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심전도 AliveCor: 기대와 현실의 괴리

심전도 측정 device로 이미 FDA 승인을 받았던 AliveCor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AliveCor의 애플리케이션인 AliveECG app가 심방세동을 발견해내는 알고리즘에 대해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하나로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고 비교적 흔하기  때문에

AliveCor가 진단할 수 있는 부정맥 중에서 비교적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AliveCor를 간단히 소개하면

아이폰에 씌우는 케이스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양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심전도를 측정해 줍니다.

의료인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원래 병원에서 사용하는 심전도로 측정하는 12개의 심전도 중에서 Lead I이라고 하는 하나의 그림뿐입니다.

물론 위의 손가락을 갖다대는 위치를 이동하면 (예를들어 왼쪽 무릎과 오른손이라던지…)

일부의 다른 심전도 그림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AliveCor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Lead I만 나와있으며

현실적으로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Lead I 이외의 심전도를 측정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위의 장비는 $199이며, $12를 추가로 내면 전문의가 24시간 내에 심전도를 판독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Digital Health의 선구자로 ‘청진기가 사라진다’는 도발적인 책을 쓰기도 했던 Eric Topol이

AliveCor가 digital health의 총아로 여러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제품은 사실상 1개의 심전도만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심전도를 대체할 수 없으며, 여러가지 심전도 이상 가운데 부정맥(심장 리듬의 이상) 진단에만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심근경색 같은 질환은 진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손쉽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지면서

마치 병원에서 쓰는 것과 같은 심전도를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사의 홈페이지나 회사 관계자들의 인터뷰에서도 이부분을 명확히 알리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Device에 의사의 진단 서비스를 더하고, EMR과의 연동까지 이루어냈으며 이제는 독자적인

진단 알고리즘까지 개발해 내는 등 (사실 심방세동의 진단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Digital health 장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서비스의 확장을 차곡차곡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진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의학적으로 이런 한계를 지적하는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제가 노력해서 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글을 발견하여 소개합니다.

Physician review of the iPhone AliveCor ECG heart monitor, the clinical reality of the device라는 글

imedicalapps.com이라는 의료 앱 분석 사이트에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글 쓸 당시)미국의 내과 3년차 전공의와 응급의학과 2년차인데 의학적 증거에 기반해서

분석하는 솜씨가 상당합니다.

단, 의사 혹은 의료인들은 잘 아시는 내용들이니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1. AliveCor는 심방세동 진단에 100%의 sensitivity와 96%의 specificity가 있다고 하는데

한 논문에 따르면 iPhone 4S의 카메라를 이용한 app만으로도 96%의 sensitivity, 98%의 specificity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199이나 주고 AliveCor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2. AliveCor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

 

(1)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 이벤트 발생을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로 사용

AliveCor는 단속적인(지속적이지 않은, non-continuous) 환자가 작동시키는(patient-triggered)

부정맥 이벤트 측정기입니다.

환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부정맥이 발생하는 느낌이들 때 사용하여

부정맥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부정맥 발생 혹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인데 그런 환자라고 해서 모두 사용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심장 관련 분야의 권위 학술지인 Circulation에 2010년에 실린 리뷰 논문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부정맥 이벤트 측정기는 한계가 있는데

예를들어 진단적 가치가 있는부정맥이 시작되는 시점을 잡아낼 수 없으며

짧게 지나가는 부정맥은 놓치기 쉽습니다.

또한 부정맥 발생 시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과연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는 환자가

측정기를 작동시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실제, 몸에 부착하는 지속적인 심전도 측정기를 사용한 환자의 25%정도는

증상 발생 시에 증상이 있음을 알리는 장비를 작동시키지 못했습니다.

이 글의 저자들은 웨어러블 센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실에서 AliveCor와 같은 장비가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2) 심전도 측정을 위한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사용(Resource-limited settings)

병원에서 사용하는 심전도를 갖추기 힘든 후진국이나 환자의 집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자주 제시되고 있습니다.

