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veCor로 12개의 심전도를 얻는다?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인 AliveCor를 이용한 새로운 임상 시험이 발표되었습니다.

mobihealthnews에 따르면 (링크는 여기에)

심근경색(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STEMI라고 하는 특정 형태의 심근경색)을 진단할 때

‘아이폰 심전도 (iPhone ECG)’가 (기존에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반 심전도 (12-lead 심전도)와 같은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임상 시험이

임상 시험 등록 사이트인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관련 링크는 여기에)

주관 기관은 인터마운틴 병원입니다.

 

먼저 clinicaltrials.gov에 대해서 알아보면 이는 NIH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임상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그에  대한 사항을 등록하는 곳입니다.

이런 번거러운 과정을 만든 것은 쉽게 이야기 하자면 ‘먹튀’를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제약회사 등 회사의 지원으로 임상 시험을 실시하는 경우

연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을 때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전에 어떤 연구를 실시했는 지를 미리 등록함으로써

논문 등의 형태로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어떤 연구가 이루었는 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연구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은 경우 연구를 종료한 다음에

연구에서 보고자 한 결과값 (primary outcome 혹은 secondary outcome)을

나중에 바꾸어서 좋은 연구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2008년 헬싱키 선언에서

“모든 임상시험은 첫번째 피험자를 모집하기 전에 반드시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시스템에 등록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국제 의학학술지 편집인 위원회(ICMJE)에서 회원 저널에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등록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들이 임상시험 등록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많은 경우 (세계 의학을 선도하는) 미국 사이트인 clinicaltrials.gov와 연동하고 있어

clinicaltrials.gov는 전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심전도가 AliveCor인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작년에 인터마운틴병원과 AliveCor가 6명의 환자에 대해서 유사한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그 목적이 ‘스마트폰 심전도와 12-lead 심전도를 비교펑가하는 다기관 임상연구를 시행하기에 앞서

스마트폰 심전도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명시하였기 때문에

이의 연장선에서 연구를 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실시한 연구는 논문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또다른 선행 연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선행연구 2라고 하겠습니다.

(링크는 여기에)

 

작년에 실시해서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와

이번에 시작한다고 한 연구에 대해서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포스팅했던 것처럼 기존의 심전도는 12개의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alivecor는 1개의 이미지만 보여주기 때문에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 리듬의 이상 (=부정맥) 이외의 심장 질환을 보기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일반적인 심전도를 찍을 때에는 손발에 한개씩, 그리고 가슴에 6개해서

총 10개의 전극을 붙이며 그 결과로 12개의 이미지를 얻습니다.

12개의 이미지는 심장의 각 부위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심장의 특정 부위에 이상이 있는 경우 12개의 이미지 가운데 특정한 것에만 이상이 나타납니다.

(예를들어 심장의 아래쪽에 심근경색이 생기는 경우 II, III, aVF라고 하는 세개의 이미지에

이상이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근경색과 같이 특정 부위의 심장 근육이 영향을 받는 경우

AliveCor와 같이 1개의 이미지만을 얻는 장비를 이용해서는 진단이 힘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존의 심전도도 심장의 앞, 아래, 옆을 주로 보기 때문에 심장의 뒷부분에 발생한

이상은 잡아내기 힘듭니다.  (이때에는 등 쪽에 3개의 전극을 추가로 붙여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운좋게 AliveCor가 진단할 수 있는 부위인 심장 앞쪽에 심근경색이 생겼거나

의료인이 적절하게 위치를 바꾸어 가면 사용하는 경우에는 진단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구루라고 할 수 있는 에릭 토폴 박사가 비행기 안에서 응급환자에게

AliveCor를 사용해서 ‘heart attack’ (보통 심근경색을 의미합니다.)를 진단한 것도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련 링크는 여기에)

 

하지만, 1개의 lead만을 볼 수 있다는 것의 한계는 명확하며

그렇기 때문에 AliveCor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임상 시험은

심방세동을 비롯한 심장 리듬의 이상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관련 링크는 여기에)

참고로 12개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휴대용 심전도 제품들도 나와 있으며

제가 예전에 다룬 바 있습니다. (링크는 여기에)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작년과 이번의 임상시험 (정확히는 파일럿 연구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은

부정맥이 아니라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12-lead 심전도와

비교한다는 점에서 놀랐고 이건 또 무슨 사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새로운 임상시험에 대한 항목을 보면

별다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작년에 실시된 연구 결과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위에서 링크한 논문 이외에 선행 연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링크는 여기에) 이를 선행연구 1이라고 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논문 모두 돈을 내야 원문을 볼 수 있으며

돈을 내지 않으면 초록만 볼 수 있는데 초록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습니다.

