 상관 없이 이런 식의 가격 할인 광고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었는데

이제는 굿닥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비지니스 모델은 당연히(!) 병의원이 매달 일정 액수의 광고료를 내거나 예약 연결 건수 당 얼마를 내도록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의료판 ‘배달의 민족’ 혹은 ‘요기요’ 같은 광고 전단지 대행 서비스와 유사한 모델입니다.

이런 광고 전단지 대행 서비스들이 소상공인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있는데 의료계에서는 어떻게 될 지

주목됩니다.

 

이런 굿닥의 서비스와 가장 비교되는 것이 미국에서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ZocDoc입니다.

ZocDoc은 병원 검색은 물론 진료 예약, 리뷰까지 남길 수 있습니다.

환자는 무료로 이용하며 의사들은 매월 250달러의 이용료를 내야합니다.

언뜻보면 의사들의 부담이 커보이지만, 예약 접수가 편리하고 직전 취소된 예약을 대신할 새로운 예약을 받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의사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ZocDoc 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굿닥 이외에도 이를 벤치마킹한 서비스가 여럿 나타났지만

굿닥과 다음에 소개할 메디라떼를 제외하고는 의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없어보입니다.

 

ZocDoc은 광고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진료 예약 서비스가 가장 큰 강점입니다.

미국은 예약 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가 힘듭니다.

아무 때나 이용가능한 것은 Urgent Care Clinic이나 응급실 정도인데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ZocDoc은 이런 진료 예약을 편하게 해주고, 소비자가 실시간 진료 예약 상황을 보고

주위에 지금 당장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를 찾아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의료 소비자와 의사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학병원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아무때나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료 예약 서비스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굿닥과 같은 서비스는 ZocDoc에서 가장 큰 강점은 빼놓고

광고 플랫폼의 성격만 벤치마킹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내 비급여 진료 시장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굿닥과 같은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지만

본격적인 의료 (=보험 적용되는 급여 영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Facebook과 공동으로 병의원 마케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의료 홍보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헬스 플랫폼을 지향하는 메디라떼

(메디라떼의 청업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참고로 했습니다: 임원기의 人터넷 人사이드)

메디라떼는 병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의 5~20% 정도를 포인트로 적립하여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에 대해서만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아마, 굿닥과 마찬가지로 병원들은 별도로 광고료를 낼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굿닥과 유사한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굿닥은 위에서 지적한 비급여 영역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를 깨닫고

사업모델 전환 (스타트업 쪽에서는 pivoting이라고 한다지요)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비타민MD라는, 건강정보포털업계 5위권 포털을 운영하는 한솔헬스케어라는 회사를 인수한 것입니다.

비타민MD는 업계 1위인 헬스조선에 비해선 일일 방문자 수가 절반 정도이지만 메디라떼와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비타민MD가 보유한 건강 관련 컨텐츠는 물론 이고, 심평원 등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병의원 관련 정보를 결합하여

건강정보포털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미국 업계에 비유하자면 ZocDoc보다는 WebMD와 같은 모델을 추구하여

의료 시장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업체가 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틈새 시장을 통해 플랫폼을 만드려는 헬스웨이브

 

헬스웨이브는 의료 정보에 대한 설명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대표가 서울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수련을 받은 전문의입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에 헬스웨이브가 서비스 설명을 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으러 가고 싶었는데 일정이 겹쳐서 직접 듣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때, 계약이 잘 진행되어 삼성서울병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해야하는 일이 있을 때 (수술 전, 수술 방법 및 부작용 같은 것들이 해당되겠지요)

EMR(전자 차트)를 이용해서 손쉽게 헬스웨이브의 애니메이션 설명 자료를 ‘설명 처방’하면 환자에게 동영상 링크가 SMS로 전송됩니다.

이해가 쉬운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는데다가, 받은 내용을 반복해서 볼 수가 있으니 설명을 훨씬 원활하게 해주는 셈입니다.

의료라고 하는 매우 전문적인 컨텐츠를 10여년에 걸쳐서 약 3000여 종의 컨텐츠를 구축했다고 하니

웬만한 회사는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진입 장벽을 갖춘 셈입니다.

 

그런데 제는 이런 헬스웨이브를 단순히 의료 컨텐츠 제공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표님은 그보아 더 큰 비전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환자와 의사를 포괄하는 헬스 플랫폼입니다.

 

올해 2월에 헬스웨이브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케이큐브벤처스의 조진환 팀장이 쓴 ‘ 의료 서비스의 획을 긋다 ‘라는 글에 나와 있습니다.

정희두 대표님이 그리고 계시는 꿈은 굉장히 크다. … 바로 의사와 환자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의사들만 하나의 플랫폼에 묶을 수 있어도 그걸 통해 창출 가능한 가치는 막대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타겟 광고일 것이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

만약 의사와 환자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서비스면에서도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정말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
제가 이용해보지 않아서 정확히 이해는 못하겟지만

어떤 식으로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받은 SMS 링크를 따라서 접근하기 때문에 쉽게 끌어들일 수 있겠지만

전자 차트를 통해 처방만 하면되는 의사들이 이 플랫폼에 어떻게 엮이게 될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과거 2000년대 한참 IT 벤처 붐이 불었을 때 다양한 회사들이 건강 포털을 내세우면서

시장에 진입했는데 성과를 남긴 기업은 많지가 않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다만, 다른 영역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안그래도 힘든 병의원들이

더욱 쪼들리는 구조로는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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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모바일 하이닥 사업담당자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기회되시면 한 번 만나뵈었으면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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