AliveCor는 심장 리듬의 이상 (QT prolongation 이나 심방세동 등)에 대한 스크리닝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심장 리듬 이상에 대해서 건강한 일반인을 정기적으로 스크리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3) 심장 부정맥에 대한 시술 후 모니터링으로 사용

 

심장 부정맥 시술을 받았고, 체내에 심장박동기를 이식하지 않은 환자들에서

시술 후 재발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심방세동이나 심방조동으로 심장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 AliveCor를 처방하고

매일 세번 2분간의 심전도를 측정하고, 이외에 증상이 있을 때마다 측정하도록 지시할 수 있습니다.

심방세동 시술 후에 재발하는 것을 진단하는 것은 의학적인 의미가 있으며

조기에 재시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위한 목적으로 AliveCor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지적하는데,

무증상 심방세동(silent Afib)이 흔한 현실에서 단속적으로 사용하는 AliveCor가 적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 제 생각은 좀 다른데 간헐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심방세동이라면 맞는 말이지만

무증상으로 지속되는 심방세동에는 AliveCor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4) 무증상 심방세동( Silent Atrial Fibrillation)의 진단 목적

위에서 심방세동의 진단이 단순하다고 했는데 이는 심장 리듬이 불규칙이면

대개 심방세동이기 때문입니다.

즉, 일반인도 본인의 맥박을 짚어서 불규칙적이라고 생각되면 거의 심방세동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증상 심방세동의 진단에서 일반인이 손가락으로 맥박을 짚어보는 것과 간헐적으로 심전도를 재 보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순환기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방세동의 진단에서

손가락으로 맥박을 짚어보고 이상이 느껴질 때 심전도를 재 보는 것이 추천됩니다.

맥박을 재고 이상이 있을 때, 외래로 진료받으러 가는 것보다 AliveCor로 집에서 재보는 것이

비용도 싸고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방세동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원인이 무엇인지(폐질환, 심근병증 등…)를 점검하고

제대로된 정식 심전도(12 lead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AliveCor의 한계

 

(1) 심장 마비 진단에 한계

가슴 통증이 있을 때 협심증 혹은 심장 마비(심근 경색) 여부를 판단 하기 위해

심전도를 흔히 사용되는 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상 Lead I만 측정가능한 AliveCor는

이 목적으로 사용할 때 큰 한계가 있습니다.

 

(2) 위양성의 문제

AliveCor를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경우, 위양성(false positive) 진단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실제로 병은 없지만 검사에서 병이 있는 것처럼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때, 정식 심전도를 측정하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만약 ST 분절 이상이 관찰되는 경우(협심증 혹은 심근경색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불안을 느낀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가는 일이 생겨서 불필요한, 복잡한 검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 최근 우리나라에서 갑상선 암 수술이 폭증하는 것과 관련하여,

건강 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지나치게 많이 시행하면서 실제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갑상선 병변들이 대량 발견되면서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갑상선 수술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3) 과도한 스크리닝 검사에 따른 해악

2012년 미국 예방의학 Task Force(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예방적 심전도 측정 기준을

더욱 강화하여, 저위험 인구에서 검진 목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기를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무증상의 저위험 성인에서 검진 목적으로 심전도를 시행하는 것이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왜나하면 바로 위의 경우에서처럼 실제 병이 없는데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어

불필요한, 침습적인 검사나 시술을 받게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AliveCor는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용도는 제한적입니다.

심방세동 자체의 유병률이 우리나라는 약 0.3%, 미국은 약 0.7%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60세 이상 인구에서는 우리나라가 2.1%, 미국이 3.8% 정도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가운데에 심방세동 치료를 위한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시술 이후에 추적 관찰할 때에 사용하는 정도가 의학적으로 의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digital health 장비가 있다’고만 하면

마치 다양한 심장 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개발된 것 같지만

이처럼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에는 제한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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