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전공의가 부족한가 전문의가 부족한가?

제가 레지던트 하던 때부터 나오던 이슈였으니

벌써 10년 이상 흉부외과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라포르시안: ‘흉부외과 상황 이정도였나? 6년 뒤에는 자연감소 인력도 못채워)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이 50%에 그치고 있으며

Big4 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는 그나마 상당수 채우고 있으나

이외의 병원들은 단 한명도 못채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흉부외과를 포함한 소위 비인기과의 전공의에게 보조금을 주기도 했고

2009년 7월부터는  흉부외과와 외과의 수가를 인상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흉부외과 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1. 편한 것을 추구하는 세태에 지나치게 높은 업무 강도

2. 인상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가

3. 수술의 난이도가 높아 일부 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현상

등입니다.

 

과연 이것이 전부인지 다른 원인, 특히 수요 상의 원인은 없는지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던 중에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원이 (아마도 흉부외과 학회의 의뢰를 받아서)

‘흉부외과 전문의 수급전망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흉부외과 학회에서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가 되지 않는 문제를 공론화 하기 위해서

의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자료는 2025년에는 적게는 1064명에서 많게는 1493명의

흉부외가 전문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자료를 시작으로 하여 다른 데이터를 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료의 내용을 요약하면

1. 흉부외과 전문의 공급 차원

(1) 2004년~2008년에 걸쳐 매년 배출된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26~36명 (평균 33명)임

(2) 2007년 12월 기준  활동 중인 흉부외과 의사는 914명

(3) 흉부외과 전문의 중 임상부문은 788명은,비임상(교육, 행정, 연구)부문은 126명임

 

2. 흉부외과 진료 수요 차원

(1) 방법: 복잡한 말을 써놓았는데 결론은 2007년 1년간 흉부외과 의료 이용량 (입원, 외래)를 기준으로 해서

인구 고령화를 반영해서 추정했습니다. (즉, ‘2007년의 연령대별 의료 이용량’에 ‘인구 고령화 추세’를 반영함)

(2) 결과: 2010년 대비 2025년의 흉부외과 진료 수요는 대략 2~2.5배 증가

(2007년 기준인데 2007년과 비교할 수 있는 수치는 없습니다.)

 

몇가지 생각해보면

 

1. 공급

(1)  검색해 보면 흉부외과 전문의 중 적게는 30%인 300명, 많게는 500여명 정도가

개원가에서 근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중 대다수가 흉부외과를 진료과로 표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현재 흉부외과의사로서 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Baseline 흉부외과 의사 수를 과다하게 잡은 것 같습니다.

 

(2) 추가로 검색해 보면 2009년이후 연도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 수는

18~39명 (평균 34명)으로 그 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3) 교육, 행정, 연구 등 비임상부문에 있는 사람을 126명 (=전체의 13.8%)으로 잡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 교수가 진료는 하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교육, 행정, 연구만을 담당하는 수가 이렇게나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상하지만 근거와 산출방식을 알 수가 없어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만약 이 부분을 감안한다면  현재 진료 현장에서 일하는 흉부외과 의사 수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

 

-> 이를 놓고 생각해보면 2007년 기준 개원가가 아닌 중대형병원에서

(흉부외과 의사가 꼭 해야하는 진료를 하면서) 일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400~60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 흉부외과 전문의 전체 숫자는 900여명입니다.)

이분들은 향후 30여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은퇴하게될 것입니다.

 

앞으로를 놓고 보면 중대형병원 있는 400~600명의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향후 30여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은퇴할 것이고

같은 기간 동안 매년 평균 33명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배출된다면

30 x 33 = 1000여명의 전문의가 Job market으로 진출합니다.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을 받은 전문의들 중 개원가로 가는 것을 일차적으로

염두에 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30년간 신규 전문의 숫자는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기존 흉부외과 전문의를

1.7~2.5배  채우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이는 흉부외과 전공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근무 중인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은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예를들어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전공의 부족  때문에 실제 필요로 하는 인력의 60% 정도만 가지고 (40% 부족 상황)

일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1.7배가 되어야 적정 숫자가 됩니다.

이를 400~600명에 적용해 보면 약 700~1000명입니다.

위에서 본 향후 30년간 공급되는 흉부외과 전문의 수 1000명이 간신히 들어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의 두가지 사실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질병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의사 숫자 공급만을 가지고 생각하면

매년 배출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 숫자 만으로도

‘현재 부족한 흉부외과 의사 수 보충 + 앞으로 은퇴하는 흉부외과 의사 대체’가 가능합니다.