돈을 내기는 싫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Fierce medical device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선행 연구1 논문의 제목은

‘스마트폰 기술을 사용해서 12-lead 심전도 기록하기’입니다.

(Sur’face 12 lead electrocardiogram recordings using smart phone technology)

 

논문의 내용은 정상과 이런저런 심장 이상(LVH, LBBB, RBB 등)을

가진 사람 5명을 대상으로

AliveCor를 사용해서 12개의 심전도 이미지를 획득하고

이를 기존의 12-lead 심전도와 비교 평가하는 것입니다.

 

선행 연구2 논문의 제목은

‘STEMI 심근 경색의 평가에서 스마트폰 ECG의 사용: ST LEUIS 파일럿 연구 결과’입니다.

(Smartphone ECG for evaluation of STEMI: Results of the ST LEUIS Pilot Study)

논문의 내용은 STEMI 심근 경색이 발생한 환자 6명에 대해서

기존의 심전도와 AliveCor를 사용해서 얻은 12개의 이미지를 비교 평가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핵심은 무슨 수로 AliveCor로 12개의 이미지를 얻을 것인지 입니다.

선행연구 1,2 모두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비밀은 선행연구 2에 실린 다음과 같은 그림에 있습니다.

alivecor modified

alivecor modified

시판되는  AliveCor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개조한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서로 다른 팔다리와 가슴에 부착해 가면서

12번에 걸쳐서 12개의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미지를 얻었는 지에 대해서는

선행연구 1에 나온 다음 그림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AliveCor 12 leads

AliveCor 12 leads

제가 내과 전문의이긴 하지만 심전도의 자세한 원리 같은 것은

본과 2학년 때 배운 이후에 단 한번도 신경 쓴 적이 없기 때문에

복잡한 내용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aVR, aVL, aVF라고 표시된 이미지를

얻는 방법이 기존 심전도와 다르기 때문에 저자들이 우려했는데

새로운 방법으로 얻은 이미지도 충분히 훌륭했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AliveCor를 사용해서 12개의 심전도를 얻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효용이 있을까요?

기존의 심전도를 사용하기 힘든 거의 모든 상황에서 효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특히 근처에 의료기관이 없는 시골이나 개발도상국

그리고 크루즈선박이나 여행 버스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반인들, 특히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집에서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존에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12개의 이미지를 하나씩 찍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한 장소 (예를들어 시골의 보건지소 같은 곳)에

교육을 받은 인력이 실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실시하는 방법이 까다롭다면

스마트폰 동영상을 사용해서 실시간으로 심전도 찍는 법을

알려준다면 어떨까요?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심전도가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만능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일단 심근경색을 의심할만한 심장 통증이 있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제 책에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자면

1. 심전도에 이상이 없어도 여전히 심근경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 심근경색을 의심할만한 심장 통증이 있는 환자라면 심근경색이 아니라 해도

대동맥박리 (aortic dissection)이나 폐색전 (pulmonary embolism)과 같은

심근경색 못지않게 위험하며 심전도로 진단하기 힘든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즉, 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한다면 병원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에서 AliveCor를 사용해서 12개의 이미지를 얻으려고 노력할 일이 아니라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답입니다.

 

AliveCor가 최근들어 기존의 심전도와 같이 12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한 연구를 실시하는 것은

기존의 제품으로 1개의 이미지를 얻었을 때 부정맥 진단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위의 첫번째 사진에 나온 것과 원리는 같지만 훨씬 보기 좋고

사용하기에 편한 제품을 이미 개발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대상 시장은 병원에서 거리가 먼 시골 지역이나 개발 도상국이 될 것입니다.

다만, 개발도상국 특히 후진국의 경우 한정된 보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할텐데

현실적으로 심장질환 (특히 심근 경색과 같은 질환)보다 감염성 질환이 훨씬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AliveCor를 구입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지는 짚어볼 일입니다.

어찌되었건 예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AliveCor는

생각보다 적은 기기를 판매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를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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