 

이제 흉부외과 진료 수요를 봐야할 것입니다.

과연 위의 방식대로 연령으로 보정하면 충분할까요?

몇가지 최근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흉부외과의 주요 진료 분야인 심장 수술과 폐수술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심장 수술

건강보험공단에서 주요수술통계라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2006~2010년의 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심장과 관련된 것은

경피적 관상동맥확장술 및 절제술, 스텐트삽입술, 관상동맥우회수술 인데

앞의 두개는 순환기내과에서 하고 마지막 관상동맥우회수술은 흉부외과에서 담당합니다.

심장 시술 수술

심장 시술 수술

 

위의 통계 자료에 나타나는 것 처럼 순환기내과에서 담당하는 것은 연평균 증가율이 9.7~11.3%에 이르는 반면

흉부외과에서 담당하는 수술은 1.2%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른 영역에서도 그런 것처럼 비수술적 시술이 발달하면서 수술적 치료의 필요성을 크게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외에 심장 판막 수술도 흉부외과에서 하는 주요 수술인데,

정확한 통계는 구하기 힘들지만 마찬가지로 비수술적 시술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 증가율은 높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2. 암수술: 폐암, 식도암

 

폐수술 분야에서 하는 중요한 수술은 폐암과 식도암 수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폐암, 식도암 수술 통계는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암의 연도별 발병율을 가지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국립암센터에서 집계하는 국가 암등록 자료를 보겠습니다.

국가 암등록 통계

국가 암등록 통계

 

1999년~2011년의 전체 암환자 발병 건수는 연평균 6.6%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폐암은 4.2%, 식도암은 1.6% 증가하였고

둘을 합하면 4.0%입니다.

흉부외과에서 주로 다루는 암은 암 전체보다 성장율이 느립니다.

물론 4.0%씩 증가하기 때문에 무시할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건강보험 암진료환자 분석이라는 자료를 보면 좀 다른 양상이 보입니다.

건강보험암진료환자분석

건강보험암진료환자분석

이는 2002년~2009년의 자료만 있고, 국가 암등록 자료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이기 때문에 무시할만한 자료는 아닙니다

이 자료에서 전체 암환자 발병 건수는 연평균 4.9% 증가하였고

폐암은 1.7% 증가했습니다. (식도암 건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즉, 폐암의 증가 속도가 상당히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양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전망일 것입니다.

2003년에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님이

‘우리나라 흡연율 변화추이와 흡연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표를 보면

담배소비량과 흡연사망률

담배소비량과 흡연사망률

폐암사망률은 담배소비량 변화를 약 25년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와 같이 90년대 초반부터 담배소비량이 정체를 보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년 내로 폐암사망률이 정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의 두가지를 종합하면 흉부외과의 주요 분야인 심장수술과 폐수술 모두 그 건수가 정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흉부외과가 새로운 진료 영역을 개척하지 않는 한 그  진료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흉부외과의 선호도 감소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추세로 향후 수급 전망을 따져봐도 생각보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크게 부족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물론 젊은 의사들이 이 사실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더욱 더 흉부외과에 지원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있을 것입니다.

 

결국,  흉부외과 의사 수 부족의 핵심은 전공의 부족이 아니라,

현재 중대형병원에서 일하는 흉부외과 의사의 부족입니다.

즉,  흉부외과 의사의 부족을 전문의로 채울 것인가,  (저렴한) 전공의로 채울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더 저렴한)PA로 채울 것인지의 문제인 것입니다.

 

향후 흉부외과 전문의 수급 전망으로 보아 이를 전공의로 채우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못합니다.

남은 옵션은 흉부외과 전문의냐  PA냐 인데

흉부외과 수가를 두배로 올렸음에도 병원들은 흉부외과 전문의를 더 채용하지는 않고

PA만 뽑고 있습니다.

병원장들이 의사이긴 하지만 병원의 수익을 더 고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흉부외과 의사들이  나서서 PA 진료의 부당성을 내세워 의사만이 진료를 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아마 많은 (특히 주요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교수님들은 PA의 support를 받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흉부외과 인력 문제는 PA라는 직종의 확대와 엮여있기 때문에

단순히 흉부외과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의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A가 (의사의 감독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흉부외과 수술을 보조하고 수술 후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면

1차 진료에서 감기 환자도 진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주장이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PA와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것이 이 부분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위 저렴하고 부가가치가 적은 영역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파괴적 혁신’이

우리나라 의료 시장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흉부외과 교수님들이 PA를 쓰는 것을 거부하고 교수님들 숫자만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진료를 하여 이 문제를 공론화 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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